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80년대 미국의 과오를 범하지 않길…"

안창욱
발행날짜: 2011-11-05 06:50:01
  • 병협, 학술대회에서 일본 DRG·대만 총액계약제 조명

한국 뿐만 아니라 건강보험제도를 도입한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적인 고민은 건강보험체계를 효율화하기 위해 진료비 지불제도를 개혁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공급자의 반발과 일부 문제점이 노출되면서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형국이다.

히데키 하시모토 교수
대한병원협회는 3일부터 양일간 여의도 63빌딩에서 '새로운 서비스 디자인과 보건의료 혁신'을 주제로 '2011 Korea Healthcare Congress'를 개최했다.

이번 학술대회에는 미국 보건의료의 개혁을 이끌고 있는 세계적인 석학 맥스웰 그렉 블록(조지타운대 법학과 교수)과 스티븐 쇼텔(UC 버클리 보건대학장) 등 총 12개국에서 28명의 해외연자가 강의에 나섰다.

학술대회에서 가장 관심을 모은 세션 중 하나는 4일 열린 '건강보험 지불제도의 변화와 병원의 대응' 이었다.

도쿄대 히데키 하시모토 교수는 '일본의 지불제도, 행위별수가제에서 신포괄수가제도까지'를 발표하면서 '살얼음판' 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는 "1990년대 일본 경제의 거품이 꺼지면서 정부가 진료비 통제에 나섰고, 의료서비스의 효율화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댔다"고 강조했다.

결국 일본은 진료비 증가를 억제하기 위해 2001년부터 입원진료에 대해서는 일본형 포괄수가제인 DPC(Diagnosis and Procedure Combination) 제도를 시행했다.

퉁리앙 치앙 교수
그는 "정부는 DPC 하에서 병원이 추가진료비를 청구하는 것을 금지했고, 이를 통해 거시적 차원에서 비용 증가를 통제할 수 있게 됐고, 의료비 증가율이 GDP 증가률 이하로 낮아졌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문제는 비용 통제 측면에서는 성공을 거뒀지만 병원 효율성을 제고하는데는 실패했다"면서 "DPC 제도 시행후 병원들이 어려움을 겪었다"고 설명했다.

전년도 평균치 진료비를 기준으로 포괄수가를 책정한 결과 고비용 구조의 대형병원은 수익성이 악화되는 문제점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 때문에 정부가 제도 개선을 모색하고 있지만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총액계약제를 시행하고 있는 대만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대만의 총액계약제 및 지불제도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한 대만국립대 퉁리앙 치앙 교수는 "진료비 총액을 제한함에 따라 병원들이 성장을 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병협 성상철 회장
1994년부터 총액계약제를 시행하기 이전 병원의 이익률이 10% 이상이었지만 시행 이후 상당히 감소했다는 것이다.

대만 역시 입원의 경우 현재 500여개 질병군에 대해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질병군을 확대해 가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들은 포괄수가 대상 질병군을 급속히 늘리는 것을 부담스럽게 생각하고 있으며, 정부에 속도를 늦춰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는 게 퉁리앙 치앙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총액계약제는 전체 진료비용을 통제해 효율성을 제고하는데 성공했지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국도 입원진료에 대해서는 포괄수가제를 당연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지만 의료계의 반발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복지부는 2015년 7개 질병군 포괄수가제를 전면 적용하고, 현재 공단 일산병원에서 시행중인 신포괄수가제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더글라스 우드 정책실장
이에 대해 병협 성상철 회장은 3일 기자간담회에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성상철 회장은 "포괄수가제는 평균진료를 요구하지만 대세는 맞춤치료"라면서 "환자에 따라 필요한 진료가 다른데도 불구하고 너무 평균진료를 요구하면 병원과 환자의 갈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고 꼬집었다.

특히 성 회장은 "병협의 입장은 건강보험 재정 확대를 전제로 현 행위별수가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포괄수가제를 점차 확대하는 것"이라고 못 박았다.

메이요병원 더글라스 우드 기획정책실장은 한국이 미국의 실패한 전철을 되풀이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그는 "의료비용을 낮추면서 의료 품질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한국의 건강보험 수가와 관련한 이슈를 보면 1980년대 미국 상황과 흡사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현재 한국 정부는 건강보험 지출이 증가하는 것을 통제하고 있지만 병원 입장에서는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품질을 향상시켜야 한다"면서 "그러다보니 의료기관의 원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환기시켰다.

그는 "미국도 1980년대 말 동일한 현상이 발생했고, 이 때문에 고통을 겪으면서 지금은 양적 접근을 지양하고 질에 기반한 수가를 책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은 미국이 겪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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