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격진료 확대는 의료 기업화와 민영화"

손의식
발행날짜: 2014-05-26 06:09:01
  • 김용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

김용재 교수(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경영학부).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환자간 원격진료가 허용될 경우 동네의원이 몰락해 의료전달체계가 붕괴하고 의료의 질이 저하될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의-정 협의에 따라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었던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시범사업이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다시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의료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의 우려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권덕철 보건의료정책관은 최근 전문기자협의회와의 간담회에서 "의료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원격진료 안전성과 유효성을 검증하겠다는 것을 의사들이 왜 두려워하는지 모르겠다"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비의료인인 경영 및 IT 전문가가 바라보는 원격진료 시범사업은 어떤 효과와 문제를 안고 있을까.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경영학부 김용재 교수를 만나 원격진료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정부와 산업계는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 등 투자활성화 측면과 의료접근성 강화 등을 이유로 원격진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행 의료진간 원격진료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이라면.

현행 원격진료는 주체, 범위, 책임소재에 따른 문제가 있다. 원격진료 사고에 대한 보장보험이 미비할 뿐 아니라 의료기기 오작동에 대한 책임이 현지 의사에게 있기 때문에 기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원격진료 병원의 처방 조제약에 대한 원격 조제, 판매 및 배송 등이 원천적으로 불가하다는 제한도 안고 있다.

산업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점은 없나.

의료기기법에 따라 의료기기 범위가 폭넓게 정의돼 단순 건강관리나 예방기기 등도 엄격한 제도허가 및 승인이 필요해 개발에 규제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의 유통, 수리는 별도의 요건을 갖춰 신고토록 돼 있어 IT 헬스 융합제품의 경우 일반통신 유동경로나 A/S망 활용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제한점이다.

현행 원격진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의사-환자간 원격진료로 확대할 경우 기대되는 편익성은 어떤 것들이 있나.

환자에게는 교통비·후송비·진료비의 절감을 비롯해 근로시간 연장에 따른 생산성 증대 등을 기대할 수 있다. 또 질병의 조기발견으로 인한 의료비 절감, 이동시간 단축에 따른 기회비용 절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

의사 및 의료기관에서는 환자후송시 대기시간 단축, 의료인력의 재교육기회 확대, 의료인력간의 신뢰확대, 지역내 병원과의 연계 강화, 서비스 공급비용 절감 및 경영개선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사회 전체적인 측면에서는 보건의료 서비스 이용의 접근성 및 형평성 증대, 사회 전체적인 삶의 질 향상,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신뢰 증진, 지역 의료기관의 기능 강화, 국민의료비 절감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다.

이상적인 원격진료의 기대효과를 설명한 듯 하다. 그러나 역기능도 무시할 순 없을 것 같다.

원격진료는 의료적인 문제점과 약료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의료적으로 의료사고 책임소재의 불분명, 원격진료센터 제반 시설비용 소요, 대면진료에 비해 환자 정보의 정확성이 현저히 저하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경쟁력있는 동네의원 및 대형병원의 환자 쏠림현상과 대면의료체계의 붕괴 혼란 등의 가능성도 무시할 순 없다.

약료적으로는 원격처방에 의한 약품 구입 어려움, 의약품 택배 배송시 공장형 조제전문 약국의 출현, 처방전 유입 저하로 동네약국의 수익성 저하 가능성 등의 문제가 예상된다.

경영학 교수 입장에서 원격진료에 따른 사회·경제학적 문제점에 대해 설명해달라.

우선 원격진료용 장비판매, 통신비, 프로그램 사용료, 중개수수료, 관리비 등 비용 증가에 따른 민간기업의 이익추구와 개인정보 유출의 우려가 있다.

지방과 동네의원의 의료수익성도 저하될 가능성이 있으며 대자본이 4차 투자활성화 대책과 맞물려 의료사업에 진출함으로써 의료가 기업화·민영화될 수 있다. 특히 비용적 측면에서 IT 기기 관련 비용부담 증가로 의료접근성이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원격진료와 관련된 규제 개선을 고려함에 있어 가장 신경써야 할 점은.

현재 원격진료 기관에 대한 시설과 장비의 규정은 두고 있지만 원격진료를 원하는 환자에게 어떤 의료기기나 시설이 필요한지에 대한 규정은 미미하고, 노인이나 장애인에 대한 의료기기 작동 등 보조인과 관련된 규정 예정도 없는 실정이다.

대면진료와 원격진료의 경계, 다양한 중간 진료의 형태를 법제화함으로써 대면진료 원칙에 대한 예외로서의 원격진료를 추진할 필요도 있다.

보험수가와 의료사고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며 전자적 의료정보의 저장과 유통 규제 개선 측면에서 플랫폼과 클라우딩 컴퓨터와 관련된 IT법의 개정도 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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