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협 "의료사의 큰 전환점" vs 의협 "의료체계의 대혼란"
"의료사에 큰 전환점이 될 획기적인 결정이다."
정부의 보건의료 분야 규제 개혁안 발표에 각 의료 단체들의 희비가 분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대한한의사협회(회장 김필건)가 '규제 개혁안'에 따른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기정 사실화하고 의료기기별 사용유무를 정확히 명문화 할 수 있는 유권해석 마련을 위해 보건복지부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는 규제 개선안이 강행될 경우 11만 회원들이 전면적인 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혀 협회 간 온도차를 극명히 드러내고 있다.
30일 한의협은 공식 입장을 통해 "국민이 원하던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건에 대해 드디어 규제가 풀린다"며 한의사에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기정 사실화했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규제기요틴(단두대) 민관합동 회의'를 개최하고 보건·의료계 규제개혁 방안으로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 허용 및 보험적용 확대 ▲비의료인 카이로프랙틱 서비스 및 예술문신 제공 허용 ▲의사-환자간 원격진료 규제 개선 등을 발표한 바 있다.
더불어 ▲경자구역 내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요건규제 완화 ▲미용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미용기기분류 신설 ▲메디텔 설립기준 및 부대시설 제한 완화 등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규제개혁 방안까지 지금껏 의료계가 반대한 제도가 대거 포함돼 있다.
이에 한의협은 "이번 정부 발표는 우리나라 의료사에 큰 전환점이 될 획기적인 결정이다"며 "한의사의 자유로운 의료기기 활용을 통해 국민건강증진에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고 고평했다.
한의협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은 국민의 88.2%가 찬성한다는 한의학정책연구원의 대국민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며 "헌법재판소 역시 '자격이 있는 의료인인 한의사에게 그 사용권한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해석되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한의사은 아예 의료기기별 사용 유무 명문화를 위해 복지부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한의협은 "내년 상반기 중으로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토대로 한 지침과 의료기기별 사용유무를 정확히 명문화 할 수 있는 유권해석 마련을 위해 복지부 등과 긴밀히 협의해 나가겠다"며 "한의학의 과학화를 앞당기고 국민건강증진에도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의료체계에 대혼란과 갈등을 초래하는 정책이다."
반면 의협은 이번 개선안을 '의료계 침탈' 행위로 규정하며 실력 행사로 맞설 뜻을 분명히 했다.
의협은 공식 입장 발표를 통해 "규제 개선이라는 이상한 잣대를 갖고 정부가 앞장 서 비의료인의 의료행위 허용, 의사 고유의 의료영역 침탈 등 불법을 합법화하려 한다"며 "의료계 입장이 수용되지 않을 시 11만 회원들이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의협은 "이번 개선안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경제적 관점에만 주안점을 둔 정책이다"며 "국민의 생명, 건강, 안전에 직결되는 분야에 민간자격 참여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자격기본법 등 기존 법체계의 근간을 해치는 정책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한의사가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 진단 및 처방을 내리는 것은 의료법상 허용된 면허범위를 벗어난 위법 행위로 이를 정부 스스로 허용하는 것은 절대 수용 불가라는 것이 의협 측 입장.
의협은 "의사, 한의사로 이원화된 면허 체계에서 한의사가 현대 의료기기를 사용하려면 우선적으로 의료일원화가 이뤄져야 한다"며 "비전문가인 한의사들에게 한의사들에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확대하는 의료체계 파괴 행위에 대해선 절대로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의협은 "복지부 항의 방문을 통해 의료계 입장을 전달하겠다"며 "의료계의 입장이 수용되지 않고 정부가 규제 개선 차원에서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이나 비의료인의 의료 행위 허용을 강행한다면 면허증 반납 등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분명히 했다.
의협은 31일 긴급 상임이사회를 개최해 대응의 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