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담뱃값 인상 관전법

하지현
발행날짜: 2003-07-27 21:37:26
  • 하지현 정신과 전문의 의학박사

이번 정부 들면서 이전에 비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을만한 이슈를 잘 터뜨리는 마이너급 부처를 들라면 아마도 보건복지부를 들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몇 달 전부터 집요하게 주장하고 있는 담뱃값 3천원 인상을 통한 폐암 억제및 국민건강증진론은 김화중 복지부 장관이 최근 WHO의 담배규제 기본협약에 서명하고, 폐암조직사진을 담배곽에 넣겠다고 했고, 연내에 담뱃값을 1천원 인상하겠다는 내용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국회에 상정하겠다고 밝히며 단독플레이를 시작했다.

이에 물가를 책임지고 있으며 평소 강력한 파워를 갖고 있는 재정경제부는 복지부의 이런 행보에 바로 반박을 했다. 재경부는 담뱃값을 1천원 올리면 흡연인구가 단기적으로는 줄겠지만 6개월 뒤엔 예전 흡연인구로 돌아가고 결과적으로 물가만 0.78% 오를 악영향이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복지부는 국민건강진흥기금을 현행 150원에서 1150원으로 올려 이를 통해 얻어지는 기금 연간 3조8620억원을 흡연자 암검진, 치료, 금연지원에 1조 3100억원을 쓰고 7200억원을 저소득층 탈빈곤 지원에 우선 배정할 것이라 했다. 가격을 높여서 흡연율을 낮추지 않으면 이후 천문학적 의료비를 부담해야할 것이라며 이를 피하기 위해서는 2007년까지 1천원씩 매년 인상해야 한다는 논리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WHO에서 조사한 담뱃값 10% 인상시 소비는 4-8%감소한다는 조사결과였다.

재경부의 물가인상, 외산담배의 밀수성행, 청소년범죄 증가설 뿐만 아니라 담배와 관련된 여러 단체에서 반대이론을 내고 있다.

예산처는 지방세의 6.8%를 차지하고 있는 담배에 의한 지방세수가 담뱃값 인상으로 줄어들어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을 악화시킬 것을 우려하였고, 국민건강진흥기금이 지금도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데 기금이 급격히 늘어나는 경우 이를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 그 방안이 없다는 것도 논리의 한축이다.

이에 대해서는 감사원이 최근 국가기금에 대한 조사를 한 후 모두 20조2천억원 규모(지난해 말 기준)의 24개 기금을 폐지하라는 권고를 한 바있는데 여기에 문제의 국민건강진흥기금도 포함되어있다는 것이 뒷배경의 하나다.

한편 23일 김진표 부총리는 기자들과 만나 보건복지부의 담뱃값 인상 방침에 동의하나 그 자금을 국민건강증진기금형식으로 전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재정 충당 등 일반회계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일종의 절충안을 내놓았다.

지금 담배에 붙는 세금을 보면 한 갑에 무려 1065원이나 한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과 함께 담배는 세금 덩어리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목별로 보면 담배소비세 510원, 지방교육세 255원, 부가가치세 136원, 환경폐기물부담금 4원, 국민건강증진기금 150원, 엽연초 생산안정화기금 10원이라고 한다.

자, 이제 지금 이 논란의 핵심이 무엇인가 한 번 생각해보자.

첫째는 복지부의 전용기금확보에 대한 욕심이다. 기금이란 특정목적과 용도로 만들어 그 목적이 달성되면 없어져야한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이란 사실상 목적이 광범위하고 목적달성의 시점이 존재하기 어려운 것이며 그 기금의 사용처도 광의의 해석이 가능한 기금이다. 이는 기금으로 운영하기보다 예산에서 처리 하는것이 더 옳바른 것 일수도 있는 기금이다. 하지만 각 정부부처는 이런 식으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로 사용이 가능한 기금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반회계 예산이 1980년 5조8,000억원에서 2002년 106조로 18.2배 늘어난 데 비해 기금은 같은 기간 4조2,000억원에서 191조원으로 45.4배나 증가했다. 그 규모는 일반예산의 1.8배에 이른다고 한다. 각 부처가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고 또 국회와 감사원에서 등한시 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둘째, 준비부족이다. 복지부는 오래전부터 이를 준비해왔다기 보다 김화중 장관 취임 이후 서둘러 준비해온 것으로 보인다. 담뱃값 인상이 물가에 주는 영향, 소비가 실제 얼마나 줄지에 대한 서베이등 철저한 사전조사가 없었다. 또 가격을 올려 기금을 조성하는 방법이 아니라 복지부 내에서 독자적으로 충분히 할 수 있는 미성년자에 대한 담배판매 처벌규정 강화, 저니코틴 담배의 비율확대와 같은 것 없이 가격인상에 집착을 하는 양상이 있다.

가격인상으로 인한 재원사용처도 불분명하다. 4조의 재원중 7200억원을 저소득층 탈빈곤사업에 사용하겠다는 것도 저소득층이나 시민과 여론을 의식한 선심성 공약의 의혹이 강하며 사실상 국민건강증진사업및 흡연율 저하와 관련도는 무척 낮은게 사실이다.

셋째, 김화중 복지부 장관의 임기내 치적에 대한 욕심은 아닐까한다. 김화중 장관의 참여정부 이후의 행보를 보면 그 어떤 이전 복지부장관들보다 뉴스거리를 만들어내는데 능한 인상이다. 좀더 진중하고 신중한 그리고 장관으로서 각부처간의 협조속에 안정감있는 정책추진이 아쉽다.

어쨋거나 분명한 것은 지금 논란의 진정한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흡연률을 낮추는 방법을 찾아보자는 것에서는 그 의도와 행동방법, 이해당사자간의 입장을 보이는 것 모두가 상당히 그 궤도에서 벗어나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돌아가는 모양새를 보니 어쨋든 인상은 될 것 같다. 그 수위와 인상분에 대한 전용의 문제가 남아있을 뿐이다.

결국 자기 주장을 내세우기 힘든 흡연자들의 주머니가 털릴 것이 분명하다. 만일 어떻게 깎이든 엄청난 규모의 기금이 마련 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그러면 이 기금에서 떨어지는 건더기를 건지기 위한 일부 의료인의 각개약진이 있을까 불안한 마음도 든다. 그리고 금연운동의 당연성을 얘기하기보다 중독성 물질의 가격탄력성이 낮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제시해 일률적인 인상에 의한 소비억제의 문제점을 지적하거나, 의학적으로 타당한 다른 흡연율 감소방법에 대한 의료계의 대안제시가 지금 사회가 바라는 역할이 아닌가한다.

예를 들어 청소년기에는 중독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때이므로 이 시기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모델을 제시하거나 니코틴 함량을 낮춰 한 갑 이상을 피워도 일정 함량이상의 니코틴이 들어가지 못하게 법제화하여 중독에 빠지는 것을 예방하거나 줄이는 것도 대안의 하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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