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동결 등 비상경영 본격화…교수들 "너무한 것 아니냐"
IMF도 글로벌 경영위기도 이겨내며 상승세를 이어가던 대학병원들이 휘청이고 있다.
빅 5병원으로 불리며 전국 환자들을 흡수하던 대형병원들조차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고 이 여파는 지방대병원까지 번지며 대학병원 전체에 한파가 몰아치는 모습이다.
임금 동결은 기본…도서구입비·학회 지원금 올스톱
수도권에서 알짜배기 병원으로 통하는 A대병원은 임금 동결과 더불어 원내 행사 지원금은 물론, 학회 지원금을 모두 폐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A대병원 교수들은 해외 학회에 참석하려면 자비로 모든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분기마다 개최하던 건강강좌는 물론, 학술 심포지엄도 모두 의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방침도 내렸다.
스스로 제약사 등에서 후원을 받아내지 못하면 아예 행사를 폐지하라는 통보다.
특히 A대병원은 경영 개선을 위해 최근 치료재료 심의위원회라는 별도 조직도 만들었다. 그동안 진료과 단위로 구매하던 치료재료 등을 중앙 단위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A대병원 의료진은 모든 치료재료를 구입할 때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재료 하나까지 최대한 낭비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의 중위권 병원인 B대병원도 마찬가지 경우다. B대병원은 그동안 의료진에게 지급되던 도서구입비를 모두 삭감했다.
그동안 의국마다 지원되던 도서구입비는 각 진료과목마다 500만원선. 병원 경영이 예상보다 급속도로 나빠지자 이 돈이라도 아껴보자는 취지에서 아예 조항을 없애버린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이들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중소 대학병원이나 지방대병원들은 마른 수건을 짜다 못해 그로기 상태에 몰려있다.
서울의 C대병원은 임금 동결은 물론, 교수들에게 지급되던 진료 인센티브를 모두 없앴고 D대병원도 임금을 1% 인상하는 대신 모든 인센티브를 중단했다.
지방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방 국립대병원인 D대병원은 임금 동결을 선언하고 각 부서별 예산을 20%씩 삭감했다.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것이다.
깨어진 '대마불사' 공식…빅 5병원도 휘청
이같은 경향은 중소 대학병원과 지방대병원에 한해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블랙홀로 불리며 환자를 독점하던 빅 5병원도 적신호가 켜졌다.
위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곳은 가톨릭의료원이다. 가톨릭의료원은 이례적으로 박신언 몬시뇰 가톨릭대법인 교구장이 직접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우선 병원별로 강도높은 자구책 마련을 주문했으며 여의도 성모병원과 의정부 성모병원은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이로 인해 여의도 성모병원은 의료진 100여명을 서울성모병원 등 그나마 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나은 곳으로 전출시켰다.
또한 명예퇴직을 신청받는 등의 방법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에 있다.
이러한 위기는 다른 병원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등 산하 병원들은 이미 진료 외 수익 대다수를 여의도 성모병원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들의 곳간도 점점 비어가고 있다.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다른 대형병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나마 모 기업을 뒷배로 두고 있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서울대병원과 연세의료원 또한 이미 경보를 울린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은 진행중이던 주차장 확장공사와 심뇌혈관병원 건립을 연기했고 모든 부서가 경비 절감 계획 마련에 착수했으며 성과급은 물론,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연세의료원은 원내 행사는 물론, 해외 연수 등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으며 부서별 경비 절감 대책을 수립중인 상태다.
교수들 불만 폭발…노사 갈등도 일촉즉발
이러한 비상경영 체제가 시작되면서 병원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폭발하고 있다. 경영 수지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A대병원 교수는 "다른 것도 아니고 수술에 들어가는 치료재료를 모두 검사 맡고 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당장 수술해야 하는데 언제 재료 하나하나를 결재 받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다른 교수들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적어도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예산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B대병원 교수는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것이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조치"라며 "하지만 도서 구입비까지 없애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공부하기 위해 책을 사겠다는데 이정도도 지원을 못하면 대학병원 간판이 무색한 것 아니냐"며 "아낄 것을 아껴야지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일부 병원에서는 노사 분규가 일어나고 있다. 파업 일주일을 넘기고 있는 서울대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22일 파업을 선언한 이래 아직까지 병원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상경영체제인 만큼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병원과 일방적인 희생은 용납할 수 없다는 노조가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병원 노조도 최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노조는 병원 곳곳에 부당한 임금 동결에 맞서야 한다는 선전전에 나섰으며 동결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들어가겠다며 병원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A대병원 보직자는 "지금은 미래가 아니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정부의 도 넘은 규제 정책으로 대학병원들이 아사직전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교수들의 불만도 이해하지만 병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넘어서고 있다"며 "병원이 망하면 다른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강조했다.
빅 5병원으로 불리며 전국 환자들을 흡수하던 대형병원들조차 비상경영체제로 돌입했고 이 여파는 지방대병원까지 번지며 대학병원 전체에 한파가 몰아치는 모습이다.
임금 동결은 기본…도서구입비·학회 지원금 올스톱
수도권에서 알짜배기 병원으로 통하는 A대병원은 임금 동결과 더불어 원내 행사 지원금은 물론, 학회 지원금을 모두 폐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A대병원 교수들은 해외 학회에 참석하려면 자비로 모든 비용을 충당해야 한다.
또한 그동안 분기마다 개최하던 건강강좌는 물론, 학술 심포지엄도 모두 의국에서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방침도 내렸다.
스스로 제약사 등에서 후원을 받아내지 못하면 아예 행사를 폐지하라는 통보다.
특히 A대병원은 경영 개선을 위해 최근 치료재료 심의위원회라는 별도 조직도 만들었다. 그동안 진료과 단위로 구매하던 치료재료 등을 중앙 단위에서 관리하겠다는 의도다.
이에 따라 A대병원 의료진은 모든 치료재료를 구입할 때 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재료 하나까지 최대한 낭비를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서울의 중위권 병원인 B대병원도 마찬가지 경우다. B대병원은 그동안 의료진에게 지급되던 도서구입비를 모두 삭감했다.
그동안 의국마다 지원되던 도서구입비는 각 진료과목마다 500만원선. 병원 경영이 예상보다 급속도로 나빠지자 이 돈이라도 아껴보자는 취지에서 아예 조항을 없애버린 것이다.
이러한 사례는 비단 이들 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수도권 중소 대학병원이나 지방대병원들은 마른 수건을 짜다 못해 그로기 상태에 몰려있다.
서울의 C대병원은 임금 동결은 물론, 교수들에게 지급되던 진료 인센티브를 모두 없앴고 D대병원도 임금을 1% 인상하는 대신 모든 인센티브를 중단했다.
지방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지방 국립대병원인 D대병원은 임금 동결을 선언하고 각 부서별 예산을 20%씩 삭감했다. 사실상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것이다.
깨어진 '대마불사' 공식…빅 5병원도 휘청
이같은 경향은 중소 대학병원과 지방대병원에 한해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그동안 블랙홀로 불리며 환자를 독점하던 빅 5병원도 적신호가 켜졌다.
위기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곳은 가톨릭의료원이다. 가톨릭의료원은 이례적으로 박신언 몬시뇰 가톨릭대법인 교구장이 직접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우선 병원별로 강도높은 자구책 마련을 주문했으며 여의도 성모병원과 의정부 성모병원은 이미 구조조정에 들어간 상태다.
이로 인해 여의도 성모병원은 의료진 100여명을 서울성모병원 등 그나마 상대적으로 경영상태가 나은 곳으로 전출시켰다.
또한 명예퇴직을 신청받는 등의 방법으로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중에 있다.
이러한 위기는 다른 병원으로 번지고 있다. 서울성모병원 등 산하 병원들은 이미 진료 외 수익 대다수를 여의도 성모병원에 투입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이들의 곳간도 점점 비어가고 있다. 연쇄 반응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셈이다.
다른 대형병원들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그나마 모 기업을 뒷배로 두고 있는 서울아산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은 상황이 나은 편이지만 서울대병원과 연세의료원 또한 이미 경보를 울린 상황이다.
서울대병원은 진행중이던 주차장 확장공사와 심뇌혈관병원 건립을 연기했고 모든 부서가 경비 절감 계획 마련에 착수했으며 성과급은 물론, 임금 동결을 선언했다.
연세의료원은 원내 행사는 물론, 해외 연수 등을 자제할 것을 요구했으며 부서별 경비 절감 대책을 수립중인 상태다.
교수들 불만 폭발…노사 갈등도 일촉즉발
이러한 비상경영 체제가 시작되면서 병원 내부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폭발하고 있다. 경영 수지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A대병원 교수는 "다른 것도 아니고 수술에 들어가는 치료재료를 모두 검사 맡고 사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당장 수술해야 하는데 언제 재료 하나하나를 결재 받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다른 교수들도 마찬가지 반응이다. 적어도 연구와 교육에 필요한 예산은 건드리지 말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B대병원 교수는 "인센티브를 축소하는 것이야 고통 분담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조치"라며 "하지만 도서 구입비까지 없애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공부하기 위해 책을 사겠다는데 이정도도 지원을 못하면 대학병원 간판이 무색한 것 아니냐"며 "아낄 것을 아껴야지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로 인해 일부 병원에서는 노사 분규가 일어나고 있다. 파업 일주일을 넘기고 있는 서울대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서울대병원 노조는 지난 22일 파업을 선언한 이래 아직까지 병원과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비상경영체제인 만큼 임금을 동결해야 한다는 병원과 일방적인 희생은 용납할 수 없다는 노조가 팽팽히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충남대병원 노조도 최근 파업 찬반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이미 노조는 병원 곳곳에 부당한 임금 동결에 맞서야 한다는 선전전에 나섰으며 동결 방침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파업에 들어가겠다며 병원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A대병원 보직자는 "지금은 미래가 아니라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시기"라며 "정부의 도 넘은 규제 정책으로 대학병원들이 아사직전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교수들의 불만도 이해하지만 병원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단계가 넘어서고 있다"며 "병원이 망하면 다른 것들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