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들인 삼성서울 스마트응급실 "달라졌네"

발행날짜: 2014-07-24 05:20:00
  • 전공의 대신 전임의·신속한 예진…병실부족·입원 대기는 여전

삼성서울병원이 100억원을 들여 응급실 개선 공사를 벌인 지 1년 하고도 6개월. 지난해 2월, 응급실 진료프로세스를 선진화하겠다던 삼성서울병원의 야심찬 계획은 잘 지켜지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가 직접 찾아가봤다.

초진·혈액 및 영상검사 상황 한눈에…스마트 응급실 모습 갖춰

23일 오전 11시, 응급실에 들어서자 한산한 보호자 대기실이 눈에 들어왔다.

보호자 대기실을 지나 응급실로 들어서니 제1진료구역, 제2진료구역과 중앙치료구역, 소아청소년과 응급실, 외상구역 등 환자군에 따라 구분된 공간이 펼쳐졌다.

환자대기실 모습
과거 비좁은 의자에 보호자와 환자가 뒤엉켜 앉아 있던 보호자 대기실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일부 보호자와 환자가 수납을 위해 잠시 거치는 말 그대로 '대기실'의 모습이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외상구역. 기자가 응급실을 찾았을 때 대기 환자는 2명이 전부. 한산하다 못해 썰렁할 지경이었다. 언제라도 외상환자를 바로 수용할 수 있어 보였다.

소아청소년과 응급구역도 마찬가지. 진료 대기실에 걸린 진료 상황 모니터에는 현재 응급실에 내원한 10명의 소아환자의 명단이 떴다. 주로 심야시간에 붐비는 소아청소년과의 특성 때문인지 소아환자 대기실도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또한 중앙치료구역에는 '급성뇌졸중' '급성흉통' 환자를 위한 베드를 별도로 마련해 둔 점이 눈길을 끌었다. 당장 생명이 위급한 환자의 응급처치가 가능해 보였다.

진료구역을 나눈 것 이외에도 각 구역별마다 설치한 대형모니터가 '스마트 응급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한산한 외상구역은 언제라도 응급외상환자를 받을 준비가 돼있었다.
대형 모니터에는 환자가 응급실 수속을 받은 이후 예진, 혈액검사, 영상검사 등의 전 과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의사의 예진 버튼에 불이 꺼지자, 혈액검사와 영상검사에 불이 들어왔다. 그리고 잠시 후 혈액검사실로 들어오라는 안내 메시지가 떴다.

현재 대기환자가 몇명인지, 언제 검사를 받아야하는 지 알 수 있기 때문에 과거 무작정 대기를 해야하는 응급실과는 분명 달라진 모습이었다.

전공의 대신 전임의 진료…예진도 신속

그렇다면 개인 맞춤형 응급의료시스템을 내세우며 추진했던 1:1:1프로젝트는 잘 지켜지고 있을까.

삼성서울병원이 스마트응급실을 오픈하면서 발표한 1:1:1 프로젝트란, 환자 1명 개인별로 전문의 1명이 1시간 내로 초기진단에서 치료계획까지 마무리짓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응급실에 전공의가 아닌 전문의가 직접 문진을 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는 생각보다 잘 지켜지고 있었다.

이날 취재를 위해 응급실 제1진료구역에 들어섰을 때 마침 한 전문의가 환자 앞에 서서 문진을 하고 있었다.

"최근에 결핵을 앓으셨나요? 육회를 드시거나 음식을 날로 드시지 않았나요. 혹시 약숫물을 드시나요?"

그는 십여분간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낸 이후에 진단을 내리고 약처방과 입원절차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이날 응급실 진료를 맡는 내과 전임의. 그러고보니 응급의학과 이외 다른 전문과목 전공의는 눈에 띄지 않았다. 대신 전임의가 분주하게 환자들 사이를 오가며 환자를 살폈다.

실제로 답즙이 새는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은 60대 여성환자는 이날 오전 10시에 도착해서 한시간 동안 예진과 간단한 검사를 모두 마쳤다고 했다.

여기까지는 당초 삼성서울병원이 내세운 '스마트 응급실'의 모습 그대로였다.

환자 병실 없어서 3일째 대기…"시설만 좋으면 뭐하나"

하지만 응급실에만 100억원을 쏟아부은 삼성서울병원도 고질적인 문제인 '입원 대기 환자'는 해결하지 못한 듯 했다.

다시 말해, 응급실은 바꿨지만 입원실 부족이라는 복병 때문에 결과적으로 응급실 개선공사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제1진료구역에서 만난 70대 할머니는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온 지 3일째라고 했다. 그의 질환은 담도암. 현재 경찰병원에 입원 중이지만 수술을 받기 위해 응급실을 찾은 것.

지친 기색이 역력한 할머니는 누렇게 뜬 얼굴로 휠체어에 앉아 수술받기만 기다리고 있었다.

응급실에 입원 대기 환자 정체 현상은 여전했다.
간암환자인 60대 남성은 복수가 차서 어젯밤 11시에 응급실을 찾았다. 하지만 오늘 오전 11시까지도 응급실을 벗어나지 못했다. 입원할 수 있는 병실이 없어 12시간이 지나도록 대기상태인 것이다.

60대 남성 환자의 보호자는 "응급실에 도착해서 바로 의사 예진을 받고 복수를 빼는 등 처치를 받았다. 하지만 정작 입원실이 부족해 12시간이 지나도록 응급실로 올라가지 못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몇시간 전까지만 해도 산소호흡기를 단 환자도 병실이 없어서 응급실에 있더라. 응급실 시설은 잘해놓으면 뭐하나. 입원을 할 수가 없어서 응급실을 떠돌아야하는데"라며 씁쓸해했다.

결과적으로 응급실의 문화를 바꾸겠다는 삼성서울병원의 도전은 현재 부족한 입원실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반쪽짜리 성공에 그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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