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성 폐기물 규정, 의료현실 무시

조형철
발행날짜: 2004-06-14 06:43:10
  • 폐기물 분류기준 광범위, 의료기관 통제수단 우려

환경부가 추진 중인 감염성폐기물 관련 시행규칙 입법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해당 법안이 의료현실을 무시한 채 추진되고 있어 그대로 입법될 경우 일선 의원급 의료기관에 큰 파장이 우려된다.

최근 대한의사협회(회장 김재정)에 따르면 폐기물관리법 공포에 따른 감염성 폐기물 처리에 대한 시행규칙(안)이 현재 상태로 입법될 경우 일선 의원급 의료기관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의 기준이 너무 광범위하고 규제가 엄격해 자칫 의원급 의료기관의 통제를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

입법예고된 시행규칙(안)에 따르면 인체나 동물로부터 적출되거나 절단된 물체, 피·고름·분비물, 소독약이 묻은 탈지면·붕대·거즈·일회용기저귀·생리대, 일회용주사기·수액세트·혈액백 또는 혈액투석시 사용된 폐기물 등이 감염성 폐기물로 규정됐다.

또한 시험·검사 등에 사용된 배양용기·폐시험관·슬라이드·커버글라스·혈액병·폐장갑·폐배지, 폐혈액, 주사바늘·수술용칼날·한방침·치과용침과 더불어 심지어 감염성폐기물과 혼합되거나 접촉된 폐기물로 다른 감염성폐기물과 분류되지 않은 폐기물 마저 감염성 폐기물로 정의됐다.

이에 의료계에서는 형평성에 대한 문제 제기와 함께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려운 사안들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의협 김성오 의무이사에 따르면 약솜의 경우 환자들에게 주사 후 환자가 소독이 끝날 때까지 주사부위를 누르고 있다가 병원을 나서며 일반 쓰레기통에 버리면 의료기관의 분류위반으로 단속의 대상이 된다.

생리대 역시, 환자가 화장실에서 몰래 일반 휴지와 함께 버릴 경우 단속대상에 포함될 수 있으며 일회용 주사기는 사용여부에 관계없이 감염성 폐기물로 분류돼 처벌받는다.

좀더 광범위하게 규정을 적용할 경우 의사의 가운도 감염성 폐기물에 접촉된 것으로 판단, 이를 방치할 경우 감염성 폐기물과 접촉된 일반 폐기물로 판단될 수 있는 소지가 다분한 실정이다.

김성오 이사는 "의료기관에서 실제 감염의 위험이 있는 폐기물은 한정적인데도 불구 너무 포괄적으로 감염성 페기물 분류기준을 설정하다 보면 환자가 있는 일반 가정에서 배출되는 쓰레기 역시 마찬가지 기준이어야 할 것"이라며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인력이 간호조무사와 의사 등으로 한정돼 있어 이러한 규제가 현실화될 경우 의사의 진료업무에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며 "이는 업무과중으로 인해 거의 대부분의 의사들이 범법자로 전락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예상했다.

따라서 의협은 감염성 폐기물 규정에 대한 불합리함을 여론화하고 환경부 장관과의 면담을 통해 입법시기를 최대한 늦추려는 노력과 함께 일선 회원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힘을 모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부산광역시 의사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감염성 폐기물 관리규정은 의료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행정편이주의적인 발상으로 규제가 무한적으로 강화돼 의사본연의 업무인 환자진료업무에 큰 부담을 주고 있는 실정"이라며 규정과 기준을 합리적이고 현실적으로 개정할 것을 요구했다.

또 '감염성폐기물'이라는 명칭은 국민들에게 의료기관을 혐오기관으로 인식하는 이미지 실추와도 연관될 수 있어, '감염성폐기물'을 '의료폐기물'로 명칭이 변경되어야 한다며 "감염성폐기물의 분류는 감염의 위험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전혀 전제되지 않은 채 단지 외형적 성상만을 고려한 분류에 그쳤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미국과 일본의 경우 병원에서의 실제 감염성 폐기물의 비율은 5% 미만에 불과하다는 연구결과도 있는데 우리는 병원에서 나오는 폐기물은 모두 감염성폐기물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라며 "감염성 폐기물 관리는 오히려 의사에게 가장 직접적인 피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해도 지켜질 것"이라고 피력했다.#b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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