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에 몰리는 논문…토종 학술지 악전고투

안창욱
발행날짜: 2007-10-05 12:10:49
  • 산부인과학회, 학전 등재 온힘 "이중게재 고질병도 청산"

대한산부인과학회가 우수한 연구논문이 해외 SCI 잡지로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학회 학술지의 질을 제고하기 위해 온힘을 쏟고 있다.

대한산부인과학회는 6일 추계학술대회 기간 중 ‘학회지 발전방안’을 논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서울의대 김재원(산부인과·사진) 교수는 ‘대한산부인과학회지의 현황과 문제점’ 발표 자료를 통해 “좋은 전문학술지가 되려면 동료 연구자에게 인용되는 횟수가 높은 논문을 다수 게재해야 한다”면서 “이렇게 되려면 논문의 내용이 좋을 뿐 아니라 학술지 자체가 잘 정비된 일관된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공식 학회지인 대한산부인과학회지는 2002년 한국학술진흥재단 등재후보지가 된 이래 2005년 등재지 진입에 실패했으며, 지금까지 미등재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김 교수는 학술진흥재단의 2005년 평가에서 ‘학술지 정시발행 여부’ ‘논문 게재율’ ‘편집위원회 전문성 및 학술활동’ 등에서 감점이 커 등재되지 못했다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학회 편집위원회의 활동을 소개했다.

우선 학회 편집위원회는 학술지 정시 발행을 위해 논문편수가 몇 편이든 무조건 매월 정해진 날에 발행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학회는 학술진흥재단의 논문 게재율 분야 평가에서 만점(69% 이하)을 받기 위해 종래 거의 무조건 게재 허가하던 심사 관행에서 벗어나 적절하게 심사할 것을 논문 심사위원들에게 공지했다.

그 결과 2006년에는 논문 게재율이 78.37%로 낮아졌고, 전자 논문접수/심사 시스템 개통 이후 이런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김 교수는 “증례보고의 경우 국내외 최초의 증례보고에 한해 게재하는 것을 심사원칙으로 강조한 이후 게재율이 급격히 낮아지는 양상”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투고 논문편수의 감소와 이중게재 문제도 언급하고 나섰다.

김 교수는 “높은 수준의 학술지를 발간하기 위해서는 우선 투고논문이 양적으로 많아야 하고, 이를 바탕으로 논문심사가 이뤄져야 하는데 투고 논문편수의 감소는 학회지의 질적 하락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990년대 이후 SCI 논문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국내 발행 학술지에 대한 투고가 줄어드는 것은 비단 우리 학회지만의 문제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김 교수는 학회지의 SCI 잡지 전환, 세부전공학회지(부인종양학회지, 산부인과초음파학회지, 태아의학회지 등)와 공동 발간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문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이중게재 문제는 국내 학회지에서 목도되는 흔한 고질병의 하나로 일부 회원의 각성이 요구된다”며 “학회 입장에서도 이 문제를 쉬쉬할 것이 아니라 국제 표준을 따르면서 재발 방지의 전환점으로 삼아야 한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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