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지소와 개원가, 갈등에서 상생 "해법은 대화"

손의식
발행날짜: 2014-06-10 06:10:28
  • 노원보건지소, 신뢰와 협조 구축…진료 배제 건강증진 집중

최근 서울지역 개원가의 가장 큰 걱정거리 중 하나가 서울시의 보건지소 확충 계획이다.

앞서 지난 2012년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서울형 보건지소 75개를 신규 확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공공의료마스터플랜 '건강서울 36.5'를 발표했다.

서울시는 '건강서울 36.5'에 따라 현재 총 20개의 보건지소를 개소 또는 개소를 확정했다.

특히 도시형 보건지소 확충을 시 공공의료 강화의 일환으로 생각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재선에 성공함에 따라 서울시 개원가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서울시청 보건정책과 관계자는 "박 시장님이 재선에 성공한 만큼 보건지소 확충에 대한 의지는 끌고 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역 의사회와의 대화 및 논의를 통해 진료기능에 선을 긋고 환자 연계 등 협조체계를 구축한 보건지소가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바로 노원보건지소가 그 곳이다.

노원보건지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005년 11월 처음 개소했을 때와 2011년 5월 확장 이전했을 당시 지역 개원가의 민원은 상당했다.

최근 개소하는 서울시 보건지소의 경우 진료기능이 배제돼 있지만 당시 노원보건지소는 진료기능을 포함한 채 개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원보건지소와 노원구의사회에 따르면 당시 제기됐던 우려와 불신은 거의 불식된 상태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9일 노원보건지소를 방문해 현황을 살펴보고 김정민 지소장을 만나 보건지소의 역할과 지역 의료계와의 관계에 대해 들어봤다.

월계헬스케어센터 내에 위치한 노원보건지소.
노원보건지소는 월계헬스케어센터 내에 위치하고 있어 이곳을 찾는 주민에게 진료보다는 건강관리를 위해 방문한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노원보건지소 내 만성질환관리실.
노원보건지소도 일부 진료기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오전 중 인근 주민의 만성질환관리에 한해 실시하고 있다.

진료실 이름은 만성질환관리실이지만 주민의 요구에 따라 편의를 위해 '진료실'이라는 안내문을 붙였다는 것이 노원보건지소 측의 설명이다.

노원보건지소 내 장애인운동치료실.
노원보건지소가 집중하는 사업 중 하나가 장애인 대상 재활치료이다.
노원보건지소는 장애인 거주자가 상당수 거주하는 임대 아파트와 임대하고 있어 지역 장애인을 위한 운동치료 및 재활치료에 힘을 쏟고 있다.

1층에는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한 운동치료실을, 3층에는 비교적 거동이 자유로운 장애인들을 위한 운동치료실을 운영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방문했을 당시 운동치료를 받는 환자 모두가 장애인들이었다.

노원보건지소 내 평생건강관리센터.
노원보건지소의 주요 사업 중 하나는 주민 건강증진사업이다.

노원보건지소의 '평생건강관리센터'에서는 신장·체중·체성분·혈압 등 건강진단과 악력·근력·윗몸일으키기·전신반응 등 체력측정을 실시하고 있다.

건강관리센터에서 체력 측정 중인 주민.
신체구성, 항목별 기초체력을 측정한 후 데이터를 분석해 과학적인 운동처방을 제공하고 있으며, 건강진단에서 이상소견이 발견된 환자는 지역 민간의료기관으로 연계하고 있다.

사실 노원보건지소는 인근 개원가의 반대 민원과 우려 속에서 개소했다.

김정민 지소장(노원보건지소).
의사출신인 노원보건지소 김정민 지소장은 "2005년 개소했을 당시에 인근 의료기관에서 상당한 민원이 있었다"며 "2011년 이전했을 당시도 전에 비해 규모가 커지니까 인근 의료계의 우려가 많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노원보건지소가 지역 의료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대화'였다.

김정민 지소장은 "이전을 앞두고 노원구의사회 및 지역 원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보건지소가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계획을 구체적으로 설명했고 원장님들도 많은 질문을 했다. 이를 통해 우려를 많이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김 지소장은 "개원 초기에는 우려와 갈등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지역 의사회와 대화를 많이 나누고 자리를 갖은 것이 오해를 푸는 데 도움이 많이 됐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개소될 보건지소에 진료기능이 배제될 경우 개원가와 갈등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지소장은 "의료계가 보건지소 확충에 대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진료기능인데 새로 개소하는 보건지소는 만성질환관리만 하기 때문에 특별히 문제될 것은 없을 것 같다"며 "진료는 민간의료기관에서 담당하고 보건지소는 예방적 차원에서의 만성질환관리 및 주민건강관리 등의 사업을 하기 때문에 개원가와 부딪힐 일이 없다"고 강조했다.

노원구의사회 장현재 회장
한편 노원보건지소가 지역 의료계와의 협조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노원구의사회 장현재 회장이 있다.

장 회장은 "처음 노원보건지소가 생겼을 때 심리적 압박에 따른 회원들의 민원이 상당했고 불편한 심기도 고조됐다"며 "노원구청장과 노원구보건소장 등을 비롯해 관계자들을 찾아다니면서 충분한 대화를 통해 보건지소에서의 진료는 옳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장 회장은 "이후 보건소에서 건강증진과 관련된 큰 틀에서 정책을 펴다보니 보건지소도 그런(진료기능을 배제하는) 쪽으로 흐름이 잡혔다"며 "지금은 보건지소와의 갈등과 우려는 거의 불식된 상태이며 심지어 보건지소에서 검진결과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환자는 개원가로 보내는 부분까지 논의됐다"고 강조했다.

보건지소 확충을 막을 수 없다면 각자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견제와 협조에 상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장 회장은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사람이 먼저라고 이야기 하는데 의료에서 사람이 먼저라는 의미는 보건지소를 치적으로 삼지 말고 정확한 진료를 받게 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며 "서울시의 보건지소 확충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확충한다면 진료는 개원가에서 담당해야 하고 보건지소는 개원가에서 못하는 건강증진사업을 위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무조건 반대만 한다고 되는 건 아니고 큰 틀에서 보건지소가 지역의사회와 신뢰하고 협조하면서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해할 것은 이해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의료계와 파트너십을 갖고 갈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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