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파업' 최후의 카드 꺼내든 제약계, 통할까

이석준
발행날짜: 2011-09-23 06:43:09
  •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회원사 참여 저조할 경우 역풍

|초점| 제약업계 사상 초유의 약 생산 중단 선언

제약업계가 결국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우선 하루 동안 약 생산을 중단, 정부의 약값 일괄 인하 정책에 반기를 든 것이다.

#i1#22일 한국제약협회는 내년 예고된 약값 일괄 인하를 막기 위해 긴급이사회를 열었다.

그리고 10월 초 200여 곳의 전 회원사가 하루동안 의약품 생산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 제약업계 역사상 초유의 사태다.

협회는 "복지부의 8·12 약가인하 조치는 충격이 너무 크고, 논리도 빈약하다. 또 재량권 일탈의 위헌적 요소가 있다. 한마디로 토종 제약산업 말살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제약업계는 8·12 약가인하 발표 이후 정부 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전면 재검토를 수차례 요구했다. 하지만 정부의 태도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인내심에 한계를 느낀 업계는 '약 생산 중단'이라는 마지막 카드를 던진 것이다.

제약계의 이번 결정은 산업에 대한 불안감이 크게 증폭됐기 때문이다.

실제 많은 업체들은 약가인하안 발표 후 인원 감축, 연봉 삭감 등의 방법을 모색했고, 이는 자연스레 산업 종사자들을 동요하게 만들었다.

A제약사 관계자는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약가인하의 부당성을 만천하에 알려야 한다. 이렇게 되면 정부도 압박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약 파업' 꺼내든 제약계, 정부 압박 가능할까

하지만 제약계의 계획대로 하루 동안 약 생산중단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회원사의 동참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불안 요소는 많다. 일단 회원사에는 국내사는 물론 다국적사도 포함돼 있어 공감대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다. 또 정부 눈치를 두려워한 일부 제약사가 동참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이렇듯 만에 하나 회원사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면,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했다는 역풍을 맞을 공산이 크다.

물론 '약 파업'이라는 초강수로 사회적 관심을 주목시킨 만큼 정부의 약가인하조치의 부당성을 사회에 알리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B제약사 임원은 "이번에도 단결된 모습을 보이지 못한다면 긁어부스럼 만드는 꼴이 된다. 제약업계의 운이 달린 만큼 적극적인 협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약업계 사상 초유의 약 생산 중단 선언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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