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스톤브릿지(CAPSTONE BRIDGE) 고주형 대표
의과대학에서 예과를 마치면 본과로 올라간다. 본격적으로 의사국가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본과 4년차를 앞둔 본과 3년차들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갈까. 아니, 어떤 고민이 필요할까.
의대 선배들을 보면 임상의사를 선택에 진료에만 매달려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인간으로서 본과 3학년에 필요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보단 전공, 교수, 펠로우, 개원 등 의사에 대한 이야기 밖에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제껏 선배의사들이 그래왔듯이 '이들'도 '그들'의 길을 따라 걷게 되는 것이다.
이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전하는 이가 있다. 그런데 그는 의사가 아니다. 코넬대학교를 나온 美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현재 경영컨설팅회사 캡스톤브릿지(CAPSTONE BRIDGE)를 이끌고 있는 고주형 대표다.
고주형 대표는 지난 4월 '의대 본과생에게(What they didn't teach you in med school)'이라는 책을 펴냈다. 고 대표는 이 책을 통해 보건의료 지성을 꿈꾸는 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의사도 아닌 회계사 출신의 컨설턴트가 왜 의대생, 그중에서도 본과 3학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게 됐을까.
고주형 대표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의료경영학 석사를 졸업한 고 대표는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의학연구 연구지도자를 겸하고 있으며 국내 의료원, 대학병원, 종합병원, 종합병원, 중소병의원 등의 컨설팅을 수행한 경력이 있으며 서울의대를 비롯해 연세의대, 가톨릭의대, 울산의대, 고려의대, 건국의대 등에서 특성화 교육과 관련한 강연을 해왔다.
교수만큼이나, 때로는 교수보다 의대생들과 더욱 가까이 있는 그이기 때문에 진심어린 조언이 가능했던 것이다.
"컨설팅 사업을 하다보니 주변에선 병원 경영에 대한 책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의대 본과생에 대한 책을 들고 나오니까 주변 지인들이 갑자기 왜 의대 본과생에 대한 책을 쓰느냐는 질문을 던지더군요."
"강의를 가면 강의와 질의응답 후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런데 서울의대 본과에서 강의를 했었는데 당시 강의를 들었던 본과 학생들이 별도로 연락을 편하게 만날 수 없느냐고 물어서 그들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게 됐죠. 그러다보니 가톨릭의대, 연대의대 등의 학생들도 같이 만나게 됐어요. 이들을 포함한 본과 학생들이 꼭 좀 알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서 책으로 엮게 됐어요."
그런데 그는 왜 의대생 중에서도 본과, 그중에서도 본과 3년차를 대상으로 정했을까?
그가 보는 본과 3년차는 전환기에 서 있는 시기이다.
일반적인 대학생들은 4년을 마치면 졸업하는데 본과 3년차는 다른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기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생각이 복잡한 시기라는 것.
"본과 3년차는 난생 처음으로 초심이라는 것을 만들고 업(業)의 체계를 구축하기에 적기인 전환점에 서 있어요. 컨설팅을 하면서 만난 주 고객들은 주로 연세가 많은 병원장들이었어요. 그분들을 대상으로 변화에 대한 관리를 실시했는데 그들이 살아온 연륜이 있다보니 일정 시간이 지나니 원래대로 돌아오더군요."
수개월간 진행되는 컨설팅 프로젝트가 조직 자체의 변화를 이끄는데 집중하는 일이다보니 사람 그 자체에 가까이 가는 일과 어떻게 하면 중장기적으로 헬스케어 전반적으로 업계의 진정성을 이끌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봉착했던 것이다.
"조직 개편이나 이런 부분에서는 순간적인 전략이 들어갈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대상을 부교수급, 중간관리자급 등으로 낮추다보니 결국은 그래도 머리가 말랑말랑한 학생이 답이더군요. 대상을 예과로 잡을까 본과로 잡을까 고민하다가 본과 3년차가 가장 위기의식을 느낄 때가 아닐까 싶어서 결정했어요."
고주형 대표는 예비 의료인들의 고민이 제한적이라는 점에 직시했다.
"예비의료인들이 직시할 수 있는 현실을 문제를 정의하는 것 자체부터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점이 많은 이들의 고민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년 진료과별 전공의 지원율이 요동치는 것이 그들의 고민을 표출하는 하나의 형태죠."
또한 그 고민에 대한 조언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변에서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분들조차 예비의료인의 숙제를 해결한 여지가 적어요. 그런 제한적 환경이다보니 말랑말랑한 의대생들도 결국엔 굳어가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의료인이 아닌 제 3자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제3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우선 그들이 처한 무게감에 공감해주는 역할이 요구되고 본과생 스스로도 자신을 경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또 의료환경의 변화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전에 없던 것을 접하고 자신에게 접목시켜보고 주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반복돼야 할 것 같아요."
고주형 대표는 예비의료인들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계가 위기라고들 하는데 그 위기는 의대생들에게는 10년 뒤의 위기일 뿐이에요. 10년 후 얼마나 환경이 많이 바뀌어 있겠어요. 그렇다면 지금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그냥 신문에 나오는 것 주변에서 듣는 것을 전부 본인의 삶인 양 생각하죠. 저는 회계사로 시작했지만 회계사 자격증을 버렸죠. 자격증을 버려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또 20대때 정해진 직업을 평생 가져가는 것도 지루함이 있어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야 해요."
"미국에 대학원 공부하러 갔을 때 동기들이 23명이었어요. 저를 제외하고 4분의 1 정도가 의대가기 위해 입학한 친구들이었죠. 이 부분이 충격적이었어요. 왜 의대를 가기 위해 대학원까지 나와야 하는지. 결국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던 것이죠. 학부에서 생화학을 하건 심리학을 하건 학문을 거치고 의료계에 한발 다가가는 의료경영이나 의료정책에 발을 담근 후 의대를 가니까 균형있는 생각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죠."
"우리나라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의대를 가서 나와 나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의대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와 다른 것을 경험하다 보니까 의료계가 아닌 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에요."
이런 경험들이 의대생들로 하여금 임상의사가 아닌 다양한 직업으로의 진출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의대를 나왔더라도 반드시 의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도 쓰고 영화감독, 배우도 하지만 한국은 직업이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직업에 대한 폭을 여러가지를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 분들이 나와서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타이틀을 버리고 다양한 길을 걷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엔 '같은 생각 다른 길'이라는 책을 만들까 해요. 같이 들어왔지만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부분을 의대 뿐 아니라 간호대와 보건대까지 확장시켜 그 출신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파급효과가 어떤지에 대해 책을 써볼까 구상 중이에요."
특히 의대생들의 과도한 자심감에 대해 경계했다.
"의대 강의를 나가면 '의료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 '이제껏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할 것이다'라는 답변이 항상 나옵니다. 이제껏 잘해왔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학업 성취, 집안의 환경적 뒷받침 등 외부에서 잘 커버해주다보니 원래 그러는 줄 알고 위기를 준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컨설팅 제안이 들어온 것 보면 대부분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들이 병원을 빨리 성장시키려 하거나, 갑자기 다운됐을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과생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자생력입니다. 젊은 시절 특정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스스로 일어설 역량을 확보할 준비가 필요해요."
"회계사 시장과 변호사 시장이 열리면서 전문가의 직업적 가치가 변했 듯 의료계도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안전성, 수립, 경력의 전망을 보장받지 못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을 우상화하는 것을 휴브리스라고 하는데 전문가 집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이제껏 잘 해왔어요 앞으로 잘하리란 보장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의대생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고주형 대표는 젊은 시절, 자신의 의무가 배움 한 가지 틀에 얽매어 있지 않은지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그는 저서 '의대 본과생들에게'를 통해 예과 때 ▲해외 경험 ▲선배의 삶 분석 ▲도서관 활용법 확대 등 의학과 무관한 경험에 70%를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경험이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하라는 것이에요. 예과 때 커리큘럼을 보면 의학과 무관한 부분이 많아요. 예를 들어 NASA를 가본다던가 가방을 메고 대륙을 횡단한다던가, 이런 조그만 경험들은 모두 의학과 무관한 경험이죠. 이런 경험들이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니까 시간을 투입하라는 것이에요. 의사들은 의대동문회와 학회를 나가게 되고 원장이 되서도 주변 개원가 모임을, 대학에서도 같은 과 미팅 등 지속적으로 같은 직업군 속에서 활동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죠. 같은 곳에 머물다 보면 생각도 머물게 되요. 젊은 시기에 나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런 일을 하다보면 나중에 과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와요. 과거의 경험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차원에서 의학과 무관한 활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나를 인정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정을 포함해 본인이 선택을 강요당한 그룹에서 사고가 형성됩니다. 이 그룹은 나와 동질적 그룹이죠. 올바른 시각과 편향된 사고가 혼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지식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와 이질적인 그룹을 만나게 됩니다. '사'자가 붙는다고 다 지식인은 아니에요. 지식으로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본인만의 시각과 프레임을 언제부터 가지느냐가 지식인 대열에 들어서는 시기를 결정할 것입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고주형 대표는 저서 '의대 본과생에게'에 진정성을 담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는 원래 병원쪽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제 첫 책이 병원 경영과 관련한 책이었다면 사업에 도움이 됐겠지요. 그러나 이 책은 사회공헌 차원으로 펴낸 책입니다. 제가 한살이라도 더 순수할 때 그런 마음으로 써야 그 순수성을 독자들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론적 이야기일지라도 젊은이 한 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 걸로 이책은소명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commitment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약속, 책무 등 사전적 의미는 다양하지만 저는 이를 진정성이라고 해석코자 해요. 저를 오늘 여기까지 오게 한 것도 스스로에 대한 진정성이 기반이 됐고요. 이 책을 내게 된 것은 헬스케어 업계의 미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사회에 대한 저의 작은 공헌이라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지금 성장하는 학생들이 앞으로의 10년을 알차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기댈 수 있는 하나의 어깨가 되고자 합니다."
의대 선배들을 보면 임상의사를 선택에 진료에만 매달려 있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인간으로서 본과 3학년에 필요한 미래에 대한 이야기보단 전공, 교수, 펠로우, 개원 등 의사에 대한 이야기 밖에 기대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이제껏 선배의사들이 그래왔듯이 '이들'도 '그들'의 길을 따라 걷게 되는 것이다.
이들에게 진심어린 조언을 전하는 이가 있다. 그런데 그는 의사가 아니다. 코넬대학교를 나온 美 공인회계사 출신으로 현재 경영컨설팅회사 캡스톤브릿지(CAPSTONE BRIDGE)를 이끌고 있는 고주형 대표다.
고주형 대표는 지난 4월 '의대 본과생에게(What they didn't teach you in med school)'이라는 책을 펴냈다. 고 대표는 이 책을 통해 보건의료 지성을 꿈꾸는 이들에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의사도 아닌 회계사 출신의 컨설턴트가 왜 의대생, 그중에서도 본과 3학년들에게 메시지를 전하게 됐을까.
고주형 대표의 이력을 살펴보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코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의료경영학 석사를 졸업한 고 대표는 현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의학연구 연구지도자를 겸하고 있으며 국내 의료원, 대학병원, 종합병원, 종합병원, 중소병의원 등의 컨설팅을 수행한 경력이 있으며 서울의대를 비롯해 연세의대, 가톨릭의대, 울산의대, 고려의대, 건국의대 등에서 특성화 교육과 관련한 강연을 해왔다.
교수만큼이나, 때로는 교수보다 의대생들과 더욱 가까이 있는 그이기 때문에 진심어린 조언이 가능했던 것이다.
"컨설팅 사업을 하다보니 주변에선 병원 경영에 대한 책을 쓰는 것으로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의대 본과생에 대한 책을 들고 나오니까 주변 지인들이 갑자기 왜 의대 본과생에 대한 책을 쓰느냐는 질문을 던지더군요."
"강의를 가면 강의와 질의응답 후 마치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그런데 서울의대 본과에서 강의를 했었는데 당시 강의를 들었던 본과 학생들이 별도로 연락을 편하게 만날 수 없느냐고 물어서 그들과 계속 관계를 유지하게 됐죠. 그러다보니 가톨릭의대, 연대의대 등의 학생들도 같이 만나게 됐어요. 이들을 포함한 본과 학생들이 꼭 좀 알았으면 하는 부분이 있어서 책으로 엮게 됐어요."
그런데 그는 왜 의대생 중에서도 본과, 그중에서도 본과 3년차를 대상으로 정했을까?
그가 보는 본과 3년차는 전환기에 서 있는 시기이다.
일반적인 대학생들은 4년을 마치면 졸업하는데 본과 3년차는 다른 학생들이 졸업하는 시기에 새로운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인 만큼 생각이 복잡한 시기라는 것.
"본과 3년차는 난생 처음으로 초심이라는 것을 만들고 업(業)의 체계를 구축하기에 적기인 전환점에 서 있어요. 컨설팅을 하면서 만난 주 고객들은 주로 연세가 많은 병원장들이었어요. 그분들을 대상으로 변화에 대한 관리를 실시했는데 그들이 살아온 연륜이 있다보니 일정 시간이 지나니 원래대로 돌아오더군요."
수개월간 진행되는 컨설팅 프로젝트가 조직 자체의 변화를 이끄는데 집중하는 일이다보니 사람 그 자체에 가까이 가는 일과 어떻게 하면 중장기적으로 헬스케어 전반적으로 업계의 진정성을 이끌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 봉착했던 것이다.
"조직 개편이나 이런 부분에서는 순간적인 전략이 들어갈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접근이 어려운 부분이 있었던 것이죠. 그래서 대상을 부교수급, 중간관리자급 등으로 낮추다보니 결국은 그래도 머리가 말랑말랑한 학생이 답이더군요. 대상을 예과로 잡을까 본과로 잡을까 고민하다가 본과 3년차가 가장 위기의식을 느낄 때가 아닐까 싶어서 결정했어요."
고주형 대표는 예비 의료인들의 고민이 제한적이라는 점에 직시했다.
"예비의료인들이 직시할 수 있는 현실을 문제를 정의하는 것 자체부터 대단히 제한적이라는 점이 많은 이들의 고민일 것이라고 생각해요. 매년 진료과별 전공의 지원율이 요동치는 것이 그들의 고민을 표출하는 하나의 형태죠."
또한 그 고민에 대한 조언도 제한적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주변에서 그들에게 직접적으로 조언을 해주는 분들조차 예비의료인의 숙제를 해결한 여지가 적어요. 그런 제한적 환경이다보니 말랑말랑한 의대생들도 결국엔 굳어가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의료인이 아닌 제 3자의 역할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외부에서 제3자가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우선 그들이 처한 무게감에 공감해주는 역할이 요구되고 본과생 스스로도 자신을 경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또 의료환경의 변화를 균형 잡힌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이전에 없던 것을 접하고 자신에게 접목시켜보고 주변의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이 반복돼야 할 것 같아요."
고주형 대표는 예비의료인들이 새로움을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의료계가 위기라고들 하는데 그 위기는 의대생들에게는 10년 뒤의 위기일 뿐이에요. 10년 후 얼마나 환경이 많이 바뀌어 있겠어요. 그렇다면 지금에 대해 위기의식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처한 상황에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는 생각을 가져야 하는데 그냥 신문에 나오는 것 주변에서 듣는 것을 전부 본인의 삶인 양 생각하죠. 저는 회계사로 시작했지만 회계사 자격증을 버렸죠. 자격증을 버려야 새로운 삶을 살 수 있었기 때문이에요. 또 20대때 정해진 직업을 평생 가져가는 것도 지루함이 있어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야 해요."
"미국에 대학원 공부하러 갔을 때 동기들이 23명이었어요. 저를 제외하고 4분의 1 정도가 의대가기 위해 입학한 친구들이었죠. 이 부분이 충격적이었어요. 왜 의대를 가기 위해 대학원까지 나와야 하는지. 결국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이었던 것이죠. 학부에서 생화학을 하건 심리학을 하건 학문을 거치고 의료계에 한발 다가가는 의료경영이나 의료정책에 발을 담근 후 의대를 가니까 균형있는 생각을 갖게 될 수 밖에 없죠."
"우리나라처럼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의대를 가서 나와 나가 아닌 것을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의대에 들어가기 전부터 나와 다른 것을 경험하다 보니까 의료계가 아닌 것을 바라볼 수 있게 되는 것이에요."
이런 경험들이 의대생들로 하여금 임상의사가 아닌 다양한 직업으로의 진출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미국은 의대를 나왔더라도 반드시 의사만 하는 것이 아니라 책도 쓰고 영화감독, 배우도 하지만 한국은 직업이 굉장히 제한적이에요. 직업에 대한 폭을 여러가지를 보여주는 사람이 필요해요. 그런 분들이 나와서 당당하게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합니다. 타이틀을 버리고 다양한 길을 걷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다음엔 '같은 생각 다른 길'이라는 책을 만들까 해요. 같이 들어왔지만 다른 길을 걷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부분을 의대 뿐 아니라 간호대와 보건대까지 확장시켜 그 출신들이 어떤 일을 하고 있고 세계적으로 파급효과가 어떤지에 대해 책을 써볼까 구상 중이에요."
특히 의대생들의 과도한 자심감에 대해 경계했다.
"의대 강의를 나가면 '의료계가 어렵다고 하는데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집니다. 그러면 '이제껏 잘해왔으니 앞으로도 잘 할 것이다'라는 답변이 항상 나옵니다. 이제껏 잘해왔다는 것은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학업 성취, 집안의 환경적 뒷받침 등 외부에서 잘 커버해주다보니 원래 그러는 줄 알고 위기를 준비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컨설팅 제안이 들어온 것 보면 대부분 실패를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들이 병원을 빨리 성장시키려 하거나, 갑자기 다운됐을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본과생에게 요구되는 역량은 자생력입니다. 젊은 시절 특정 역량을 발전시키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스스로 일어설 역량을 확보할 준비가 필요해요."
"회계사 시장과 변호사 시장이 열리면서 전문가의 직업적 가치가 변했 듯 의료계도 안전지대는 아닙니다. 안전성, 수립, 경력의 전망을 보장받지 못할 때가 오고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을 우상화하는 것을 휴브리스라고 하는데 전문가 집단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입니다. 이제껏 잘 해왔어요 앞으로 잘하리란 보장을 없습니다."
그렇다면 의대생들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고주형 대표는 젊은 시절, 자신의 의무가 배움 한 가지 틀에 얽매어 있지 않은지 돌아보기를 추천한다.
그는 저서 '의대 본과생들에게'를 통해 예과 때 ▲해외 경험 ▲선배의 삶 분석 ▲도서관 활용법 확대 등 의학과 무관한 경험에 70%를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같은 경험이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하라는 것이에요. 예과 때 커리큘럼을 보면 의학과 무관한 부분이 많아요. 예를 들어 NASA를 가본다던가 가방을 메고 대륙을 횡단한다던가, 이런 조그만 경험들은 모두 의학과 무관한 경험이죠. 이런 경험들이 언젠가는 도움이 될 것이니까 시간을 투입하라는 것이에요. 의사들은 의대동문회와 학회를 나가게 되고 원장이 되서도 주변 개원가 모임을, 대학에서도 같은 과 미팅 등 지속적으로 같은 직업군 속에서 활동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이죠. 같은 곳에 머물다 보면 생각도 머물게 되요. 젊은 시기에 나와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고 그런 일을 하다보면 나중에 과거 생각이 떠오를 때가 와요. 과거의 경험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차원에서 의학과 무관한 활동을 하라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나를 인정하고 나와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가정을 포함해 본인이 선택을 강요당한 그룹에서 사고가 형성됩니다. 이 그룹은 나와 동질적 그룹이죠. 올바른 시각과 편향된 사고가 혼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지식으로 가는 과정에서 나와 이질적인 그룹을 만나게 됩니다. '사'자가 붙는다고 다 지식인은 아니에요. 지식으로서 당연히 가지고 있어야 할 본인만의 시각과 프레임을 언제부터 가지느냐가 지식인 대열에 들어서는 시기를 결정할 것입니다.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계기가 필요합니다."
고주형 대표는 저서 '의대 본과생에게'에 진정성을 담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저는 원래 병원쪽일을 했고 지금도 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제 첫 책이 병원 경영과 관련한 책이었다면 사업에 도움이 됐겠지요. 그러나 이 책은 사회공헌 차원으로 펴낸 책입니다. 제가 한살이라도 더 순수할 때 그런 마음으로 써야 그 순수성을 독자들이 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원론적 이야기일지라도 젊은이 한 명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면 그 걸로 이책은소명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commitment라는 단어를 좋아합니다. 약속, 책무 등 사전적 의미는 다양하지만 저는 이를 진정성이라고 해석코자 해요. 저를 오늘 여기까지 오게 한 것도 스스로에 대한 진정성이 기반이 됐고요. 이 책을 내게 된 것은 헬스케어 업계의 미래는 사람에게 달려있다는 생각 때문이었습니다. 사회에 대한 저의 작은 공헌이라 생각해주면 고마울 것 같습니다. 지금 성장하는 학생들이 앞으로의 10년을 알차게 준비하는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기댈 수 있는 하나의 어깨가 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