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호 기자
의약 학술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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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형평성 딜레마? 더 높아진 유방암 신약 급여 문턱

[메디칼타임즈=문성호 기자]국내 유방암 치료 시장이 거대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기존의 표준 항암화학요법을 넘어 ADC(antibody-drug conjugate), CDK4/6 억제제, 면역항암제 등 이른바 '혁신 신약'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환자들의 생존율 개선에 대한 기대감도 그 어느 때보다 높다.하지만 임상현장과 환자들의 기대와 달리, 이들 신약이 건강보험 급여권에 안착하는 길은 그야말로 '가시밭길'이다. 지난 2년간 다국적 제약사들이 시장 주도권과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 연 이어 급여 도전을 이어왔지만, 재정 독성과 특정 암종 편중 논란과 맞물리며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조기 치료 옵션 등장, 높은 급여 문턱최근 글로벌 뿐만 아니라 국내 유방암 환자가 연간 3만명에 육박하면서 치료의 핵심 화두는 '완치'를 목적으로 하는 수술 후 보조요법(Adjuvant) 등 조기 치료의 강화다. 하지만 이 영역에서 급여의 문턱을 완전히 넘은 것은 아스트라제네카의 린파자(올라파립) 정도에 불과하다. 린파자는 gBRCA 변이 환자를 대상으로 조기 치료 급여 안착에 성공하며 '완치 시대'의 서막을 알렸다.반면, 같은 조기 암 영역임에도 다른 치료옵션들은 급여 논의 첫 관문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문턱이 높기만 하다. CDK4/6 억제제들이 대표적이다. 릴리의 '버제니오(아베마시클립)'와 노바티스의 '키스칼리(리보시클립)'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조기 유방암 보조요법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 중 버제니오를 보유한 릴리가 급여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지난 2023년 5월 첫 암질심 도전 이후 지난해 3월과 7월 연이어 상정돼 기대감이 높았지만 결과는 '급여기준 미설정'이었다. 왼쪽부터 릴리 버제니오, 노바티스 키스칼리 제품사진이다. 조기 유방암 치료에 있어 두 치료제 급여 적용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리고, 최근 한국노바티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동일 적응증으로 키스칼리(리보시클립)의 암질심 상정을 기다리고 있는데, 버제니오와 다른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다만, 국내 상황은 녹록지 않다. 항암제 보조요법 급여 승인의 가장 큰 걸림돌은 보건당국이 요구하는 '성숙한 전체생존(OS) 데이터'다.보조요법은 전이성 환자가 아닌 '재발 방지'를 목적으로 하기에,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데이터를 확인하려면 통상 10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당국이 OS 데이터를 급여의 절대적 기준으로 고수할 경우, 임상적 유효성이 확인된 신약이라도 국내 환자들은 수년간 치료 옵션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더불어 기존의 급여 적용된 약제 상의 급여기준 상의 맹점도 존재한다. MSD의 키트루다(펨브롤리주맙)의 경우, 올해 1월부터 전이성 삼중음성 유방암(TNBC) 1차 치료에는 급여가 적용됐으나 조기 TNBC 보조요법은 여전히 비급여 상태다. 이로 인해 조기 단계에서 키트루다를 사용한 환자가 나중에 전이됐을 때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되는 '급여의 역설' 문제까지 불거지고 있다.다행스러운 점은 임상현장에서도 조기 치료옵션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이다.대한항암요법연구회 유방암분과 위원장인 연세암병원 손주혁 교수(종양내과)는 "조기 유방암에서 재발은 환자의 생존을 좌우하는 핵심 사건"이라며 "OS 데이터가 충분히 성숙되기까지 기다리는 접근은 현실적으로 수년 이상의 치료 공백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손주혁 교수는 "재발 이후 전이 단계로 넘어가 장기 치료가 시작되면 환자의 고통은 물론 국가적 의료비 부담도 크게 증가한다"고 강조했다.신약들 연이은 고배…글로벌과 멀어지는 SoC전이성 유방암 분야에서는 ADC 약제들이 급여 전쟁의 중심에 있다. 다이이찌산쿄·아스트라제네카의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는 HER2 초저발현 영역까지 국내 적응증을 확대한 상황이지만 이미 '세계 최저가' 약가 탓에 추가 적인 급여 적용은 요원한 상태다.실제로 엔허투 공급가가 개발국인 일본보다 낮은 것은 것이 공공연한 사실이다. 참고로 현재 엔허투는 국내에서 ▲HER2 양성 전이성 유방암(2차) ▲HER2 양성 전이성 위암(3차) ▲HER2 저발현(Low) 및 초저발현(Ultralow) 유방암 ▲HER2 돌연변이 비소세포폐암 적응증을 확보한 상태다. 하지만 이 중 급여가 적용되는 것은 유방암 2차와 위암 3차 치료뿐이다.문제는 앞으로의 상황이 더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엔허투와 트로델비가 열어젖힌 ADC 시장에 후발 치료제인 '다트로웨이(다토포타맙 데룩스테칸)'가 가세하며 급여 전선은 더욱 복잡해질 전망이다.삼성서울병원 박연희 교수(혈액종양내과)는 "일부 면역항암제가 적응증 확장을 앞세워 재정의 상당 부분을 점유하다 보니, 정부가 '재정적 공정성'을 이유로 엔허투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정부 입장에서도 특정 회사에 건강보험 재정이 쏠리는 것을 반기지 않을 것 같다"며 "DESTINY-Breast(DB)-04, DB-06 임상 등으로 유효성은 이미 입증됐음에도 재정 논리에 밀려 환자들의 치료 기회가 지연되고 있다. 자연스럽게 글로벌 치료 가이드라인과 국내 치료의 간극이 커지고 있다"고 꼬집었다.여기에 다른 유방암 신약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15일 열린 암질심에서도 확인됐듯, 현실은 냉혹하다. '2026년도 건강보험 종합계획 세부추진계획' 상에 유방암 환자 급여 대상 치료제로 기대를 모았던 화이자의 투키사(투카티닙)가 암질심에 상정됐지만 '미설정' 판정을 받으며 고배를 마셨다. CDK4/6 억제제를 활용한 전이성 유방암 1차 치료 이후 내성을 잡을 차세대 약제로 꼽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티루캡(카피바세르팁)도 함께 상정됐지만 암질심의 현미경 검증을 통과하는데 실패했다.특정 암 편중? 사회적 합의 문제보건당국이 고심하는 또 다른 지점은 보험 재정 투입의 '형평성'이다. 유방암과 일부 특정 암종 신약에 수천억 원의 재정이 쏠리면서 타 암종과의 형평성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암종에 급여 논의가 집중, 해당 암종 신약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심사 과정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평가도 제기되는데 대표적인 예로 유방암이 언급되고 있는 것.실제로 대한종양내과학회 임원인 한 상급종합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글로벌 신약 개발이 특정 암종, 특히 유방암과 폐암에 집중되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암질심 논의 역시 이러한 흐름을 반영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이어 "최근에는 개별 약제의 임상적 가치뿐 아니라 암종별 급여 적용의 형평성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라고 평가했다.결과적으로 유방암 신약들은 이제 치료 효과를 넘어 사회적 합의라는 거대한 숙제까지 떠안게 된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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