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CJ 고발…'인력 빼가기냐 자연 이탈이냐'

이석준
발행날짜: 2011-03-14 06:46:48
  • 업계 의견 분분…상도의 어겼다 VS 자연스러운 현상

한미약품이 '우수 인력을 빼갔다'며 CJ제일제당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 고발한 것과 관련, 업계 의견이 분분하다.

CJ가 상도의를 지키지 않았다는 쪽과 한미 직원 이탈은 어디까지나 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이견이 상충하고 있는 것.

14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는 지난달 말경 CJ를 공정위에 고발했다. 자사의 영업사원을 가로채갔다는 이유에서다.

한미는 CJ가 지난해부터 1년 여에 걸쳐 충청도 지역 베테랑 영업사원 20여 명을 조직적으로 스카우트했다고 주장했다.

한미는 이에 대한 근거로 CJ 인사팀이 자사 지점장급에 보낸 이메일을 지목했다. 메일에는 '2011년 전진을 위해서 우수한 타짜(영업사원)를 반드시 영입해야 한다. 특히 세미급을 위한 담당자를 집중 공략해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제약업계에서 우수 인력 스카우트 전쟁은 예전부터 논란이 많았지만, 공정위 고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자, 업계는 공통으로 동종업종끼리의 다툼을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각자의 생각은 달랐다.

먼저 한미를 두둔하는 입장이다.

국내 A제약사 임원은 "특정 지역에서, 그것도 베테랑 영업사원이 대거 이탈한 것은 (공개 채용을 했다고 하지만) 어느정도 CJ측에서 손을 쓰지 않았나 싶다"며 조심스레 말문을 열었다.

그는 "특히 우수 영업사원 이직은 국내 제약산업 특성상 거래처까지 딸려간다"며 "한미는 당장의 매출 누수 현상보다는 앞날에 대한 걱정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내 B제약사 관계자도 "우수 영업사원을 키우고, 해당 거래처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회사 측의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만약 CJ가 의도적으로 진행했다면, 상도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지만 같은 현상을 정반대로 바라보는 이도 많았다.

국내 C제약사 임원은 "우수 인력이 더 좋은 곳으로 이직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회사에서 더 좋은 조건을 제시 못해 다른 곳으로 떠나는 현상은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한미는 작년 창립 이래 첫 적자를 기록했다. 물론 올해도 쉽지 않다는 전망이 우세하다"며 "직원 이탈 현상을 공정위에 고발한 것은 '회사 어렵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자기 얼굴에 침 뱉는 격"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한미는 지난해 영업손실 13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도 영업이익이 484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적자 전환된 것이다. 매출액(5946억원) 역시 전년(6161억원) 대비 3.5% 줄었다.

이 수치는 회사 분할 전후의 실적을 합산한 것이다.

다국적 D사 임원도 "최근 영업사원 빼가기 문제가 언론의 조명을 받고 있다"며 "하지만 보다 좋은 조건에서 일하고 싶은 마음은 모든 직장인의 꿈이다. 인력빼가기 보다는 자연이탈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내 E사 관계자도 "한미 역시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경쟁사 영업사원을 대거 데려간 것으로 안다"며 "이번 고발건은 실적이 좋을 때는 몰랐지만, 그렇지 않으니 조바심이 생겨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관련기사

제약·바이오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