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어짜기식 보장성 강화정책…병원들 미래 암울하다"

발행날짜: 2015-05-08 05:38:36
  • 병협 "국민의료비 절감에만 초점 맞춘 의료정책에 병원계 버티기 어려워"

대한병원협회가 병원계 생존방안을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지만 뾰족한 대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암울한 병원계 현실만 재확인하는데 그쳤다.

병협은 7일 63빌딩에서 열린 제56차 정기총회에서 '의료패러다임 변화에 따른 대응방안'을 주제로 학술세미나를 열고 병원계의 생존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대한병원협회 정영호 정책위원장은 병원 경영자 입장에서 현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대해 비판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사회적, 정치적으로 국민 의료부담 줄여주는 쪽으로 가는 정부 의료정책을 보면 조급함이 느껴진다"며 "뒤를 추스리지 않고 밀어부치기식 정책을 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병원 적자가 누적되면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진다"며 "정부 지원도, 기부도 없는, 진료수입만으로 병원을 유지해야하는 의료환경에서 답이 안나오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병원계 현실을 제시하며 정부의 3대 비급여 감소 방안을 지적했다.

정영호 위원장은 "정부가 3대 비급여를 줄인 후 중소병원에서 비급여 20%를 맞추기도 어려워지면서 일선 병원들이 초음파 비용을 올리는 등 대안을 찾고 있다"며 "병상가동률을 감소하고 비급여도 점차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정부의 3대 비급여 축소 방안에 이대로 끌려가도 괜찮은 것인지 의문"이라며 "병협 차원에서 강하게 저항해 제도 시행 시점이라도 늦춰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부의 수가 인상 방식도 문제 삼았다.

현재 정부 의료제도는 수가를 인상해주는 대신 댓가를 요구하기 때문에 수가혜택을 위해 기준에 맞추다보면 비용이 더 들어간다는 게 그의 지적.

그는 "수가를 받으려면 그 이상 투자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이같은 시스템에서 병원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과거 많이 벌어서 수익을 내는 구조에서 비용을 줄여서 수익을 내는 구조로 전환할 것을 제안했다.

전체적으로 환자 수가 감소한만큼 규모를 늘려 경쟁력을 높이는 것에서 비용을 절감해 경영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과거 병원간 경쟁에 쏟아붓는 비용을 줄여 상생구도로 전환함과 동시에 현행 행위별수가 제도 변화도 고민할 때라는 의견도 전했다.

이날 패널로 나선 지영건 차의과대 교수도 "정부가 고령화, 저출산 등 앞으로 닥쳐올 위기에 대한 모든 책임을 의료계에 전가하는 식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료계는 부족한 의료인력으로 고효율을 내면서 수고를 했지만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국민연금 재정으로는 무상 복지제도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의료계에 대해선 아직 쥐어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비판했다.

박은철 교수
세브란스병원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의료정책을 추진하는 명분으로 의료계를 내세울 게 아니라 환자 및 국민중심의 아젠다를 설정해야 한다"며 "수가인상을 요구하기 전에 신뢰할 수 있는 병원별 회계 근거자료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비급여 항목을 점차 줄이기 위한 병원별 대책이 필요하다"며 "현재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해외환자 유치, 연구 및 특허 활성화로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기관의 대형화 대신 수직적, 수평적 통합을 통한 네트워크에서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젊은 의사 비중이 높아지는 현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국내 의대 졸업생 수는 OECD 국가 평균에 못미치는 수준으로, 더 많은 의사가 필요하다. 그러나 44세 이하 의사비율을 살펴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국내 44세 이하 의사비율은 60.3%로, OECD 국가 중 가장 의사 수가 많은 영국 63.1보다 3% 못미치는 수준까지 높아졌다.

박 교수는 "최근 배출되는 의사 수가 많아 44세 이하의 젊은 의사 비중이 높아졌다"며 "젊은 의사들 사이에서 의료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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