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하명에 두손 든 복지부 "갈 길은 정해졌다"

이창진
발행날짜: 2014-01-08 06:30:29
  • 의정협의체 제안한 채 사태 관망, 의료계 "해답은 현장에 있다"

세종청사에서 열린 복지부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문형표 장관.(복지부 홈페이지 사진자료)
복지부 내부에서는 임채민 전 장관이 보건의료 부서를 불시 방문해 공무원들을 긴장시켰다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당시 임 장관은 막힘 없는 답변으로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에게 "국회의원을 가르치려 하느냐"는 핀잔을 듣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 실장까지 지낸 그가 사무관과 주무관 공무원들에게 건넨 질문은 의외였다.

"보건의료를 공부하려는데 검토할 자료나 서적 좀 권해주세요."

그 역시 직종과 직능으로 얽혀있는 의료 현안에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의미이다.

임 장관을 아는 의료계 인사들은 장관 취임 후에도 크고 작은 사적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해 자리를 지키며 선후배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고 평가했다.

경제학자인 문형표 장관이 지난달 2일 취임 후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문 장관은 지난해 12월 공단 일산병원에 이어 의원급을 방문해 현장과 소통하는 모습을 보였다.(복지부 홈페이지 사진자료)
인사청문회 이후 그를 따라다닌 기초연금 공약 파기 논란과 보건의료 전문성 부족은 아픈 꼬리표다.

여기에 의료상업화와 의료민영화 논란을 촉발시킨 원격진료와 의료법인 및 법인약국 투자활성화도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형국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보건의료 등 유망 서비스 산업을 살리기 위해 투자의 가장 큰 장벽인 규제를 풀어야 한다. 올해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해 꼭 필요한 규제가 아니면 모두 풀겠다"고 천명했다.

문 장관 입장에서는 갈 길이 정해진 셈이다.

문 장관은 지난 3일 의사협회에서 열린 의료계 신년하례식에서 원격진료, 투자활성화, 수가, 3대 비급여,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구조 등 의료현안 논의를 위한 협의체를 제안한 후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이다

의료계는 총파업 카드까지 내밀며 복지부를 압박하면서 다가올 주말 회의를 통해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한 보건학자는 "투자활성화 방안은 대통령의 지지를 받은 경제부처의 거센 기세에 복지부가 두 손을 든 결과"라며 현 상황에 우려감을 표했다.

문 장관의 학자적 소신은 정치라는 거센 파도에 휩쓸려 간지 오래이다.

문 장관은 서울에서 열리는 각종 회의로 세종청사 집무시간이 많지 않은 상황이다. 시무식에서 국민의례 중인 문 장관과 이영찬 차관, 실국장 모습.(복지부 홈페이지 사진자료)
한 공무원은 "의협이 어떤 방안을 도출하든 복지부 입장은 정해져 있다"며 "제안을 수락하면 협의체 논의를, 파업을 선언하면 국민 건강을 위해 엄정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못 박았다.

의료계 관계자는 "청와대 하명이 떨어진 이상 장관이 할 수 있는 일이 사실상 거의 없을 것"이라면서 "의사들이 왜 반대하고, 어떤 정책이 필요한지 의료현장 전문가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국회 인사청문회 마지막 날 '메디칼타임즈'와 만나 "복지부장관이 이렇게 힘든 자리인 줄 몰랐다"며 헛웃음을 지은 문 장관 스스로 응답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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