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경영하는 새로운 회장 탄생을"

양염승
발행날짜: 2007-05-17 06:43:27
  • 보험이사 양염승(대한가정의학회)

역대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중에서 성공한 회장은 누구일까? 필자가 의료계에서 활동한 최근 10년간의 역사를 살펴보면 의협 회장은 되는 것 만큼이나 지키는 것이 더 힘든 자리라고 여기는 편이 옳을 것 같다.

2000년 1월 의약분업 합의의 책임을 지고 유성희 회장이 물러났다. 김재정 회장 또한 이듬해 ‘집단휴진 철회’와 관련하여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사퇴했고, 보궐선거로 당선된 신상진 회장은 재선에 실패했다. 장동익 회장은 개인비리 의혹으로 대의원회에서 탄핵위기에 까지 몰렸다가 결국 국회로비 발언 파동으로 쫒기다시피 사퇴했고 사법처리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는 회장이 되는 순간, 언제 물러나게 될 지 알 수 없어 하루하루가 불안한 위치가 바로 의협회장이 아닌가 하는 한탄이 들기도 한다,

1999년 11월 30일 장충체육관 집회는 진료실을 벗어나 본 적이 없던 의사들이 세상으로 나오는 순간이자 원로들이 이끌었던 경로당 또는 관변단체 수준의 의협을 탈피하여 투쟁하는 이익단체, 정치세력화를 표방하는 의협으로 변신하는 전환점이었다.

2001년 회장 직선제의 도입은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회장 선거 전후의 학연ㆍ지연ㆍ전공과목에 따른 이합집산으로 의사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증폭시켰다.

과연 이러한 변화의 와중에서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우리 의료계를 이끌어 갈 CEO는 누구일까?

필자는 정부와 국회 그리고 시민사회단체에서 외면받고 있는 의협이 개혁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한다고 보고 있기에, 개혁의 의지와 실천역량을 갖춘 개혁의 주체가 될 사람을 회장으로 뽑았으면 한다.

자기자신과 의협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진단에 기초하여, 변화할 필요성을 굳이 느끼지 못하고 있는 의협이라는 조직 전체에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불어넣는 그런 회장을 기대한다.

의협이 당면한 최대과제는 경쟁력확보라고 말할 수 있다. 정부당국(보건복지부,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타 단체(한의사회, 약사회, 간호사회 등)에 비해 경쟁력이 없는 정책이나 조직을 가지고 있다면 의협은 도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경쟁력 확보라는 측면에서, ‘인재제일’이라는 경영철학에 우리는 유의해야 한다고 본다. 즉, 학연ㆍ지연ㆍ전공과목이나 의협회장 선거과정에서의 논공행상 등을 배제한 공정한 평가와 능력에 따른 인재의 발탁, 그릇에 맞는 권한 이양, 엄격한 근무기강과 사소한 부정도 용납하지 않는 신상필벌의 내용을 잘 살펴야 한다.

인재가 의협의 성공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알기에, 앞으로 의협의 역량에 핵심이 될 회장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해서 몇가지를 주문해 보고자 한다.

먼저 회장은 열정을 가져야 한다. 열정을 갖고서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항상 자신감에 차 있을 때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회장의 그러한 열정은 회원들에게도 전달 될 것이고, 의협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게 될 것이다.

열정은 자신이 추구하는 일에 필요한 것이라면 무엇이든지 개방적인 태도로 받아 들일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열정은 아래로부터의 정보를 차단하지 않으며, 의사소통의 기회를 열어 줄 것이다.

두번째로, 회장은 네트워크 능력을 갖춰야 한다. 의협은 이미 그 자체로서 존재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도의사회, 각 협의회, 의학회 등의 내부 고객은 물론 정부와 국민, 국회, 시민사회단체, 경쟁단체 등 수많은 이해 관계자들과 상호작용하면서 존재하고 기능하는 것이다. 따라서 회장은 각 이해관계 조직과 유용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이들에게서 협력을 구해내기도 하고, 또 새로운 관계가 필요 할 때는 어려움 없이 새로운 이해관계자들과 접촉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네트워크 능력이 외부뿐만 아니라 내부에서도 발휘되어 의협 회원들을 파악하고 결합하여, 조화시키는 것이 의협회무를 수행함에 있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세번째로, 회장은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녀야 한다. 의협회장은 협회를 대표하고 회무를 통괄하는 최고관리자이다(정관 제14조 제1항). 의협이 행하는 세세한 일들을 관리하는 것은 상임이사나 직원들의 몫이다. 회장은 의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네번째로, 회장은 윤리성을 갖춰야 한다. 개인적으로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회장이어야 할 뿐만 아니라 회무 수행에 있어서도 윤리적인 관리가 요구된다. 의협회무 수행의 윤리성에는 곧 의협 회장의 윤리성이 반영된다.

다섯번째로, 회장은 의료정책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춰야 한다. 회장의 전문지식은 회무수행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자산이다. 이러한 지식이 부족하다면, 결코 그 흐름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올바른 전략과 비전을 제시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회장은 커뮤니케이션 역량을 지녀야 한다. 지금껏 얘기한 모든 능력들을 갖추고서도 이를 표현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을 것이다. 남의 의견을 경청하고, 타인을 논리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은 다른 사람이 해 줄 수 없는 부분이다.

지금까지 새로 선출될 의협회장이 갖춰야 할 자질에 대하여 얘기해 보았다. 하지만, 이러한 역량을 모두 갖추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회장에게 요구되는 자질과 역량을 보완해 줄 사람과 조직을 곁에 둔다면 회장으로서의 성공 가능성은 한층 높아진다. 따라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워 줄 수 있게 조직을 잘 구성하고, 인재를 구하는 것이 회장이 해야 할 중요한 역할인 것이다.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