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점수 높아 의대 오긴 했는데 뭘 먹고 살아야 하죠?"

발행날짜: 2015-05-19 12:01:08
  • 서울의대 학생경력개발센터 "인기과보다 적성에 맞는 진로 결정 도움"

서울의대는 지난해 9월 학생경력개발센터를 개소했다. 의대학생들의 적성을 찾아주는 것은 물론 임상의사 이외의 다양한 진로를 모색하겠다는 게 설립취지다. 이후 센터를 찾은 의대생들은 어떤 고민을 털어놓고 어떤 지원을 받고 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최근 학생경력개발센터를 직접 찾아가봤다. 편집자주
"피부과를 전공하려면 몇등을 해야 하나요?"

서울의대 학생경력개발센터 문을 두드리는 의대생들이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학생경력개발센터 학생 상담을 맡고 있는 한 연구원은 "학생들이 자신의 적성이 무엇인지 묻기 보다는 소위 인기있는 전공과목을 가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묻는 경우가 많다"며 씁쓸함을 전했다.

자신의 적성보다는 당장 인기과에만 관심을 보이는 의대생들이 많다는 얘기다.

진로 고민하는 의대생에게 각종 프로그램 실시

지난해 문을 연 서울의대 학생경력개발센터는 의대생의 적성개발과 함께 환자진료 이외 다른 길을 선택하려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진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의과대학을 졸업하면 임상의사의 길을 걷는 게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상의사 이외 다양한 진로를 꿈꾸는 학생들이 늘어나면서 학생경력개발센터도 그에 발맞춰 그들의 타 분야 진출을 돕는데 한몫하고 있다.

서울의대는 지난해 학생경력개발센터를 개소하고 의대생 진로 상담을 진행중이다.
학생경력개발센터는 의과대학 졸업 후 진로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가장 흔한 것은 임상의사의 길이지만 비의사로서 제약사 CEO 등 완전히 다른 길을 택하는 것과 기초의학 교수로서 의학자가 되는 길도 있다.

학생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시간낭비를 최소화하고 자신의 적성에 맞게 미래를 결정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게 학생경력개발센터의 설립 취지.

이를 위해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 일리노이대학 어린이병원 박종희 교수 등 평소 만나기 힘든 선배의 초청강연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한편 동문선배와의 멘토링 프로그램을 통해 선배들의 살아있는 경험담을 들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가장 관심있는 프로그램은 '의대생 적합성 적성 및 진로검사'다.

센터는 각 전문과목 의료진과 연계해 해당 전공과목에 적합한 적성과 자질이 어떤 것인지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해 학생들에게 진로 상담에 적용할 수 있는 검사지를 개발 중이다.

전공선택을 앞두고 고민하는 학생에게 적성 검사를 실시해 그에 맞는 전공과목을 제시해주는 식이다.

그러나 각 전공별 자료는 물론 졸업 후 진로현황을 파악한 자료를 DB로 구축해야 하는 만큼 시간이 소요될 예정이다.

학생경력개발센터 김붕년 소장은 "의과대학에 온 학생 중 어릴적부터 의사를 꿈꾸던 학생은 극히 일부"라며 "대부분은 성적이 잘 나와서 혹은 주변의 권유로 의대를 선택하는데 그러다보니 의대 입학 후 제2의 사춘기를 겪는다"고 말했다.

의사로서의 '희생' 보다 '개인의 삶' 중요해진 학생들

그렇다면 학생들은 어떤 고민으로 센터 문을 두드릴까.

일부 비의사의 길을 상담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고, 근무강도가 낮은 전공이 무엇이고, 이를 택하려면 어떤 조건을 갖춰야하는 지에 대해 묻는다.

김붕년 소장
의과대학 시절부터 어떻게 해야 치열해진 의료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다.

실제로 센터를 찾은 학생들이 주로 던지는 질문도 "어떤 과가 안정적인가" "10년 후에 개원하려면 어떤 과를 가야 하나" 등이다.

김붕년 소장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면서도 달라진 세태에 대해 한마디했다.

그는 "최근에는 돈을 많이 벌거나 편하게 일하며 자신의 인생을 즐기고 싶다는 학생이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의사로서 희생할 각오가 돼 있던 과거와는 달리 희생보다는 자신의 여가생활과 가족과의 시간을 우선시하는 학생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의과대학 뿐만 아니라 최근 학생들의 사고방식이 바뀌면서 돈은 안 되고 힘만드는 응급의료 혹은 생명과 직결된 외과, 흉부외과 등 전공은 기피한다는 것.

그는 "요즘 젊은 세대의 사고방식이고 트렌드이기 때문에 욕할 수만은 없는 부분"이라며 "그런 점에서 경력개발센터가 학생들에게 의사라는 직업에 대한 보람을 느끼게해줄 수 있도록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학생경력개발센터가 위기에 처한 외과, 흉부외과 등 기피과에 훈풍을 불어넣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 소장은 "지금은 인기과에만 쏠리지만 학생의 적성에 따라 기피과로도 연결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의대생의 진로 선택을 돕는 것과 함께 위기과를 살리는 데에도 역할을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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