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노예로 살 것인가, 의료전문가로 살 것인가?

이동욱
발행날짜: 2015-05-29 05:38:05
  • 칼럼대한평의사회 이동욱 대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상근, 비상근 인력을 대폭 보강하고 위상과 기능을 더욱 강화한다며 대대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에 대해 손놓고 박수치고 있다. 추무진 회장은 회원의 권익에는 도무지 관심이 없다. 참으로 기가 막힌 현실이다.

회원들이 가장 고통을 느끼는 것 중 하나가 진료현장에서 정당히 청구하면 삭감하고, 비급여로 받으면 청구가 된다고 뒤통수 치는 심평원의 횡포다.

이해할 수 없는 심평원의 부당한 삭감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자문의사가 그렇게 했다고 대답한다. 그 사람이 누구냐고 하면 절대 함구 한다. 처분자를 밝히지 않는 이것은 분명히 위법한 행정행위이다.

왜 삭감 결정을 한 자신의 이름 석자를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가?

의협은 반드시 심사실명제를 요구해야 한다. 이것은 삭감 처분을 받은 국민의 지극히 당연한 알권리에 해당한다. 이름 석자조차 떳떳이 밝히지 못하면서 동료의 진료에 대해 뒤에서 삭감처분을 하고 심사실명제를 거부하는 사람은 매우 비겁한 사람이고 위원이 될 자격도 없다.

회원들이 심평원의 삭감처분에 대해 억울하다고 이의청구를 하면 삭감 했던 심평원이 심사를 한다. 심평원이 진료 심사를 하는 것은 기능상 맞지만 심평원에 대한 이의에 대한 심판은 제3의 심의기관에서 하는 것이 객관성이 담보되고 공정하다.

심평원이 삭감한 처분을 또 심평원이 심판관이 되는 것은 사실상 공정한 결과를 기대할 수 없고 공신력이 떨어진다.

의협은 심평원에서 이미 이루어진 삭감처분에 대해서는 심평원 산하의 진료심사평가위원회가 아니라 의협 산하의 심의위원회에서 결정하도록 제도개선을 요구해야 한다.

최소한 의협을 전문가 단체로 인정한다면 복지부가 제도개선을 거부할 이유가 없다. 이것을 복지부가 반대한다면 삭감자체가 목적이라는 반증이다. 의협을 믿지 못한다면 당연히 우리 의사들도 심평원을 믿지 못하는 것이다.

의협의 책임회피와 못 본척 외면에만 익숙한 현 추무진 집행부는 '의협 산하 심의위원회로의 제도개선이 어디 쉽냐?'고 할 것이다.

그게 어렵다면 의협이 스스로 '의협 산하의 심의위원회'라도 만들어 회원들의 모든 심평원 삭감 민원을 받고 문제가 있다고 결론되는 모든 사안들은 힘없는 개별 회원이 아니라 의협이 단체 이름으로 심평원과 싸워야 한다.

그러면 사실상 의협 산하의 심의위원회가 실질적 회원들의 권리구제 위원회의 기능이 되고 심평원 산하의 어용위원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한 위원회가 될 것이다.

의협은 심평원 삭감에 대해 심사실명제를 요구하고 심평원 삭감처분에 대해 지금처럼 방치하고 심평원 진료심사평가위원회의 대대적 기능 강화에 박수치고 앉아 있을 때가 아니다. 의협 내 '심의위원회'를 만들어 회원들의 이의제기와 억울함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 외부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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