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족스러운 의료로 가는 길

윤여동
발행날짜: 2003-12-08 06:44:23
  • 대개협 정책이사 윤여동(X-Ray21 대표)

내년도 의료보험 수가 2.65 %, 보험료 6 % 인상이 결정된 가운데 의협은 수용을 거부하고 수가동결을 결의했으며 보건복지부에 의약분업을 포함한 제도개선을 요구했다.

지난 몇 년 동안 의료 현장에 있으면서 진료하는 의사로, 병원을 경영하는 경영자의 입장에서 주변의 동료 선.후배들과 만나면 의료제도의 문제점과 불합리성,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 공단, 심사평가원의 각종 고시와 규제, 그리고 일선 진료 현장에서 환자 및 보호자와의 충돌 등, 갖은 애로 사항을 푸념처럼 털어놓는 횟수가 부쩍 많아졌다. 의료 공급자로서 그 만족도는 가히 땅에 떨어졌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료 소비자인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의료제도와 병원, 그리고 병원에서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는 과연 높은가 ?

이에 대한 대답도 선뜻 만족도가 높다고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공급자와 소비자가 모두 만족하지 못하는 그런 재화나 서비스시장이 어떻게 존재하며 이에 대한 해법은 과연 있는가?

사실 의료문제 만큼이나 그 해법이 복잡하고,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바람직한 모델로 본받을 만한 곳을 꼽기 어려운 부문도 없을 것이다.

하바드 대학교 경영대학원 교수인 Regina E. Herzlinger 가 그의 저서 “ 의료 서비스 시장의 최후의 승자 ” 에서 역설한 바에 의하면 첫째, 시장경제에 입각한 자유로운 의료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의료체계는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충분히 있더라도 제공받을 수 없게 되어있다.

한 끼의 식사로 자장면을 먹을 수도 있고 스테이크를 먹을 수도 있어야 하는데 의료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다양한 소비자의 입장과 욕구에 맞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제도를 정비하여야 한다.

19세기나 20세기에 어울리는 그런 후진적인 복지.시혜 차원의 의료에 대한 시각으로는 21세기의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와 수준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으며, 국가는 의료 보호 환자나 응급 의료 체계 등 국가가 기본적으로 보호해야 할 환자들에 대한 재원마련과 의료 체계를 잘 정비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들째, 소비자가 직접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건을 사면서 자기가 사야할 물건이 가격은 얼마이고 가격대비 성능은 만족할 만 한가? 하는 것에 대한 관심과 고민은 소비 활동의 기본이다.

그런데 현재는 본인부담금과 공단 부담금으로 나뉘어져 있어 소비자가 전체 서비스에 대한 비용이 얼마인지 알지 못하고, 또 미리 예측도 불가능하여 현명한 소비를 원천적으로 불가능하게 하며 본인이 직접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므로 인해 생기는 소비자의 모럴해저드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그리고 소비자가 직접 비용을 지불한다면 병원에서도 소비자에 대한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서비스 개선 노력에 더욱 힘쓸 것이며, 허위. 부당 청구라는 말은 애당초 생기지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보험 공단의 유지에 드는 비용이 절감되어 이를 소비자와 공급자에게 적절히 분배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수 십년간 유지해온 의료보험 체계를 일시에 수정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의료시스템을 근본적으로 혁신하지 않고서는 소비자도 공급자도 만족하지 못 할 것이며 의료 체계의 왜곡만 심화 될 것이다. 결국은 정부나 보험공단에서도 일시적인 수가 변동이나 재정 억제책을 가지고는 의료보험 체계를 제대로 유지하는 것이나 국민이 원하는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어느 한가지도 이루지 못할 것이다.

이제라도 보건의료 현장을 잘 알고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는 전문가들과 함께 보건의료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의료체계와 서비스가 회복 불가능한 정도로 낙후되어 우리나라가 21 세기 선진국가로 진입하는 데에 있어 최대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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