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구권 이관 올인한 공단, 현지조사·자보까지 눈독

발행날짜: 2014-12-05 05:59:44
  • 의료계 "통합 효율성보다 공정성 훼손 우려 커, 본연 업무나 잘하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 지급 청구권 이관 문제를 다시 공론화하기 위해 나선 모습이다.

건보공단은 4일 대한변호사협회와 공동으로 '진료비 청구·지급체계의 법률적 문제점 및 해결방안'을 주제로 한 법률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서울대 김진현 교수는 요양기관의 건강보험 진료비 청구와 지급의 분리로 인해 건보공단이 요양기관 진료비 지급 후 부당지급액을 환수하는 역순환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부적격 청구권이 진료비 지급전에 관리되지 못하고, 지급 후에 관리돼 재정누수가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김 교수는 심평원이 이중청구 사실을 확인하고도 현재까지 부정수급액 환수를 위한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며, 건보공단에 자동차보험 청구내용을 통보하지 않고, 정보를 독점한 상태에서 부당청구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건강보험, 의료급여, 산재보험, 자동차보험 등의 진료비를 건강보험에서 총괄 관리해 지출관리를 극대화해야 한다"며 "건보공단은 각 보험의 급여비와 지출을 관리하고 심평원은 진료비의 심사와 평가를 전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보공단에 현지조사 권한을 위탁할 필요가 있다"며 "현지조사 대상기관과 비교하면 인력부족으로 장기간 소요돼 증가인멸 우려가 있다. 시행령 신설을 통해 건보공단이 현지조사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발제에 이어 진행된 토론에서 건보공단 송영경 변호사는 심평원이 위탁을 맡아 하고 있는 자동차 진료비 심사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했다.

송 변호사는 "심평원의 업무는 진료비심사 및 요양급여 적정성 평가를 중심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건강보험과 운영주체, 운영원리, 수가가 달라 심평원이 담당하는 것이 합당한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로 인해 심평원의 고유 업무인 진료비심사업무에 역량을 집중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심평원 심사자료 공유로 인해 기왕증 부분이 과도하게 인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심평원 거들어준 의료계 "공단 본연 업무나 충실하라"

건보공단이 청구권 이관에 자동차보험에까지 문제를 제기하자 심평원 측은 불쾌함을 감추지 못했다.

심평원 변창석 법무지원단창은 "진료비 청구업무는 단순히 청구명세서를 수집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각종 심사기준 및 지불 제도를 고려해 청구방법을 정해야 하고 이러한 청구방법 토대로 심사가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일 청구 받는 기관과 심사기관을 분리해 일부 전문심사 건만을 심사기관에서 수행한다면 심사와 평가를 연계한 의료의 질 향상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발생한다"며 "의학적 타당성보다는 비용 효과성을, 환자의 안전과 의료의 질보다는 재정 안정성에 치우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의료계 또한 건보공단의 청구관 이관 주장에 본연 업무부터 충실하라며 일침을 가했다.

대한의사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보험자 입장에서 심사 할 경우 보험재정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공정한 심사가 이뤄지지 않을 수밖에 없는 문제점이 있다"며 "보험재정 절감 방안 마련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건보공단과 심평원의 성격은 다르다. 통합에 따른 효율화 보다는 독립의 취지인 공정성 문제가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 보험이사는 "건보공단은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직원비리, 방만 경영 등에 대한 지적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조직 쇄신에 대한 대책 없이 몸집 불리기를 위한 심사권 확대에만 몰두하고 있다. 본연 업무에 충실하지 않아 발생한 재정 누수 책임을 오히려 제도 탓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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