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환자 경유 의원 다니던 단골환자들 다른 병원서 '서러움'
19일 오후 3시. 오후 진료 시작 시간이 훌쩍 넘었지만 경기도 수원시 차민내과의원 대기실은 적막감만 흐르고 있었다.
2명의 간호조무사는 환자 대기 공간에 달려있는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접수 데스크 직원은 기자에게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환자가 경유하게 된 과정을 바쁘게 설명했다.
이때, 60대의 남성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오는 사람들한테 일일이 똑같은 말로 설명하느라 힘들겠어"라며 접수 직원을 걱정한 후 처방전을 받아 나갔다. 직원에 따르면 그는 만성질환으로 의원을 자주 찾는 소위 '단골' 환자다.
차민내과의원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경유한 병원이라 2주간 휴원하고 지난 1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정부가 공개하는 '메르스 환자 경유 병원' 명단에 이름이 오른 덕분에 환자는 눈에 띄게 급감했다.
특히 새 환자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감소했다고 한다. 외래 환자 중 신환 비율이 평소 5~10% 정도였다면 19일에는 단 한 명 뿐이었다.
차호진 원장은 "메르스 사태 이전에는 일일 외래환자가 평균 100명 내외였다. 오늘(19일)은 44명이 왔다. 의원 문을 닫을 때까지 3시간 정도 남았는데 50명은 채울 것 같다. 그럼 환자가 딱 50%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주 휴원으로 "2000만~3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되물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나마 웃으며 진료에 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골 환자 때문.
차 원장은 "오히려 환자들이 '괜찮으냐'며, '고생했다'며 내 건강과 상황을 걱정해줬다"며 "자택 격리 기간 동안 메르스에 감염됐을까 봐, 환자가 줄었을까 봐 마음이 많이 불안했는데 환자들을 만나니 힘이 된다"고 말했다.
내과의원의 환자가 줄어드니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S약국도 수익에 타격을 입은 것은 마찬가지. 약국 처방전 조제의 90%는 차민내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약국 약사는 "메르스 환자 경유 의원 명단이 뜨자 인근 아파트 관리소에서 의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라는 안내를 했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토로하며 "원래 환자가 많았던 의원이었던 만큼 점점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메르스 공포 극심, 자신감 갖고 대처하자"
메르스 확진 환자가 거쳐가고 일주일 휴진 후 지난 17일 다시 문을 연 서울 강서구 황외과의원도 차민내과와 상황이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외래 마감 30분전인 오후 6시. 진료 대기실은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황외과의원 역시 외래 환자가 100명 내외였지만 '메르스 병원' 명단에 오른 후로는 외래 환자가 40명, 44명 수준이었다. 물론 신환은 손에 꼽힐 정도.
황관선 원장은 "한 단골 환자는 원장님이 없어서 서러웠다며 눈물까지 글썽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황외과의원이 문을 닫은 사이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메르스 환자 경유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의료진의 태도가 싸늘했다는 것이다.
황 원장은 "정부가 공개하는 병원 이름을 듣고 의료진의 태도가 달라진 것을 환자가 느꼈다고 한다. 병원이 환자를 메르스 환자 취급한 것"이라며 "다시 문을 여니 평소 단골 환자들이 걱정했다면서 그동안 겪은 서러움을 털어놓는데 (휴진한 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극심한 현실을 걱정했다. 그리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원장은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이 병원 기피, 경제 불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너무 심하다. 신종플루 유행 시 상황은 더 심각했다.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가 물밀듯이 들어왔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정적인 정서를 버리고 메르스 환자와 메르스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감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시 메르스 환자가 온다면? "의사로서 소명, 격리는 2차적 문제"
메디칼타임즈가 다녀온 두 의원의 공통점은 진료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는 것. 다시 메르스 의심 환자가 오더라도 기꺼이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것이었다.
차선호 원장은 "또 다시 격리되는 것이 두렵겠지만 열이 난다고 전부 메르스인 것은 아니다. 역학적으로 의심되면 정부 매뉴얼을 따를 것"이라며 "격리되면 또 격리 당해야지"라며 웃음 지었다.
황선관 원장 역시 "다시 문을 연 이틀 동안 열이 난다며 찾아온 환자는 아직 없었다"면서도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소신껏 진료하고 정부 지침대로 보건소에 신고를 해야 하지 않겠다. 격리 당하는 것은 2차적인 문제다.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
2명의 간호조무사는 환자 대기 공간에 달려있는 TV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접수 데스크 직원은 기자에게 "환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며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환자가 경유하게 된 과정을 바쁘게 설명했다.
이때, 60대의 남성 환자가 진료실 문을 열고 나왔다.
그는 "오는 사람들한테 일일이 똑같은 말로 설명하느라 힘들겠어"라며 접수 직원을 걱정한 후 처방전을 받아 나갔다. 직원에 따르면 그는 만성질환으로 의원을 자주 찾는 소위 '단골' 환자다.
차민내과의원은 메르스 확진 환자가 경유한 병원이라 2주간 휴원하고 지난 17일부터 다시 문을 열었다.
정부가 공개하는 '메르스 환자 경유 병원' 명단에 이름이 오른 덕분에 환자는 눈에 띄게 급감했다.
특히 새 환자는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감소했다고 한다. 외래 환자 중 신환 비율이 평소 5~10% 정도였다면 19일에는 단 한 명 뿐이었다.
차호진 원장은 "메르스 사태 이전에는 일일 외래환자가 평균 100명 내외였다. 오늘(19일)은 44명이 왔다. 의원 문을 닫을 때까지 3시간 정도 남았는데 50명은 채울 것 같다. 그럼 환자가 딱 50%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주 휴원으로 "2000만~3000만원의 손실을 봤다.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되물으며 씁쓸하게 웃었다.
그나마 웃으며 진료에 임할 수 있었던 이유는 단골 환자 때문.
차 원장은 "오히려 환자들이 '괜찮으냐'며, '고생했다'며 내 건강과 상황을 걱정해줬다"며 "자택 격리 기간 동안 메르스에 감염됐을까 봐, 환자가 줄었을까 봐 마음이 많이 불안했는데 환자들을 만나니 힘이 된다"고 말했다.
내과의원의 환자가 줄어드니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S약국도 수익에 타격을 입은 것은 마찬가지. 약국 처방전 조제의 90%는 차민내과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약국 약사는 "메르스 환자 경유 의원 명단이 뜨자 인근 아파트 관리소에서 의원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말라라는 안내를 했다는 소문도 있었다"고 토로하며 "원래 환자가 많았던 의원이었던 만큼 점점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메르스 공포 극심, 자신감 갖고 대처하자"
메르스 확진 환자가 거쳐가고 일주일 휴진 후 지난 17일 다시 문을 연 서울 강서구 황외과의원도 차민내과와 상황이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외래 마감 30분전인 오후 6시. 진료 대기실은 발걸음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쥐 죽은 듯 조용했다.
황외과의원 역시 외래 환자가 100명 내외였지만 '메르스 병원' 명단에 오른 후로는 외래 환자가 40명, 44명 수준이었다. 물론 신환은 손에 꼽힐 정도.
황관선 원장은 "한 단골 환자는 원장님이 없어서 서러웠다며 눈물까지 글썽일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황외과의원이 문을 닫은 사이 다른 병원을 찾았더니, 메르스 환자 경유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의료진의 태도가 싸늘했다는 것이다.
황 원장은 "정부가 공개하는 병원 이름을 듣고 의료진의 태도가 달라진 것을 환자가 느꼈다고 한다. 병원이 환자를 메르스 환자 취급한 것"이라며 "다시 문을 여니 평소 단골 환자들이 걱정했다면서 그동안 겪은 서러움을 털어놓는데 (휴진한 게)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고 털어놨다.
그는 메르스에 대한 공포가 극심한 현실을 걱정했다. 그리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원장은 "메르스에 대한 공포심이 병원 기피, 경제 불황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너무 심하다. 신종플루 유행 시 상황은 더 심각했다. 고열에 시달리는 환자가 물밀듯이 들어왔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부정적인 정서를 버리고 메르스 환자와 메르스를 치료하는 의료진을 보듬어 줄 수 있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하다. 자신감을 갖고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다시 메르스 환자가 온다면? "의사로서 소명, 격리는 2차적 문제"
메디칼타임즈가 다녀온 두 의원의 공통점은 진료실 문이 활짝 열려 있었다는 것. 다시 메르스 의심 환자가 오더라도 기꺼이 의사로서의 소명을 다하겠다는 것이었다.
차선호 원장은 "또 다시 격리되는 것이 두렵겠지만 열이 난다고 전부 메르스인 것은 아니다. 역학적으로 의심되면 정부 매뉴얼을 따를 것"이라며 "격리되면 또 격리 당해야지"라며 웃음 지었다.
황선관 원장 역시 "다시 문을 연 이틀 동안 열이 난다며 찾아온 환자는 아직 없었다"면서도 "메르스 의심 증상이 있다면 소신껏 진료하고 정부 지침대로 보건소에 신고를 해야 하지 않겠다. 격리 당하는 것은 2차적인 문제다. 할 일을 할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