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전공의 '소통불통'…상명하복은 옛말

발행날짜: 2008-10-17 06:48:51
  • 상호이해가 수련환경 개선 시발점 "시대가 변했다"

|메디칼타임즈-대한전공의협의회 공동기획=위기의 전공의들|

최근 전공의 폭력사태와 수련거부 등으로 수련환경 문제가 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수련환경 문제가 현안으로 떠올랐지만 구체적인 개선안이 나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설문조사를 통해 일선 전공의들의 수련실태를 점검하고, 개선방안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상> '5시간 토막잠' 과로에 시달리는 전공의들
<중> 스트레스에 짓눌린 전공의 "벗어나고 싶다"
<하> 수련환경 개선, 모두가 나서야 한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의사지만 환자로 전락해버린 전공의들. 이러한 이들의 주장을 바라보는 선배 의사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과거 그들과 같은 고민을 하며 전공의 시절을 보낸 그들은 대체로 전공의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면서도 급변하는 세대변화에는 당혹감을 가지고 있었다.

"수련환경 개선해야" 교수-전공의 같지만 다른 생각

전국수련교육자협의회 김성훈 회장은 "전공의 수련제도 개선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일회성 논란으로 끝나버렸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대부분의 수련교육자들은 수련환경이 바뀌어야 된다는 명제에는 동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전공의들도, 수련교육자들도 수련환경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동의하고 있는데도 끊임없이 개선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또한 전공의들의 불만이 오히려 더 증폭되고 있는 것은 어떤 이유일까.

한 대형병원 수련교육부장은 "지금은 수련교육의 과도기라고 생각한다"며 "과거 내가 수련받던 시기에 비해 바람직하게 변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우리병원 등 몇몇 수련병원들은 합리적인 방식으로 상당한 진보를 이룬 반면 일부 수련병원은 옛날과 똑같은 수련방식을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결국 분명 변화는 일고 있지만 그 속도와 방식들이 전공의들의 피부에 직접적으로 와닿지 않고 있다는 것.

선배들이 볼때는 그들이 수련받던 환경에 비해 분명 진보했음에도 현재를 살고 있는 전공의들은 그 변화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각 수련병원별로 개선의 수준이 다르게 나타나면서 변화를 피부로 느끼는 전공의들이 극소수에 불과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

대전협 정승진 회장은 "일부 병원들의 경우 수련환경이 눈에 띄게 좋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지방에 위치한 수련병원이나 중소형 병원일 경우 여전히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련지침 개선을 통해 수련제도를 상향평준화 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급변하는 시대 "전공의도 변했다"

그렇다면 수련담당자들과 전공의들의 인식차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선배 의사들은 최근 몇년간 전공의들의 인식이 눈에 띄게 변화했다고 입을 모았다.

교육수련부장을 역임한 C병원 교수는 "'헬리콥터 맘' 등을 언론에서 들었을때는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최근 들어온 전공의들을 보며 절감하고 있다"며 "가끔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당황할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고 털어놨다.

일부 전공의들의 부모들이 병원에 찾아와 잘 수련을 받고 있는지 묻는 것은 물론이고 인턴들의 경우 전공과목을 선택할때도 부모에게 묻는 것이 일반적이라는 것.

모 수련병원 전공의는 숙소 샤워장에 갑자기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자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하소연했고, 이 병원 원장은 그 부모가 전화를 걸어 이런 사실을 알려주자 크게 당황했다는 후문도 있다.

이 교수는 "부모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자란 요즘 세대들이 척박한 수련생활에 뛰어들게 되면서 도제식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예가 많다"며 "이러한 모습을 이해하는 교수가 흔치 않은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분명 그들은 현 시대를 살아가는 전공의들이라는 것"이라며 "사회가 변화하면서 만들어진 전공의들의 변화를 비판만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공의들의 사고가 크게 변화했지만 수련환경과 교수들의 사고는 더디게 바뀌어 가면서 마찰이 일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 전공의들은 도제식 수련을 인정하면서도 무조건적인 상명하복 방식에 불만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전공의 폭력사태 등도 이같은 변화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과거 선배들이 억울하지만 참아왔던 것들을 지금의 전공의들은 참지않는다는 것을 보여준 단적인 사건이라는 것이다.

"수련환경 개선, 인식차 해소가 먼저다"

이에 따라 수련환경의 근본적인 개선을 위해서는 전공의들과 수련을 담당하는 교수들간에 이러한 사고방식의 차이를 줄이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서로가 살아온 시대가 틀리다는 것을 인정하고 한발씩 물러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

D병원의 원로 교수는 "분명 시대는 변화하고 있고 전공의들의 사고방식도 예전과는 분명 다르게 바뀌고 있다"며 "최근 전공의들은 할말은 하고 못참겠으면 차라리 수련을 받지 않겠다는 생각이 강한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의학전문대학원생들이 수련을 받는 시대가 오면 이러한 상황은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교수는 "이미 사회생활을 경험하고 거기에 군생활까지 마친 전공의들이 많아지게 되면 지금 드러나고 있는 제도의 부조리가 더욱 크게 부각될 것"이라며 "나이대가 높아지는 것도 제도변화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고 전망했다.

따라서 지켜지지 않을 수련지침 등을 무리하게 발표하는 것 보다는 현재 나타난 문제점을 교수와 전공의들이 함께 바라보며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과도한 근무시간과 연속당직 등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문제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서로가 입장을 살피고 이해하며 해결점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전협 정승진 회장은 "하루아침에 주당 40시간으로 근무시간을 줄일 수 없는 것은 당연하며 휴가 등도 병원별 특성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이러한 문제들을 전공의들과 상의하고 서로 이해할 수 있는 부분까지 조정해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련교육자협의회 김성훈 회장은 "수련담당자들도 시대가 변했고 전공의들의 요구와 기대치도 바뀌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전공의를 노동력으로 바라보는 시각보다는 교육을 위해 들어온 수련자로 받아들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복지부와 병협, 수련교육자협의회와 대전협 등 관계기관이 유기적으로 이어져 현 문제점을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장이 많아져야 한다"며 "제도로 통제하는 방식보다는 서로간의 생각차를 좁혀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수련환경 개선의 궁긍적인 해결책"이라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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