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의학계에 서남의대는 없다 "고립 자초"

안창욱
발행날짜: 2010-11-08 06:50:31
  • 인정평가 거부, 논문발표 최악…대학 "그냥 지켜보라"

[특별기획] 서남의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남의대가 의대인정평가를 거부하면서 의료계로부터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교과부로부터 학자금 대출제한 대학으로 지목돼 퇴출 압박을 받고 있는 상태다. 이로 인해 재학생, 졸업생들은 서남의대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부실의대 딱지를 평생 달고 살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제2의 서남의대를 막기 위한 대책이 무엇인지 짚어본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서남의대에서 피어난 불행의 싹
(중) 부실의대 졸업생의 험난한 미래
(하) 의대 신설은 로또…장벽이 없다
"서남의대는 버스를 놓쳤다. 안타깝다." 한국의학교육평가원 안덕선(고려의대) 원장의 말이다.

의평원은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제2주기 의대인정평가를 시행중이다. 그러나 서남의대는 전국 41개 의대, 의학전문대학원 가운데 유일하게 평가를 받지 않고 버티고 있다.

그러자 한국의학교육협의회(회장 김성덕)는 지난 8월 서남의대에 대해 조속히 평가에 응하라고 촉구했지만 사실상 시한을 넘겼다.

의평원은 이달 중순까지 17개 의대, 의전원을 대상으로 4차년도 의대인정평가를 끝내기 때문이다. 의평원은 2주기 평가를 종료하고, 내달 이들 대학의 인증 여부, 인증 기간을 발표한다.

서남의대가 의대인정평가 막차를 탈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것이다.

서남대는 홈페이지에서 학생들에게 꿈을 실현하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안덕선 원장은 "대학이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의대인정평가를 받을 수 있는데 서남의대만 이를 거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서남의대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서남의대 모교수는 "교육 여건이 다른 의대에 뒤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나름대로 투자를 하고 있고, 의대인정평가를 준비하고 있다"면서 "다만 시간이 필요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서남의대가 과거 5년 연속 의사국시 합격률 100%를 기록한 것만 보더라도 교육부문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학생들도 만족하고 있다"면서 "문제는 자꾸 부정적인 시각에서 이야기하는 것"이라고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서남의대는 2005년까지 5년 연속 의사국시 합격률 100% 행진을 한 바 있다.

그는 "서남의대에 대한 (언론의) 지나친 관심이 부담스럽다"면서 "대학에 문제가 있다면 교육과학기술부가 알아서 하지 않겠느냐. 제발 그냥 지켜봐달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서남의대가 의대인정평가를 거부하는 것에 대한 의학계의 시선은 매우 냉소적이다.

한국의학교육학회 소속 모교수는 "서남의대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 모르지만 의대인정평가를 거부한 채 의사국시 성적만 높이면 된다는 식의 발상은 대단히 비교육적인 태도"라고 질타했다.

서남의대는 국내외 학술 교류도 거의 하지 않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2010년도 추계학술대회를 마친 일부 학회의 논문 발표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한재활의학회에서는 구연 87개, 포스터 391개가 발표됐다.

대한감염학회와 대한화학요법학회는 추계학술대회를 공동 개최하면서 구연 38개, 포스터 99개를 채택했다.

하지만 서남의대 교수나 전임의 등이 참여한 논문은 단 한편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사정은 대한성형외과학회 학술대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교과부가 운영하는 대학정보 사이트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서남의대는 2009년도 기준으로 국내 학술지(학술진흥재단 등재지, 기타 학술지 포함)에 3.5편, 국제학술지에 0.2편을 발표했다.

국내 41개 의대, 의전원 가운데 최하위다.

서남의대 관계자는 "국내외적으로 중요한 연구업적을 내지 못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교수들이 연구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면서 "다만 교육기관이다보니 학생 교육에 치중하는 것일 뿐이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자꾸 언론에서 때리니까 자존심이 상하고, 이런 게 누적되다보니 외부 활동도 위축되는 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서남의대는 국내 의학계에서만 고립된 게 아니다.

의평원은 지난해 WFME(세계의학교육연맹)가 우리나라 의대 현황을 보고해 줄 것을 요청하자 서남의대가 2주기 의대인정평가를 신청하지 않은 사실을 통보했다.

안덕선 원장은 "의대인정평가를 받지 않으면 국제적으로 인정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다른 나라와의 학문적 교류를 할 수 없고, 이는 학생들에게 불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전세계 의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아비세나 디렉토리(Avicenna Directory) 역시 인정평가평가를 통과해야 이름을 올릴 수 있는데 최신 정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서남의대가 의대인정평가에서 인증받지 않는 한 국제사회로부터 고립을 면키 어렵고, 이런 경향이 앞으로 더 강화된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서남대는 지난 9월 교과부가 선정한 학자금 대출한도 제한 30개 대학에 포함되면서 퇴출 압박까지 받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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