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ina Dream'을 쫓는 한국 의사들<1>

조형철
발행날짜: 2004-07-01 07:09:14
  • 중국서 살으리랏다

[창간 1주년 특별기획]'China Dream'을 쫓는 한국 의사들

최근 세계인구 4분의 1에 해당하는 중국에서 한류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는 가운데 성형외과를 앞세운 한국의료도 덩달아 주가를 높이고 있다.

방대한 중국 의료시장은 무한한 가능성을 잠재하고 있지만 정책적인 지원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중국진출에 성공한 의사들은 중국시장 진출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창간 1주년을 맞아 중국 현지 취재를 통해 '금맥'으로 떠오른 중국 의료시장 진출에 대한 위험성과 주의할 점, 진출 노하우 등을 분석해 본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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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의료시장의 ‘금맥’, 中國을 가다
② 中國 진출의 허와 실
③ 의료시장 개방과 중국의 속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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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빌딩 숲
[창간 1주년 특집 중국 현지르포]
의료시장의 ‘금맥’ 中國을 가다

한국에서 비행기로 1시간 30분 이상을 날아와 도착한 중국 상해는 그야말로 뉴욕을 연상케하는 빌딩 숲과 번화한 거리로 강렬한 첫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빌딩들은 위로만 높은 것이 아니라 차지하고 있는 면적에서도 우리나라의 빌딩들을 압도했다.

아무리 세계적인 도시에 '동양의 진주'라지만 "이정도일 줄은..." 중국에 대한 선입견이 여지없이 무너지는 순간이다.

붐비는 인파와 빌딩 숲을 뒤로하고 상해 3대 상권의 하나인 '시자웨이(宛平南路)' 거리에 위치한 염낙천 미용정형외과를 찾았다.

한국인 명의로 된 중국병원 개원
대로변에 위치한 의원 건물은 유동인구를 적절히 흡수할 수 있게끔 자리했으며 내부 인테리어를 고급쇼파와 조명으로 화려하게 꾸며 중국내 고소득층을 타깃으로 했다.

또한 건물 뒤로는 고소득층이 주로 거주하는 고급아파트에 둘러쌓여 있어 성형외과로는 천예의 입지를 갖췄다.

그러나 이러한 기자의 평에 염낙천 원장은 "중국에서 배후세대를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라며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가 워낙 커서 환자들 인식이 '4시간이면 가까운 거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염낙천 원장에 따르면 항공편을 이용해 수천킬로미터나 떨어진 다른 도시에서 수술을 받으러 오는 환자도 있으며 중국에서 미용성형이 잘 알려지면 거리는 상관없이 수술상담을 받으러 오기 때문이다.

특히 염 원장은 1년 8개월을 기다린 결과, 지난 6월 1일 한국인으로서는 최초로 외국 병원이 아닌 내국인 병원으로 관할 행정부의 병원개설 허가를 받았다.

이는 매우 특이한 케이스로 여지껏 보고된 바가 없었으나 염 원장을 계기로 확대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염낙천 미용정형외과 전경(上), 허가증(下)
염낙천 원장은 "대학 후배가 근무하고 있는 중국 의료기기업체 및 상해중의학대학 부속병원인 용화의원과 함께 합자했다"며 "순수 기술지분으로만 70%를 인정받아 병원 명의는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염 원장은 이러한 사례가 가능하게 된 이유로 자신의 의료기술을 신뢰한 관할 행정부와 중국내 합자병원이 행정적인 편의를 제공해서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사실을 확인해주는 중국 정부의 정식 병원개설 및 영업허가증은 의원 입구 데스크에 당당히 걸려 있으며 수련병원으로까지 인정받아 중국인 의사 8명과 함께 진료하고 있다.

현재 중국 상해는 33도를 웃도는 여름날씨로 성형수술을 받기에는 적당치 않은 계절. 이에 따라 지난 6월 개원시점부터 현재까지 시술례는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다.

또한 순수 기술에 의한 투자지분이기 때문에 자본투자에 의한 한국으로의 과실송금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와 관련 염낙천 원장은 "개원 초기라 환자 수요를 평가하기엔 아직 이르고 자본을 투자하지 않아 송금이 불가능하지만 굳이 송금해야 할 필요성을 못느낀다"며 "내 자신의 병원을 중국에 마련한 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했다.

현재 염 원장은 사위인 김도연 부원장과 함께 상해에서 생활하고 있으며 중국에서 자리를 잡아 진료는 격일로 하면서 골프와 같은 취미생활을 주로 즐기겠다는 노후계획을 구상하고 있다.

아이미 성형외과 간판(上), 조을제 원장 소개(下)
원내원 진출 '아이미 성형외과'
상해 푸동에 위치한 '아이미 성형외과'는 성형외과 전문의 조을제 원장이 중국 현지병원의 한 층을 빌려 진료하는 이른바 '원내원 진출'의 전형적인 형태다.

지난 5월 개원한 조 원장의 병원은 4층으로 중국인 병원을 지나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 계단을 오르는 동안 액자에 담긴 한국 연예인 사진과 조을제 원장에 대한 소개를 볼 수 있으며 한류열풍의 주역들이 조 원장과 함께 찍은 사진도 병원 곳곳에 진열돼 있다.

조 원장에 따르면 한 연예인이 자신의 병원을 방문했을 때 중국 공안이 협소한 공간에 팬들이 몰려 사고를 낼까 우려, 끝까지 제지해 인근 호텔에서 행사를 개최했다.

중국인 간호사의 안내를 받아 들어선 조을제 원장의 병원은 깔끔한 인테리어에 한국인 간호사 1명과 통역을 담당하는 조선족 간호사 3명을 두고 있으며 한국인 사무장 한명이 근무하고 있다.

현지 사무장의 부인은 중국인으로 실제 병원의 모든 사항을 운영하며 모체가 되는 병원의 중국인 의사와 원내원 임대계약을 체결, 실질적인 병원 소유자다.

원내원 진출은 직접 투자를 했을 경우 법적 명의자인 중국인이 병원 소유권을 주장하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법적인 보호장치가 전무한 실정. 그러나 조 원장은 투자를 하지 않은 채 초빙만 된 상태로 시술하며 이의 댓가로 수익금의 절반을 지급받는다.

중국인 환자와 상담하고 있는 조 원장
조 원장은 현재 한 한국인 의사가 중국인 명의를 빌려 한식당을 개업했으나 중국인이 소유권을 주장하는 바람에 분쟁으로 곤란한 상황을 겪고 있다며 원내원 진출로 투자할 경우 중국측 명의자에게 차용증을 써두는 것도 좋은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의료에 대한 기본지식을 바탕으로 중국어까지 능통하게 하는 사무장 덕분에 환자 문진이나 상담시 매우 편하다며 환자의 불만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제대로 된 통역이라고 주장했다.

환자는 여름 비수기로 인해 하루에 1~2건 정도 상담이나 시술을 하고 있으며 시술단가는 한국의 60% 정도를 받고 있다.

조 원장은 현재 아들과 이를 뒷바라지 하는 부인을 외국에 보낸 후 '기러기 아빠'로 상해에 홀로 머물고 있으며 향후 상해에 투자하면서 노후를 편안히 보내려는 계획이다.

병원전경(上), 병실내부(中), 로비전경(下)
웰빙 전문병원 'SK아이캉'
올해 4월 북경에서 진료를 시작한 SK아이캉 병원은 중국 중앙정부와 정식합자 및 국내 5개 의료기관과의 합작방식을 통해 중국에 진출한 케이스. 한화로 30억이상을 투자했으며 30%는 중국측 지분이다.

SK아이캉은 11개 특성화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는 전문 특화병원으로 컨셉을 '웰빙'으로 잡았다. 중국 고소득층을 대상으로 최고급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응급실을 설치하지 않고 중환자의 경우 타 병원으로 인계하며 일반적인 미용 및 웰빙을 위주로 하는 진료만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건강검진시 중국내 다른 병원에서 실시하지 않는 심리치료를 병행해 주기도 하고 공복으로 내원해 검사를 받는 환자들을 위해 샌드위치 등을 제공하는 공간도 분위기 있게 연출했다.

병원 건물은 총 4층으로 1층은 건강검진 및 심리치료 원내약국 등이 자리잡고 있으며 2층은 성형외과를 비롯한 미용과 관련된 웰빙치료 등을 실시하고 3층은 병실, 4층은 사무공간 및 수술실로 이루어져 있다.

카페트와 TV 및 쇼파 등 호텔을 방불케하는 인테리어의 고급병실은 총 50개로 가동률은 10% 내외에 불과한 실정이다. 현재 성형외과와 피부과의 수익률이 가장 높으며 나머지 과는 실적이 비교적 낮은 상황이다.

환자구성은 중국인과 한국인 비율이 2:8 정도로 아직까지는 중국내 한국인이 주요 고객이며 현지 중국인 진료를 확대하기 위해 고급헬스클럽이나 부유층 클럽 및 골프대회 등에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SK아이캉 병원 최창익 대표는 "각 진료과별로 그동안 실적과 수요예측 데이터를 통해 튜닝작업을 실시하고 있다"며 "중국에 진출한 다른 외국병원 보다는 적응속도가 빠른 편으로 향후 6개월 후를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연계 마케팅으로 승부 '바스키아'

바스키아 클리닉 간판(上), 병원 숫자 도메인(下)
중국에 작년 7월 15일 개원한 바스키아 여성전문 비만클리닉은 한국 바스키아병원의 분원으로 중국인 관리자의 명의로 등록돼 있다.

이 전문 클리닉은 강재구 원장과 한국에서 친분이 있는 수입의료기기 업체가 기존에 거래를 해오던 중국측 파트너와 함께 3자 합자해 개원했다.

의료기기 업체는 중국내 자사제품 홍보를 위해서도 전진기지가 필요했고 의사 또한 신뢰관계를 바탕으로 한 중국측 개원 파트너가 필요했기 때문에 서로 '윈-윈'한 케이스로 볼 수 있다.

바스키아 클리닉은 SK아이캉 병원 인근에 위치해 있으며 같은 건물 내에 있는 고급 '스파'(여성 미용휴게실)와 연계해 환자를 유치하고 있다.

스파에서 환자들이 미용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알선하고 바스키아측은 할인티켓을 구입해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서비스로 나눠주는 식이다.

바스키아 클리닉의 인터넷 주소 역시 환자들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중국의 방식을 따라 숫자 도메인을 선택했다. 선택한 숫자 도메인은 '49kg.com.cn' 으로 여성들이 선호하는 몸무게를 표현했다.

고급화 및 특성화 전략으로 외국인 환자도 많이 내원하고 있으며 환자 수요는 한달에 지방흡입만 6~7명정도 시술 및 상담을 하고 단가는 한국에서의 70% 수준으로 받는다.

바스키아 클리닉은 중국내 프랜차이즈를 운영할 계획으로 있으며 강재구 원장은 중국으로 완전히 이전할 계획으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최근에는 한국의 성형, 피부, 치과 등 3개과가 함께 투자해서 만든 연합지주회사 '뷰티차이나'가 중국의 대표적인 국립병원인 루이진 병원과 합자 및 합작형식으로 손잡고 미용전문 클리닉 개원을 준비중에 있다.

중국에 진출한 의사들은 하나같이 초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중국에서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꿈꾸고 있다. 그러나 헤쳐나가야 할 문제들은 아직 남아 있으며 그 누구도 완전한 성공노하우를 가지고 있지 못한 실정이다.

이들 선구자의 노력들은 비록 시작에 불과하지만 훗날 있을지 모를 한국 의사들의 '골드러쉬'에 밑거름이 될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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