심폐정지환자 생존률 5%...정부·병원 무관심

이창진
발행날짜: 2006-11-13 06:39:17
  • 의과학계 50%에 도전...인력배치·환자동의 등 과제

|특별기획|방치된 국내기술, 응급환자가 죽어간다

응급실로 실려오는 심장마비 환자 대부분은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심폐소생술과 전기충격 시술 과정 중 사망하고 있다. 현재 심폐정지 질환의 국내 생존율은 5~7% 정도로 응급의료 체계가 잘 갖춰진 선진국인 15%에 비해 월등히 낮은 수치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2002년 국내 의공학자에 의해 개발된 체외생명보조장치(T-PLS)가 병원과 정부의 무관심으로 사장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응급환자에 대비한 국산기술력의 필요성과 향후 전망을 제시해본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심폐환자 소생률 50%에 도전한다
②파묻힌 국산기술력, 선진국 적용임박
③울릉도 기점, 섬과 육지를 구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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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구 교수가 개발한 체외생명보조장치(T-PLS). 어디든 이동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심장기능 정지 상태를 보이는 환자를 소생시키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심폐소생술과 전기충격을 멈추지 않는 응급의학 전문의들의 땀방울 맺힌 모습은 영화나 TV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경이다.

이같은 의료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환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국내 현실의 이면에는 정부와 병원들의 무관심이 일조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응급실로 실려온 심부전 등 수 시간내 심장기능이 정지되는 환자의 생존율은 3~5% 수준으로 응급의료체계가 면밀히 구성된 선진국의 경우인 30%와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응급의료 시스템이 체계적으로 갖추어진 선진국에서 조차 절반을 넘지 못하고 있는 응급환자의 생존율을 따라잡을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00년 서울대병원 의공학과 민병구 교수팀이 개발한 ‘체외생명보조장치’(T-PLS)는 긴급 환자의 심장과 폐기능을 수 개 월간 대체할 수 있는 획기적인 장치로 2004년부터 일부 대학병원 응급실에 배치돼 사용되고 있다.

민 교수가 개발한 체외생명보조장치는 대동맥내풍선펌프 등 다른 장비의 사용없이 생리적인 박동형 혈류를 공급할 수 있는 이중 박동형 장치로 자연심장과 유사한 형태의 생리적인 혈액공급이 가능하다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T-PLS는 펌프 본체와 소모품 펌프 헤드, PVC 혈액회로, 산화기, 열교환기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혈액 주머니에는 2개의 폴리우레탄이 일방향의 판막으로 놓여있다.

현재 응급실에서 이 장치를 사용중인 병원은 서울대병원과 순천향대 부천병원 등 2곳에 불과하다.

장치를 사용중인 순천향대 부천병원이 지난해 5월 미국심장학회지(AHA)에 발표한 ‘새로운 박동형 체외생명보조장치의 임상적 경험’ 논문을 살펴보면, 응급실로 실려온 심각한 심부전 환자 55%를 T-PLS 사용으로 성공적으로 구조한 내용이 게재됐다.

논문저자인 흉부외과 원용순 교수팀은 2004년 11월부터 2005년 5월까지 총 11명의 심인성 쇼크환자에게 경피적 삽관을 통해 박동형 혈액펌프를 적용시켰다. 평균 유지 시간은 3일.

서울대병원 응급실에서 T-PLS 장비를 환자에게 적용한 모습.
병원 투자회피, 응급의료 열악성과 밀접

적용결과, 11명 중 6명(55%)의 환자를 체외생명보조장치 사용으로 구조할 수 있었으며 5명은 뇌사(3명)와 조절되지 않은 출혈(2명)로 사망한 것으로 분석됐다.

주저자인 원용순 교수는 “논문에 사용된 환자 케이스가 적다는 한계가 있으나 일반적 치료로 어려운 환자의 생명을 국산 장치를 통해 생존율을 높였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다행히 장치사용의 보험적용으로 환자 분담액이 일부 낮춰졌으나 의료기관과 환자 입장에서는 아직도 사용에 따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해 현장에서 느끼는 장비의 효용성과 정부 지원책을 주문했다.

이미 알려진대로 국내 응급의료의 열악성은 비단 이같은 보조장치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응급의학과 전공의 기피현상과 의료기관의 투자회피 등은 현 의료환경과 무관치 않은 악순환으로 규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중소병원과 대학병원들이 응급실에 T-PLS와 같은 생명보조장치를 구비해 놓는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게 관련 학자들의 견해이다.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서길준 과장은 “타 대학병원에서 T-PLS의 효과를 몰라서 쓰지 않는다기보다 이를 구비하면 기기사용시 응급실이나 응급실내 중환자실에 의사와 간호사 등이 환자치료를 위해 대기해야 하는 등 병원이 부담해야 하는 의료진 증원문제가 포함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서 과장은 이어 “장비 사용을 위해서는 환자 보호자의 동의가 반드시 필요하나 심폐기능이 멈춘 상황에서 이를 지속시키는 역할을 하고 다른 진료를 통해 소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설득하는 것이 현장에서 쉽지 않는게 현실”이라며 응급환자를 위한 시스템적 보완의 시급함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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