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분열병 발병 조기진단·예방법 찾았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9-07-15 08:00:44
  • 서울대병원 권준수 교수팀 논문 국제학술지 표지 장식

정신질환의 암이라 불리는 정신분열병의 발병 가능성을 미리 알아내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하게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권준수 교수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팀(제1저자 신경순)은 신경외과 뇌자도센터 정천기 교수팀과 공동으로 최첨단 뇌 검사기기인 뇌자도(MEG)를 이용해 정상인과 고위험군 34명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는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정상인 18명과 고위험군 16명을 대상으로 했다.

그 결과 정신분열병 고위험군의 청각 기억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저하돼 있는 것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정신분열병 환자에서 청각 기억기능이 저하되어 있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환청 같은 특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질병발병 이전의 상태에서 최첨단검사를 통해 뇌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연구성과는 국제적인 정신과 학술지 ‘Biological Psychiatry(생물정신의학)’ 6월호에 게재됐으며, 표지에 실렸다.

이 학술지는 인용지수(IF)가 8.456으로 약 1백개의 정신과 학술지 중 4위를 차지하고 있다.

MEG 검사 모습
논문 제목은 ‘정신분열병 고위험군의 뇌자도를 이용한 전주의적 청각처리’.

세계 인구의 1%가 앓고 있는 정신분열병은 비현실감을 느끼고, 환청 망상처럼 현실에서 나타날 수 없는 현상을 경험하거나 이유 없이 대인관계를 기피해 점점 외톨이가 되는 등의 증상으로 인해 환자뿐 아니라 가족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준다.

특히 환청이 특징적으로 나타나는데 이는 청각 기억기능이 정신분열병 환자에서 크게 저하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신분열병의 진단 이전 고위험군에서 뇌 이상이 있다는 것을 밝힘으로서 발병후 치료가 어려운 정신분열병의 조기 예방 및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위험군은 현재는 뚜렷한 정신병적 증상이 없더라도 가족력이 있거나, 관계사고(나와 관계없는데도 관계있는 것처럼 인식하는 것), 착각이나 가벼운 환각 등이 있으면서 학업성적이나 대인관계의 저하, 불안감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사람이다.

이를 방치할 경우 1-2년 후 정신분열병 발병 가능성이 일반인의 평생 유병률 1%에 비해 훨씬 높은 20~30%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뇌자도란 청각 감각 운동 시각 기억 언어 인지 등 뇌의 기능이 뇌 어디에서 발생하는지 정확하게 찾아내는 첨단 검사법으로, 1/1000초 보다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뇌 신경세포의 전기적 활동을 실시간 기록해 고해상도의 동영상을 얻을 수 있다.

뇌종양 등 뇌질환 수술 시 뇌의 중요 기능이 손상되어 수술후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리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선진국에서는 뇌수술 전 필수검사법으로 각광받고 있다. 국내에는 2005년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에 처음 설치됐다.

뇌자도 검사 결과 고위험군에서도 정신분열병 환자와 같이 평균적으로 청각 기억기능이 정상인에 비해 저하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권준수 교수는 “정신분열병을 예방하고 조기 진단 하려면 향후 발병이 의심되는 사람을 정확하게 가려내 적절히 관리하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이를 위한 판단기준을 마련, 발병을 예방할 수 있는 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권 교수는 "앞으로 고위험군을 추적관찰해 정신분열병이 발병한 고위험군과 그렇지 않은 고위험군 간의 차이를 밝혀내는 연구를 통해 정신분열병 환자의 특징을 파악하는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2000년 서울대병원에 정신분열병클리닉을 개설한 권준수 교수는 현재 대한정신분열병학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이와 함께 2008년에는 국내 의학자로는 처음으로 임기 4년의 국제정신약물학회(CINP) 평의원회 위원(Councillor)으로 선출되어 정신약물학계의 세계적 대가들과 함께 학회 대표자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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