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법제화, 느리지만 한발씩 나가고 있다

고신정
발행날짜: 2009-03-04 12:07:39
  • 신상진 의원, 입법 공청회…제도화 필요성 공감대 확산

존엄사 법제화 작업이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과거 존엄사 논란이 안락사 허용여부 및 개념정의 등 소모적인 논쟁들에 머물렀던데 반해 , 최근에는 법 제정을 위한 논의들이 보다 구체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상진 의원(한나라당)은 4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공동으로 '존엄사법 제정을 위한 입법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공청회에서는 최근 존엄사법안을 대표발의한 신상진 의원이 직접 주제발표를 맡아, 논의를 이끌었다.

신 의원은 먼저 존엄사의 정의와 관련 "현대의학으로 회복가능성이 거의 없고 치료할 수 없는 환자에 한정해 단지 인위적으로 생명만 연장하는데 불과한 생명유지 장치에 의한 연명치료를 환자 스스로가 보류하거나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그 의미를 명확히 했다.

존엄사와 안락사는 명확히 구분되는 것으로, 동 법안의 제정이 안락사의 허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어 그는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구체화시켰다. 현재 존엄사법에서 쟁점이 되고 있는 부분은 △의사표시 추정 및 대리 인정범위 △존엄사 의사표시에 대한 이의제기 방법 △존엄사에 참여한 의료기관에 대한 민·형사상 면책 인정 등.

이와 관련 신 의원의 법안은 현재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연명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의사능력이 없는 자의 의사표시 추정을 인정하도록 하고 있으며 가족들의 이의신청 인정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이의제기 절차를 마련해 갈등의 소지를 방지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법안은 존엄사에 참여한 의료진 및 의료기관의 민·형사상 면책 인정, 존엄사 환자에 대한 보험·연금상 불이익 금지 등 존엄사 이후 후속조치에 관한 특례를 별도로 인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관련 신 의원은 "악의를 가진 친족이나 이해관계인에 의한 의료진·의료기관에 대한 고소고발을 방지하고, 보험사나 공공기관 등이 존엄사를 자살로 평가해 금전적 지급의무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제도화 필요성 공감…용어정의 및 환자판정기준 등 일부규정 개선 필요

이에 대해 국립암센터 윤영호 기획조정실장은 "이번 법안은 인권의 차원에서 존엄한 죽음과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한 존엄사에 대한 개념과 절차, 여건 등을 법제화하기 위한 노력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각론에 들어가서는 용어의 정의를 보다 구체화하는 한편 경제적 이유로 존엄사를 남용하는 등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장치들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존엄사 법안에 의학적 판단과 의사의 양심에 치료결정을 할 수 있도록 의효현장에서 적용할 수 있는 임종환자관리지침, 경제적 이유로 치료를 중단하지 않도록 말기환자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밑바탕이 된 사회경제적 안정장치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부 또한 법제화 필요성에 공감을 표한 뒤, 일부 규정에 대한 보완을 주문했다.

복지부 김강립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환자판정 기준과 관련 "담당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알 수 있지만 오진 가능성 등을 감안, 제3의 의료기관이나 병원윤리위원회 등 중립적 기구의 검증절차가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김 국장은 환자 의사표시 요건 및 절차에 대해서도 "법안에서 제시한 환자의 의사표시 성립 및 확인절차가 의료현장에서 작동 가능한지에 대해 시뮬레이션을 통해 검토하는 한편, 환자의 연령과 의학의 발전 등에 따라 환자 의사의 변화추이를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절차도 구체적으로 강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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