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선 만큼 수당받으면 교수 월급 안 부럽죠"

발행날짜: 2014-11-12 06:00:27
  • A수련병원 편법 실태…당직수당 신설 따라 기본급 낮추고 월급항목 감소

|기획| 서류상에만 존재하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책'

복지부가 전공의 주 80시간 근무 등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을 마련, 이행 상황을 조사해 발표하고 위반한 수련병원에 대해 패널티를 주겠다고 발표했지만 일선 전공의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서류상으로는 지침에 따라 잘 운영이 되고 있는 것처럼 작성돼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메디칼타임즈>는 수련병원의 실태를 긴급 점검해봤다. [편집자주]

상> 현실과 따로 노는 전공의 당직표
하> 전공의 월급봉투 줄이는 편법 당직수당
A수련병원 이창석 전공의(가명·3년차·성형외과)는 얼마 전부터 월급이 줄었다는 사실을 알고 맥이 풀렸다.

1, 2년차가 없다보니 3년차임에도 불구하고 밤낮없이 병원을 지키며 당직 근무를 해왔는데 오히려 월급은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안'을 제시한 이후 각 수련병원이 새로운 전공의 수련 규정을 마련하겠다고 나서고 있음에도 오히려 악화된 상황이 그는 좀처럼 이해가 되질 않았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방안을 담은 '전문의의 수련 및 자격인정 등에 관한 규정 일부 개정안'을 시행, 이를 지키지 않는 각 수련병원에 대해 패널티를 주겠다고 밝혔다.

이를 기점으로 각 수련병원은 전공의 당직수당 등 수련환경 개선안에 맞춰 규정을 손봤다.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그렇다면 이창석 전공의의 월급은 왜 감소한 것일까.

A수련병원은 수련환경 개선안에 맞춰 기존에 없었던 '전공의 당직수당' 항목을 신설했지만, 기본급은 월 118만원에서 86만원으로 대폭 낮추고 추가 항목도 줄였다.

또 기존에는 기본급 이외 교통비, 식대, 상여금, 병실수당, 위험수당, 연장근무 수당 등 항목이었지만 최근 바뀐 월급명세서에는 기본급 이외 당직수당 항목이 생겼지만 식대, 연장근무 수당 항목으로 바꿨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병원이 지급하는 당직비는 그가 실제 당직 일수와 무관했다.

이 전공의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당직을 서고있지만 그가 받은 당직비는 대외 제출용으로 만든 '가짜 당직표'를 기준으로 계산됐다.

그가 실제로 근무한 당직 일수만큼 수당을 지급하려면 하루(12시간 기준) 4만원씩, 한달을 30일로 계산하면 월 당직비만 120만원에 달한다.

하지만 그가 실제 받은 당직 수당은 월 60만원에 불과했다.

그러자 올해 초까지만해도 240만원대를 유지했던 월급이 얼마 전부터 230만원으로 줄었다. 어떤 달은 200만원까지 줄기도 했다.

A수련병원이 전공의 당직수당을 수련 질을 높이기 보다는 병원 운영에 유리하도록 조정한 게 원인이었다.

"실제 당직근무 한 만큼 수당을 받으면 교수 월급 안 부러울 것이다. 당직 수당 항목이 생기면 뭐하나. 이럴거면 차라리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

이창석 전공의는 각 수련병원의 수련실태에 대해 서류상으로만 자료를 받을 게 아니라 직접 현장에서 잘 지켜지고 있는 지 세밀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실 그는 매달 정확한 월급 액수와 구체적인 항목을 확인한 적은 없었다. '제대로 들어왔겠지. 설마 병원이 전공의 월급을 떼 먹겠어?'라며 신경쓰지 않았다.

레지던트 근무를 시작하고 첫 월급을 받았을 때 신기한 마음에 대충 훑어본 게 전부였다. 그 이후로는 한가하게 월급명세서 항목까지 챙겨볼 여유도 없었다.

그런 그에게 월급봉투가 줄었다는 사실은 당혹스러움 그 자체였다.

"돈이 문제가 아니다. 365일 병원을 내 집 삼아 살았는데 나는 그동안 무엇을 한 것일까 한숨만 나온다."

이를 두고 또 다른 대학병원 전공의 대표는 "일부 수련병원은 실제로 당직 근무를 한만큼 수당을 지급하지만 상당수가 편법적으로 병원에 유리하게 바꿔 당직수당을 지급하고 있다"며 "전공의 입장에선 더 불리해졌다"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가 진심으로 수련환경 개선에 관심이 있다면 문서상에 나와있는 실태를 볼 게 아니라 각 수련병원 속을 들여다 봐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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