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욕심 싱가포르서 펼치죠"

이창진
발행날짜: 2008-04-14 07:13:11
  • 한국 임상 아시아 최고수준…“사회적 기술 필수요건”

[기획]제약의사 릴레이 인터뷰 ⑪GSK 문한림 박사(아·태 항암제 메디칼부)

‘제약의사’라고 하면 출시된 제품을 홍보하는 단순 업무로 이해하는 의사들이 많다. 하지만 제약의사의 업무는 단순한 학술과 홍보 뿐 아니라 신약개발부터 제품구매를 위한 비니지스까지 다양하고 폭넓게 펼쳐져 있다. 제약의학회(회장 이일섭, GSK 부사장)의 협조로 매주 월요일과 목요일 약 10회에 걸쳐 업체별 학술과 마케팅, 제품개발, 약가 등에서 자신의 꿈을 일궈나가는 제약의사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문한림 박사의 하루 일정은 책상의 각종 스케줄과 메모장 만큼이나 빡빡하다.(싱가포르 집무실 모습)
다국적제약사의 일부 구성원이 싱가포르와 호주 및 본사에서 근무에서 있지만 제약의사들도 세계를 무대로 뛰고 있는 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게 현실이다.

이들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아·태 지역 항암제 분야를 책임지는 거목으로 성장한 GSK 문한림 박사(51, 가톨릭의대 82년졸)는 신약에 대한 욕심으로 제약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문 박사는 종양내과 전문의로서 가톨릭의대 조교수(87~98년), 미 국립보건원 연구원(00~03년), 사노피-아벤티스 의학부 이사(03~05년), 사노피 아·태 항암제 시니어 책임자(06~07년), GSK 아·태 항암제 책임자(07~현) 등을 거친 종양학 분야의 권위자이다.

문한림 박사는 “좀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다고나 할까요”라면서 “제약사는 병원을 나와 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가까운 직종이기도 하고 신약개발에 관심이 많아 망설임 없이 들어오게 됐죠”라며 종양 연구에 대한 욕심을 이직의 계기로 설명했다.

그의 주 역할은 GSK에서 개발 중인 수많은 항암제의 임상을 총괄하고 아시아 지역에서 호발하는 종양을 우선적으로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업무이다.

문 박사는 “아시아 지역의 임상시험에 참여를 극대화하고 임상의 질을 보증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주요 임무”라며 “일례로 위암 3상을 시작한 ‘타이커브’의 결정단계부터 실제 임상 전 과정을 관여하고 있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임상디자인부터 관여해야“


한국과 싱가포르간의 근무차이에 대해 문한림 박사는 “많은 제약사의 아·태 지역사무실을 싱가포르에 위치하고 있지만 꼭 의학수준이 높아서가 아닙니다”라고 전하고 “오히려 지정학적인 면과 세율이 낮고 영어가 통용된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라며 의학 보다 사업환경에 기인한 싱가포르의 장점을 언급했다.

해외에 근무하면서 느낀 한국 의학의 현 주소와 관련, 그는 “제가 하고 있는 항암제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한국 임상시험 수준을 세계적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좀더 욕심을 내자면 단순한 임상 참여가 아니라 한국 연구자 선생님들이 지도 하에 임상 디자인을 만들고 진행시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박사는 이어 “의료와 의학연구의 수준은 이미 한국이 아시아 전체에서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것이 제약업계의 공통된 견해”라면서 “이러한 차원에서 여러개의 항암제 임상시험이 한국 연구자의 책임 하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죠”라며 높아진 한국의 위상을 실감해했다.

‘약장수’와 ‘얼굴마담’으로 통용되고 있는 제약 의사에 대한 선입관에 대해 문한림 박사는 “제약업의 특성상 의사가 많기도 하지만 약이 개발돼 환자에게 쓰이기 전이나 쓰이는 단계에서 의사의 필요성은 병원에 의사가 있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약의 효능과 효과, 안전성을 보증하는데 의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해 약제를 좌우하는 의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 박사는 이어 “병원에 있었다면 절대로 배울 수 없었던 부분을 제약사에 들어와 정말로 많이 배웠습니다”라고 말하고 “병원에서 나오고 싶은 후배들이 있다면 무엇보다 전략적인 사고와 지도력, 커뮤니케이션 술기, 팀워크 등을 집중적으로 배우라고 권하고 싶네요”라며 진료실 밖에서 펼쳐지고 있는 사회성 제고를 주문했다.

#i3#"항암제 지식이용 30% 미만“


그는 “지금 항암제 책임자로 일하고 있지만 솔직히 지식의 이용율은 하루 일과 중 30% 미만입니다”라면서 “제약의사로 일하고 싶다면 의과대학 교육에서 얻을 수 없는 사회적 기술에 대한 특별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제약의사들 사이에서 선망의 대상인 문 박사는 자신의 꿈에 대해 “적절한 시기에 한국에 돌아가 한국 사회에 그동안 익힌 것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습니다”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그 대상을 제약사에 국한하지 않고 활짝 열어두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제2인생 목표에 대한 도전을 내비쳤다.

긍정적인 사고와 리더십으로 싱가포르 생활을 즐기고 있는 문한림 박사는 끝으로 “병원이든 제약사든 어떤 직업이라도 좋다고 생각하고 자유로운 꿈을 갖고 있습니다”라며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정형화된 틀을 과감히 깨고 있는 새로운 도전을 예고했다.

이번 문한림 박사와의 인터뷰는 싱가포르와의 거리상 이메일과 전화를 이용한 서면 인터뷰 중심으로 진행됐음을 알려드립니다.

<취재기자 에필로그>
제약의사 릴레이 인터뷰는 제약분야의 수평적 경쟁사회에서 숨가쁘게 살고 있는 의사들의 새로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평가이다. 이번 기획을 조언해주신 제약의학회 이일섭 회장을 비롯하여 바쁜 와중에 어렵게 시간을 내주신 한독약품 문승현 팀장 등 11명의 의사들에게 고개 숙여 고마움을 표합니다. 또한 많은 애정과 관심을 보여준 독자 여러분에게도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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