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투쟁의 터널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박진규
발행날짜: 2003-12-26 07:21:23
  • 김회장, 재선 기쁨 잠시 …하루하루 가시밭길

2003년은 건강보험제도 개선 목소리가 그 어느 해보다 컸던 한 해였다. 특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의 수가 조정안 결정 이후 본격적으로 일기 시작한 투쟁 열풍이 전국을 휩쓴 한 해이기도 했다.

의협은 2003년을 제33대 회장 선거전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맞았다. 최덕종 김재정 신상진 윤철수 등 6명의 후보가 출사표를 던져 3월 중순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3월15일 의협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기호 3번 김재정 후보의 당선을 공식 선언했다. 선관위는 김 후보가 전체유권자 3만3천764명중 1만3천977명이 투표에 참석(43.8%)한 이번 선거에서 5천378표(38.5%)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절반에도 못미치는 투표율과 지지율은 압승을 예상했던 김 당선자의 어깨를 무겁게 짓눌렀다. 당시 의협 회장으로 재선에 도전했던 신상진 후보와 각 후보진영 대부분은 깨끗하게 선거결과에 승복했다.

한편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경기도 등 지역의사회도 새로운 인물들이 회장으로 발탁됐다.

5월13일 닻을 올린 김재정 집행부의 앞날에는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시간적 여유 없는 살얼음판이 기다리고 있었다. 특히 복지부가 의협의 정관개정 승인 요구를 거부한 것은 새 집행부에게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3월, 참여정부의 첫 복지부장관으로 발탁된 김화중 장관이 성분명처방과 처방전 2매발행 제도화 입장을 피력하고 나선 것이 김재정 집행부의 투쟁 장도를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이어 급성호흡기감염증 전산심사, DRG전면시행, 개원가 경영난, 진료영역간 갈등, 소득세법 개정에 따른 연말영수증서식 개정 등 잇따라 터져나온 각종 현안에 부닥치며 지난 7개월간 험난한 가시밭길을 헤쳐나와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의협은 급성호흡기감염증 전산심사의 선시행 후보완 계획 저지, DRG전면시행 계획 철회 등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이중 DRG 전면시행 계획을 저지하는데 회세를 집중, 정부의 '후퇴' 선언을 받아낸것은 최대의 성과로 꼽을 만 하다. 특히 병원협회, 개원의협의회, 의학회, 전공의협의회 등 의료계 단체들의 결집된 힘을 보여줬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또 ▲ 건보재정파탄 원인은 약국 조제료 ▲공단의 구조조정 필요성 ▲ 공단 현지조사권 위법 문제 등을 집중 부각하며 사회 여론을 환기시시키기도 했다.

내부적으로도 ▲의학교육평가원 출범 ▲해이해진 회원들의 연대감 강화 ▲반모임 활성화 ▲사무처 직제개편 등을 이룬 것도 성과로 꼽을만 하다.

그러나 급성호흡기감염증에 연간 1조8천310억원에 달하는 비용이 지출되는 등 부적정한 진료 및 투약 등으로 의료 재정 낭비와 국민 건강을 훼손하는 사례가 많다며 심사평가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높다.

DRG의 경우도 보건복지부 실무진들이 향후 확대 추진을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꺼진불'로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또 두드러지게 나타난 의협과 병협과의 불편한 관계를 해소하는 일도 시급하다.

최근에는 병협에서 의욕을 갖고 추진했던 전문병원 제도의 도입과 반대로 의협에서 의료기관 개설 신고시 중앙회 및 시도지부 경유를 명시한 의료법 개정 청원이 국회에서 무산된 것은 두 단체의 불협화음이 어느 수위까지 도달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로 꼽힌다.

아울러 간판법개정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전문의-비전문의간 갈등을 서둘러 봉합하는 일도 의협이 풀어야 할 숙제로 남겨졌다.

한편 의협은 11월28일 보건복지부 산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내년 의료수가 2.65%, 건강보험료 6.75% 인상안을 표결 처리한 후 투쟁체제로 전환했다.

비 민주적인 절차로 이루어진 수가 조정을 계기로 건정심 탈퇴와 함께 국민건강보험법, 약사법, 의료법 등 불합리한 의료관련 법령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의협은 24일 오후 제10차 전국시도의사회장회의를 열어 내년 2월22일 과천에서 전국의사궐기대회를 개최키로 확정하는 등 갈수록 투쟁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의협의 투쟁 선언에 대해 주변의 분위기는 냉담하다. 정부와 언론은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병원협회를 비롯해 치협, 약사회, 한의협 등 보건의료단체들도 외면하는 상황이어서 내부 단결이 그 어느때보다 요구된다.

그러나 일부 회원들은 의협 집행부의 투쟁의지에 의문부호를 제기하며 일단 힘을 모아주되 가시적인 성과가 없을 경우 집행부 퇴진운동도 불사하겠다고 한다.

이에 따라 터널의 끝이 보이지 않는 의협의 현행 건강보험제도 개선 투쟁은 갈수록 힘겹고 외로운 양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김재정 집행부가 어떻게 헤치고 나갈지, 승리를 얻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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