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료정책 상중하 중 하, 한의사 의료기기는 의료일원화부터"
원격의료 등 현 정부의 의료영리화 추진은 정책적 에너지 낭비로 상중하 중 '하'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날선 평가가 나왔다.
특히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은 의료일원화 등 명확한 관계 설정 없이 돌출된 문제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63, 의사, 보건복지위)은 최근 국회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가 보장성 확대 등 잘한 일도 있지만 의료영리화로 정책 에너지를 굉장히 낭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면 상중하 중 하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규제 기요틴으로 불거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논란과 관련한 소신을 피력했다.
김용익 의원은 "큰 틀에서 의과와 한방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면서 "예컨대 의료 일원화 등 교류 확대 방향이 정해지면 일정 교육을 통해 한방 병원도 일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의과도 한약 처방이나 침구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직역을 갈라지도록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원칙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전하고 "지금처럼 양측 관계와 비전에 대한 합의 없이 단순히 의료기기를 한방에서 사용하는 게 맞느냐 틀리느냐를 얘기하면 누가 판단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갈등이 계속되니 국회에 2월말 쯤 공청회를 하자고 제안했다"며 "정부든, 국회든 위원회를 만들어 의·한방 관계 교류를 문제를 어떤 원칙을 갖고 해결해 나갈지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을 지닌 그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정책을 가감없이 지적했다.
김 의원은 "건강보험 급여 범위를 확대한 것과 상대가치점수를 재산정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반대로 의료영리화는 굉장히 잘못하고 있는 부분으로 정책 에너지를 굉장히 낭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이 현 정부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전제하고 "청와대가 여당과 얼마나 교류하는지 몰라도 야당과는 일체 교류가 없다. 참여 정부 시절에는 책임장관 원칙으로 라인을 일원화하고 중요한 의제가 있다면 당정청 회의를 통해 조율했다"고 말했다.
2000년 의약분업 설계자인 김 의원은 긍정적 평가에 무게를 뒀다.
김용익 의원은 "의약분업으로 의사와 약사 관계를 정리해 놓지 않았더라도 지금 복잡한 일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모든 환자들이 의사를 먼저 보게 된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기여도"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의약분업 원칙에 포함된 성분명 처방과 관련, "성분명 처방 도입에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기술적으로 약효가 동등해야 하고, 수가 개선이 이뤄진다면 의사들이 굳이 상품명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단기간 해결될 사안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김용익 의원은 끝으로 "단기적 사고에 얽매이다 보면 풀리지 않으면서 앙금만 생긴다"면서 "의료계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창의적 사고에 기인해 긴 호흡으로 현안을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보건의료계의 화합을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논란이 많다.
문제는 판단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의과와 한방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의료 일원화 방향이든 예컨대 교류확대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전체적 틀이 정해지면 그 틀에 의해 한방 영역과 의과 영역을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정 교육을 통해 한방병원도 일부 의료기기 쓰도록 하고 의과도 한약 처방이나 침구하는 것이다.
두 직역을 갈라지도록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원칙의 문제다. 지금처럼 의한방 관계를 어찌할지 비전 합의 없이 단순히 의료기기를 한방이 사용하는 게 맞느냐 틀리느냐 얘기하면 누가 판단할 수 있겠나. 지금은 이를 맞는지 틀린지 판단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해 보험료 인상 견해는.
그것도 의한방 관계나 비슷하다. 건강보험을 어떤 식으로 최종적인 모양새를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가 선행돼야 수가조절과 보험료 조절, 급여 확대 등 최종적인 목표 그림을 향해 조정될 수 있다. 전체적인 그림 없이 보험료만 조정하자고 하면 수없이 많은 논쟁이 벌어진다. 아무 비전 제시 없이 감각적으로 보험료 너무 낮아 올리자, 한방에서 의료기기 써야해 하고 툭 던지면 판단 못한다.
현 정부 당정청 보건의료정책을 평가하신다면.
상중하로 하면 '하'를 벗어나긴 어렵다. 잘한 게 전혀 없다고 평을 할 건 없다. 예컨대 건보 급여 범위를 확대한 것과 상대가치점수를 재산정하는 문제 등은 진전을 보고 있어 이 부분은 잘했다. 반대로 의료영리화 같은 것은 굉장히 잘못하고 있는 부분으로 정책 에너지를 굉장히 낭비하고 있다. 여러 가지 봐서 상중하 중 '하'를 벗어나긴 어렵다.
보건복지비서관이 현 정부에서 역할이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내가 청와대 있던 참여정부 시절 책임장관, 책임총리제로 많은 부분을 총리실과 각 부처가 책임을 지게 했다. 혼선을 최소화하도록 라인을 일원화하고 중요한 의제가 있다면 당정청 회의를 해서 조율했다.
지금은 책임장관과 책임총리제를 전혀 하지 않는 상황이고 청와대가 많이 주도하는 거 같은데 뭘 하는 건지 명확히 드러나지도 않는다. 청와대가 여당과 얼마나 교류하는지 몰라도 야당과는 일체 교류 대화가 없어서 우리로서 알기가 어렵다.
의약분업 설계자로서 지난 15년을 평가하다면.
의약분업은 한 번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의약분업으로 의사와 약사 간 관계를 정리해놓지 않았더라면 지금 훨씬 복잡한 일이 많았을 것이다. 일단 큰 갈등 요인 하나를 줄인 것이다. 성과를 평가하면 가장 큰 기여도는 의약사 간 기능을 명확히 구분한 것이다. 모든 환자들이 의사를 먼저 보게 된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기여도다.
의약분업 당시에는 그렇게 말하면 약사들이 오해할 수 있어 안 했지만 이전에 결핵 환자도,신경통, 고혈압, 당뇨 환자도 전부 약국서 약을 사먹었다. 환자들이 의약분업으로 일제히 의사들에게 진단 받게 됐다. 의사들 입장에서 보면 모든 환자가 관리 영역으로 들어왔으니 엄청난 중요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약사들은 반면에 약에 대해서는 확실한 관리권을 확보했다.
처방의 질적 수준이 달라졌다. 의약분업 이전 의원들도 내과라고 해봐야 백 개 이내 약을 비치하고 거기서 처방했다. 의약분업 이후 천 개 이상의 약을 처방해준다. 약국도 마찬가지로 의약분업 이전에 약을 몇 개 안 갖고 많이 팔리는 약 위주로 구비했다. 약사들이 약을 많이 구비하게 되고 공부도 새삼스레 굉장히 많이 했다. 처방이 공개되니 좋은 처방을 위해 의사들도 공부를 더하게 됐다.
주사제와 스테로이드, 항생제 사용 감소는 부분적인 것이다. 의약분업은 그걸 줄이는 기초를 놓은 것이고 많은 의약사들이 스스로의 노력과 심평원 평가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줄어 들게 된 것이다. 의약분업 자체가 스테로이드 감소의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의약분업은 그 자체로 많은 기여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의약분업 합의안에 포함된 성분명처방 필요성은.
의약분업은 내가 처음 디자인한 대로 된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 된 것이고 내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제도화 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내부적으로 있기는 하다. 그중 중요한 게 제약산업 중 약의 품질 확보이다. 품질이 균일하고 좋으면서 믿을 수 있는 약을 만드는 구조로 만드는 제약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게 제일 중요한데 그 부분이 잘 안 되고 있다.
성분명 처방 도입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약효가 정말 동등해야 한다. 의사로서 경험을 봐도 일부 약은 아무리 약효가 동등하다는 실험결과가 있어도 경험적으로 잘 안되는 부분이 있더라. 심장관계, 정신과관계, 내과 기능 등은 융통성 있게 상품명처방 하도록 해야 한다. 성분명 처방 도입의 전제는 명확하다. 수가 조절이 돼서 의약품과 리베이트 부분이 무관하게 되면 의사들이 상품명 처방하기도 귀찮아진다. 의료계가 약효동등성을 신뢰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성분명 처방은 그 다음단계 얘기고 제약산업 신뢰를 확보하는 게 먼저다.
제약업계 체질개선 방안은.
지난해 국감때 제약유통 부문부터 전수조사와 실태파악을 먼저 하라고 했다. 법 개정 없이도 현재 상태에서 정리돼야 할 기업들이 있을 테니까. 정리가 우선되고 나면 다음 단계로 발전 방안과 동시에 품질이 안 좋은 회사들 정리하고 흡수도 하고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 근데 복지부가 실태파악 조차도 못하고 있다. 그 동네에서 무슨 일이 어찌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택분업 주장이 있다.
원내조제를 하면 편리한 부분이 있다는 거 몰라 의약분업을 주장한 것이 아니다. 약의 선정이 의학적 판단 기준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고 병원 입장에서 이롭게 해주는 약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 처방과 조제를 분리시켜야 한다고 말한 거다. 국민의 편의성 부분을 일정 희생시킨 것이다.
현재 그 부분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병원의 선택분업이나 일부 원내조제를 허용하는 것은 약의 선택이 의학적으로만 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리면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다. 그게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안 된다. 환자 이익이 아닌 병원 이익을 위해 약이 지정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약국 조제료가 높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처방조제 행태가 어찌 변할지 모르니 6개월이든 1년이든 임시 수가로 정해 시행해보다 그후 평가해서 수가조정하자 했었다. 경험치가 전혀 없어 예측할 수 없지 않나. 의사들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해서 결국 의약분업 실시하기 위해 수가를 대폭 인상해줬다. 건보재정 구멍이 나서 장관 교체 후 다시금 수가를 깎았다. 결국 의약분업 제도를 도입하고 의사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수가 올렸다가 깎은 것인데 의사들은 또 손해를 보게 됐다.
그러니 처방조제료 부분이 높낮이가 제대로 돼 있는지를 평가해서 재조정하자는 개념이 없어져버렸다. 애당초 그런 일 없도록 차분히 보자 했던 건데 의사들은 불만이 남아있어 약사 조제료 너무 높다는 지적을 하고, 서로 불신 있는 채로 실종된 것이다.
진주의료원 문제로 단식까지 했다. 재개원 방안 있나.
영구폐쇄 됐다고 볼 수밖에 없지만 정치나 정책 영역에서 영구적인 것은 없다. 홍준표 도지사가 바뀌든지 정권이 바뀌든지 하면 진주의료원 하나 새로 만들 수 있는 거다. 새 도지사가 새로 만들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서부청사로 하는 홍준표 계획이 얼마나 진척될지 몰라도 그렇게 되더라도 진주의료원은 새로 만들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으로 재선 의지 있나.
내가 정치를 하러 국회에 들어온 과정도 별로 정치적이지 않았고 나가는 과정도 정치적이지 않게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좀 봐야겠지만 전문가 위치를 그냥 지키는 게 좋겠다. 정권 교체에는 기여해야 하는데 그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본다. 반드시 국회에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정권교체는 중요한 내 임무로 본다. (지역구 출마 의지는 없냐는 질문에) 내가 지역구 정치를 해도 되나.(웃음)
보건의료계 당부의 말이 있다면.
의료전문 단체가 장기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정부와 갈등 관계가 오래되다가 보니까 풀기 어려운 안건이 많이 있다. 그럴수록 장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사고에 너무 얽매이다보면 풀리지 않으면서 싸움만 앙금만 너무 생긴다. 21세기도 15년이나 지났는데 언제까지 싸울 거냐.(웃음)
의료계 전문인들은 한국 사회 지식인 사회에서 꽤 중요한 위치가 있으니 창의적으로 사고해서 긴 호흡으로 얘기를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 다만 한꺼번에 되겠는가. 서서히 변화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특히 한의사 의료기기 허용은 의료일원화 등 명확한 관계 설정 없이 돌출된 문제로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용익 의원(63, 의사, 보건복지위)은 최근 국회 전문기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박근혜 정부가 보장성 확대 등 잘한 일도 있지만 의료영리화로 정책 에너지를 굉장히 낭비하고 있다는 점에서 점수를 주면 상중하 중 하를 벗어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규제 기요틴으로 불거진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허용 논란과 관련한 소신을 피력했다.
김용익 의원은 "큰 틀에서 의과와 한방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가 먼저 정해져야 한다"면서 "예컨대 의료 일원화 등 교류 확대 방향이 정해지면 일정 교육을 통해 한방 병원도 일부 의료기기를 사용하고, 의과도 한약 처방이나 침구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두 직역을 갈라지도록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원칙의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전하고 "지금처럼 양측 관계와 비전에 대한 합의 없이 단순히 의료기기를 한방에서 사용하는 게 맞느냐 틀리느냐를 얘기하면 누가 판단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갈등이 계속되니 국회에 2월말 쯤 공청회를 하자고 제안했다"며 "정부든, 국회든 위원회를 만들어 의·한방 관계 교류를 문제를 어떤 원칙을 갖고 해결해 나갈지 논의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참여정부 시절 청와대 수석을 지닌 그는 박근혜 정부의 의료정책을 가감없이 지적했다.
김 의원은 "건강보험 급여 범위를 확대한 것과 상대가치점수를 재산정한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면서 "반대로 의료영리화는 굉장히 잘못하고 있는 부분으로 정책 에너지를 굉장히 낭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이 현 정부에서 무슨 역할을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전제하고 "청와대가 여당과 얼마나 교류하는지 몰라도 야당과는 일체 교류가 없다. 참여 정부 시절에는 책임장관 원칙으로 라인을 일원화하고 중요한 의제가 있다면 당정청 회의를 통해 조율했다"고 말했다.
2000년 의약분업 설계자인 김 의원은 긍정적 평가에 무게를 뒀다.
김용익 의원은 "의약분업으로 의사와 약사 관계를 정리해 놓지 않았더라도 지금 복잡한 일이 많았을 것"이라면서 "모든 환자들이 의사를 먼저 보게 된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기여도"라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의약분업 원칙에 포함된 성분명 처방과 관련, "성분명 처방 도입에는 전제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기술적으로 약효가 동등해야 하고, 수가 개선이 이뤄진다면 의사들이 굳이 상품명을 찾아야 할 이유가 없다"며 단기간 해결될 사안이 아님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김용익 의원은 끝으로 "단기적 사고에 얽매이다 보면 풀리지 않으면서 앙금만 생긴다"면서 "의료계 전문가들은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다. 창의적 사고에 기인해 긴 호흡으로 현안을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보건의료계의 화합을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논란이 많다.
문제는 판단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큰 틀에서 의과와 한방 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먼저 정해야 한다. 의료 일원화 방향이든 예컨대 교류확대 방향으로 진행하기로 전체적 틀이 정해지면 그 틀에 의해 한방 영역과 의과 영역을 서로 교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일정 교육을 통해 한방병원도 일부 의료기기 쓰도록 하고 의과도 한약 처방이나 침구하는 것이다.
두 직역을 갈라지도록 해야 한다는 게 아니라 원칙의 문제다. 지금처럼 의한방 관계를 어찌할지 비전 합의 없이 단순히 의료기기를 한방이 사용하는 게 맞느냐 틀리느냐 얘기하면 누가 판단할 수 있겠나. 지금은 이를 맞는지 틀린지 판단할 근거가 없는 것이다.
건강보험 지속성을 위해 보험료 인상 견해는.
그것도 의한방 관계나 비슷하다. 건강보험을 어떤 식으로 최종적인 모양새를 가져가야 한다는 얘기가 선행돼야 수가조절과 보험료 조절, 급여 확대 등 최종적인 목표 그림을 향해 조정될 수 있다. 전체적인 그림 없이 보험료만 조정하자고 하면 수없이 많은 논쟁이 벌어진다. 아무 비전 제시 없이 감각적으로 보험료 너무 낮아 올리자, 한방에서 의료기기 써야해 하고 툭 던지면 판단 못한다.
현 정부 당정청 보건의료정책을 평가하신다면.
상중하로 하면 '하'를 벗어나긴 어렵다. 잘한 게 전혀 없다고 평을 할 건 없다. 예컨대 건보 급여 범위를 확대한 것과 상대가치점수를 재산정하는 문제 등은 진전을 보고 있어 이 부분은 잘했다. 반대로 의료영리화 같은 것은 굉장히 잘못하고 있는 부분으로 정책 에너지를 굉장히 낭비하고 있다. 여러 가지 봐서 상중하 중 '하'를 벗어나긴 어렵다.
보건복지비서관이 현 정부에서 역할이 무엇인지 나도 잘 모르겠다.(웃음) 내가 청와대 있던 참여정부 시절 책임장관, 책임총리제로 많은 부분을 총리실과 각 부처가 책임을 지게 했다. 혼선을 최소화하도록 라인을 일원화하고 중요한 의제가 있다면 당정청 회의를 해서 조율했다.
지금은 책임장관과 책임총리제를 전혀 하지 않는 상황이고 청와대가 많이 주도하는 거 같은데 뭘 하는 건지 명확히 드러나지도 않는다. 청와대가 여당과 얼마나 교류하는지 몰라도 야당과는 일체 교류 대화가 없어서 우리로서 알기가 어렵다.
의약분업 설계자로서 지난 15년을 평가하다면.
의약분업은 한 번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의약분업으로 의사와 약사 간 관계를 정리해놓지 않았더라면 지금 훨씬 복잡한 일이 많았을 것이다. 일단 큰 갈등 요인 하나를 줄인 것이다. 성과를 평가하면 가장 큰 기여도는 의약사 간 기능을 명확히 구분한 것이다. 모든 환자들이 의사를 먼저 보게 된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기여도다.
의약분업 당시에는 그렇게 말하면 약사들이 오해할 수 있어 안 했지만 이전에 결핵 환자도,신경통, 고혈압, 당뇨 환자도 전부 약국서 약을 사먹었다. 환자들이 의약분업으로 일제히 의사들에게 진단 받게 됐다. 의사들 입장에서 보면 모든 환자가 관리 영역으로 들어왔으니 엄청난 중요한 일이 일어난 것이다. 약사들은 반면에 약에 대해서는 확실한 관리권을 확보했다.
처방의 질적 수준이 달라졌다. 의약분업 이전 의원들도 내과라고 해봐야 백 개 이내 약을 비치하고 거기서 처방했다. 의약분업 이후 천 개 이상의 약을 처방해준다. 약국도 마찬가지로 의약분업 이전에 약을 몇 개 안 갖고 많이 팔리는 약 위주로 구비했다. 약사들이 약을 많이 구비하게 되고 공부도 새삼스레 굉장히 많이 했다. 처방이 공개되니 좋은 처방을 위해 의사들도 공부를 더하게 됐다.
주사제와 스테로이드, 항생제 사용 감소는 부분적인 것이다. 의약분업은 그걸 줄이는 기초를 놓은 것이고 많은 의약사들이 스스로의 노력과 심평원 평가 등을 통해 점진적으로 줄어 들게 된 것이다. 의약분업 자체가 스테로이드 감소의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의약분업은 그 자체로 많은 기여를 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의약분업 합의안에 포함된 성분명처방 필요성은.
의약분업은 내가 처음 디자인한 대로 된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 된 것이고 내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제도화 돼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내부적으로 있기는 하다. 그중 중요한 게 제약산업 중 약의 품질 확보이다. 품질이 균일하고 좋으면서 믿을 수 있는 약을 만드는 구조로 만드는 제약 산업 구조조정이 일어나는 게 제일 중요한데 그 부분이 잘 안 되고 있다.
성분명 처방 도입에는 전제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 약효가 정말 동등해야 한다. 의사로서 경험을 봐도 일부 약은 아무리 약효가 동등하다는 실험결과가 있어도 경험적으로 잘 안되는 부분이 있더라. 심장관계, 정신과관계, 내과 기능 등은 융통성 있게 상품명처방 하도록 해야 한다. 성분명 처방 도입의 전제는 명확하다. 수가 조절이 돼서 의약품과 리베이트 부분이 무관하게 되면 의사들이 상품명 처방하기도 귀찮아진다. 의료계가 약효동등성을 신뢰하지 않는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 성분명 처방은 그 다음단계 얘기고 제약산업 신뢰를 확보하는 게 먼저다.
제약업계 체질개선 방안은.
지난해 국감때 제약유통 부문부터 전수조사와 실태파악을 먼저 하라고 했다. 법 개정 없이도 현재 상태에서 정리돼야 할 기업들이 있을 테니까. 정리가 우선되고 나면 다음 단계로 발전 방안과 동시에 품질이 안 좋은 회사들 정리하고 흡수도 하고 단계적으로 가야 한다. 근데 복지부가 실태파악 조차도 못하고 있다. 그 동네에서 무슨 일이 어찌 일어나는지 아무도 모른다.
의협 회장 선거를 앞두고 선택분업 주장이 있다.
원내조제를 하면 편리한 부분이 있다는 거 몰라 의약분업을 주장한 것이 아니다. 약의 선정이 의학적 판단 기준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고 병원 입장에서 이롭게 해주는 약을 선택하는 경향이 나타나 처방과 조제를 분리시켜야 한다고 말한 거다. 국민의 편의성 부분을 일정 희생시킨 것이다.
현재 그 부분이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병원의 선택분업이나 일부 원내조제를 허용하는 것은 약의 선택이 의학적으로만 될 수 있다는 전제가 깔리면 얼마든지 융통성 있게 할 수 있다. 그게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는 안 된다. 환자 이익이 아닌 병원 이익을 위해 약이 지정되는 현상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확신이 필요하다.
약국 조제료가 높다는 지적이 지속 제기되고 있다.
의약분업 이후 처방조제 행태가 어찌 변할지 모르니 6개월이든 1년이든 임시 수가로 정해 시행해보다 그후 평가해서 수가조정하자 했었다. 경험치가 전혀 없어 예측할 수 없지 않나. 의사들이 정부를 믿을 수 없다고 해서 결국 의약분업 실시하기 위해 수가를 대폭 인상해줬다. 건보재정 구멍이 나서 장관 교체 후 다시금 수가를 깎았다. 결국 의약분업 제도를 도입하고 의사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수가 올렸다가 깎은 것인데 의사들은 또 손해를 보게 됐다.
그러니 처방조제료 부분이 높낮이가 제대로 돼 있는지를 평가해서 재조정하자는 개념이 없어져버렸다. 애당초 그런 일 없도록 차분히 보자 했던 건데 의사들은 불만이 남아있어 약사 조제료 너무 높다는 지적을 하고, 서로 불신 있는 채로 실종된 것이다.
진주의료원 문제로 단식까지 했다. 재개원 방안 있나.
영구폐쇄 됐다고 볼 수밖에 없지만 정치나 정책 영역에서 영구적인 것은 없다. 홍준표 도지사가 바뀌든지 정권이 바뀌든지 하면 진주의료원 하나 새로 만들 수 있는 거다. 새 도지사가 새로 만들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서부청사로 하는 홍준표 계획이 얼마나 진척될지 몰라도 그렇게 되더라도 진주의료원은 새로 만들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으로 재선 의지 있나.
내가 정치를 하러 국회에 들어온 과정도 별로 정치적이지 않았고 나가는 과정도 정치적이지 않게 나가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좀 봐야겠지만 전문가 위치를 그냥 지키는 게 좋겠다. 정권 교체에는 기여해야 하는데 그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본다. 반드시 국회에 꼭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정권교체는 중요한 내 임무로 본다. (지역구 출마 의지는 없냐는 질문에) 내가 지역구 정치를 해도 되나.(웃음)
보건의료계 당부의 말이 있다면.
의료전문 단체가 장기적인 사고를 해야 한다. 정부와 갈등 관계가 오래되다가 보니까 풀기 어려운 안건이 많이 있다. 그럴수록 장기적인 사고가 필요하다. 단기적인 사고에 너무 얽매이다보면 풀리지 않으면서 싸움만 앙금만 너무 생긴다. 21세기도 15년이나 지났는데 언제까지 싸울 거냐.(웃음)
의료계 전문인들은 한국 사회 지식인 사회에서 꽤 중요한 위치가 있으니 창의적으로 사고해서 긴 호흡으로 얘기를 풀어갈 수 있어야 한다. 다만 한꺼번에 되겠는가. 서서히 변화를 생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