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로 근근히 버티고 있는데…차라리 병원 닫겠다"

발행날짜: 2013-01-04 06:46:24
  • 의료급여환자 비중 80% 정신병원들, 정부 예산 삭감 맹비난

국회가 보건복지부가 신청한 의료급여 미지급금 청산 예산을 대폭 삭감하자 일선 의료기관들이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특히 의료급여 환자 비중이 높은 정신병원들은 대출에 사채까지 받아가며 근근히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예산을 삭감하면 버틸 재간이 없다며 하소연이다.

A정신병원 원장은 3일 "지난 11월부터 의료급여 환자 진료비가 들어오지 않아 대출로 간신히 월급을 지급하고 있다"며 "해가 바뀌면 나아질까 기대했는데 벽두부터 날벼락 같은 소식"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원가에도 못미치는 일당정액수가로 인해 연명하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의료급여비마저 지급되지 않으면 버틸 재간이 있겠느냐"면서 "차라리 병원 문을 닫을까 생각중"이라고 덧붙였다.

국회가 의료급여 미지급금 청산을 위해 보건복지부가 신청한 예산을 절반 가량 삭감한 것을 겨냥한 비판이다.

국회는 최근 2013년도 예산안을 확정하면서 복지부가 신청한 의료급여 미지급금 청산 예산 4919억원 중 2224억원을 삭감했다. 또한 의료급여 예산도 600억원 깎았다.

이로 인해 정신병원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정신병원의 경우 의료급여 환자가 입원환자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직격탄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정신의료기관협회 홍상표 사무총장은 "정신병원 대부분은 의료급여 환자가 80% 이상을 차지한다"면서 "결국 의료급여비 미지급 사태가 발생하면 한달 수입의 80% 이상이 묶여 버린다는 뜻"이라고 환기시켰다.

그는 이어 "지난해에도 10월부터 의료급여 환자 진료비가 들어오지 않았는데 올해는 그마저도 줄었으니 8월, 9월 정도면 예산이 바닥날 것"이라며 "올해는 미지급금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겠다고 공언하더니 정말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홍 사무총장은 "정신과 의료급여환자에 대한 일당정액수가를 5년째 동결하면서 정신의료기관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의료급여 진료비 지급까지 지연되면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금융기관들도 의사, 병원 대출 규모를 줄여가고 있다는 점에서 이같은 유동성 위기는 의료기관 도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팽배하다.

B정신병원 원장은 "요즘은 병원 대출 한도가 줄어 운영비를 사채로 끌어다 쓰는 원장들도 많다"면서 "미지급금이 들어올 때까지 이자도 못메꾸는 사례도 종종 있는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제대로 환자를 볼 수 있겠냐"며 "결국 의료서비스 질 하락은 불 보듯 뻔한 얘기"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복지부는 조만간 계수 조정 등을 통해 예산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부도 예산 삭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면서 "계수 조정이나 추경 예산 편성 등을 통해 의료급여 예산을 확보하는 방안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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