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산지수 결정방식 바꾸는 것이 평등계약 아니다

안용항
발행날짜: 2007-11-26 09:00:49
  • 안용항 의료와 사회포럼 정책위원

평등(동등)계약은 계약 당사자들이 평등한 입장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이다. 즉 공단과 의협이 대등한 위치에서 계약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평등계약에서 환산지수 결정방식 문제는 당사자 간의 합의에 의하여 결정되는 것이지 환자지수 결정방식 자체가 평등계약을 이루는 절대적 요소는 아닌 부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불평등 계약중 하나는 상대방이 원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루어지는 강제 계약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와 같은 것이다. 지정받고 싶지 않아도 정부에서 강제로 지정한다. 일종의 개인적 자유를 침해하는 형태이다. 발전된 자유민주주의 국가일수록 이러한 경우가 적을 것이고 독재국가나 전체주의 국가일수록 이런 경우가 많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강제가 있을 수 있지만 그 경우 개인의 일정한 정도의 자유를 제한하는 대신 그에 대한 보상을 지불함으로 좀 더 정의로운 해결을 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불평등계약의 또 다른 경우는 불평등하지만 받아들이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계약이다. 즉 강제는 아니지만 불평등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계약이다. 주로 특정한 기술이 없는 많은 노무자들은 일자리가 한정될 경우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는 계약일 것이다. 노무자들의 이러한 불평등을 해소하기위해서 단결권을 허용한다. 노무자들이 자신들의 불평등을 해결하기위해서 단결하여 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올바른 시장은 수요자와 공급자가 많아서 자유로운 선택이 가능한 공간이다. 올바른 시장에서 올바른 계약이 발생한다. 즉 수요자나 공급자 모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상적 시장을 흔히 볼 수는 없다. 때로는 수요자가 많거나 때로는 공급자가 많다. 공급자가 많은 경우는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 일부만 살아남고 많은 공급자는 망하고 만다. 수요자가 많으면 공급자의 이익이 늘어남으로 다른 공급자가 생겨남으로 다시 시장의 가격은 안정되는 것이다.

올바른 시장을 형성할 수 없는 경우는 불평등계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올바른 시장이 형성되지 못하는 이유 중하나는 정부와 같은 권력에 의한 강제와 독점이며 또 다른 이유는 수요자와 공급자의 수가 적거나 수요자와 공급자 수의 변동이 쉽게 일어날 수 없는 경우이다.

이제 한국의 의료상황을 통하여 올바른 시장과 평등한 계약 문제를 살펴보자.

한국의 정부 권력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라는 제도로 의료인들을 강제하므로 건강보험 계약을 파기할 수 없다. 헌법에 보장된 직업의 자유를 인정해주어야 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기본적 인권 침해 제도임이 분명하다. 따라서 이상적 시장을 형성할 수 없는 첫 번째 조건이 된다. 그렇다고 강제계약에 따른 정당한 보상도 없다. 비민주국가에서나 보이는 계약형태인 것이다.

강제계약에 따른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무자에게 주어지는 단결권이라도 주어져야한다. 그래야 거대 공단이나 정부 권력에 대항할 무기가 주어짐으로서 공단이나 정부의 부당한 통제에 저항할 도구를 가짐으로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힘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의사들은 '집회의 자유'가 없다. 따라서 공단이나 정부의 일방적 결정에 순종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그렇다면 평등계약에 접근하기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정부가 A.‘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꼭 유지하겠다면 그로인한 직업의 1.자유 억압에 대한 보상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단일 공단이나 정부의 횡포에 대한 2.정당한 저항권을 주어야 한다. 즉 집회의 자유인 것이다. 만약 정부가 의료인들의 집회로 인한 국가의 혼란을 걱정한다면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들의 만들어 직접 운영하는 형태로 탈바꿈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자신의 돈은 들이지 않고 개인의 사유 재산인 병의원들에 대한 재산권 통제만을 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점들이 개선되어야 평등계약에 근접할 수 있는 모양을 갖추게 되는 것이다.

만약 정부가 B.‘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없엔다면 국민들의 강제적 보험 가입도 동시에 없에야 한다. 그리고 1.수요자들은 자유롭게 자신이 원하는 보험에 가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이러한 보험에 가입하지 못하는 사람들과 민영보험의 횡포를 막기 위해서 2.정부가 운영하는 보험도 일정부분 필요할 것이다. 동시에 3.의료인들의 자유로운 단체 결성권을 허용하고 그들 단체가 각종 보험회사에 계약을 할 수 있게 해야 할 것이다.

즉 다수의 수요자와 다수의 공급자를 만들어 이상적인 시장의 모습을 갖추게 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의 역할은 이상적 시장을 만들기위한 조건을 만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 구체적 계약은 정부의 담당이 아니라 수요자와 공급자 사이에 자연스럽게 형성되게 해주면 되는 것이다. 이 가운데에 누락된 영세민 등의 문제는 정부가 의료시장의 보완 차원에서 보살펴주어야 하는 것이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은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하면서도 직업의 자유 억압에 대한 보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정당한 저항권마저 허용하지 않고 있다. 즉 독재국가나 전체주의 국가에서 보이는 제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의협에 하고 싶은 말은 조그마한 환산지수 결정방식의 변경이 마치 평등계약에 접근하는 것으로 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당연지정제하에서의 평등계약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집회의 자유를 획득하는 방법뿐이다.

▶이 칼럼은 메디칼타임즈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오피니언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