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이고 줄여도 바닥난 곳간…아사 상태 빠진 대학병원

발행날짜: 2015-06-26 05:35:54
  • 대다수 사업 올스톱·판공비까지 반납…비정규직 직격탄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하고 허리띠를 졸라 매던 대학병원들이 메르스 쇼크까지 맞으면서 아사 직전까지 몰리고 있다.

이로 인해 사실상 모든 사업을 중단하고 인센티브 삭감과 판공비 반납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지만 곳간은 이미 바닥을 드러낸지 오래라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A대학병원은 이번달 삽을 뜰 예정이었던 의과학연구원 설립 공사를 무기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메르스 사태로 수입이 급감하면서 사업에 브레이크가 걸린 것이다.

이 병원 관계자는 25일 "메르스 사태가 예상보다 길어진데다 환자 수가 심각한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모든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며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공사는 커녕 병원이 도산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상황은 비단 A대학병원만의 문제가 아니다. 메르스 확진 환자가 나온 병원은 물론 단순히 경유한 병원들도 진료 수입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면서 비상사태에 돌입한지 오래다.

이로 인해 대다수 병원들은 인센티브 지급을 유예하고 결재 대금을 미루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한 현금을 확보하는데 힘쓰고 있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일례로 B대학병원은 직원들의 월급 이외의 지출을 모두 통제하고 있는 상태다.

병원장 등 보직자들은 판공비 전액을 모두 반납했고 성과급과 의국비는 물론 연구비까지 모두 지급이 정지됐다.

또한 약품비를 비롯해 의료기기 리스료 등도 지급을 중지시킨 상태다. 이로 인해 일부 업체의 반발이 있는 상태지만 지급할 여력이 없다는 하소연을 내놓고 있다.

B대병원 관계자는 "비상경영체제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던 상황에서 메르스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미 병원 재정은 부도 상태라고 보면 된다"며 "지출을 막는 것이 아니라 지출할 돈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문제는 진료 수입만 떨어진 것이 아니라 장례식장, 주차장, 식당 등 진료외 수입이 바닥까지 떨어졌다는 것"이라며 "혹여 메르스 사태가 다음달까지 이어진다면 대학병원발 연쇄 부도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은 병원내의 비정규직들이다. 평소대로라면 연장됐어야 할 계약이 모두 해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C대학병원이 대표적인 경우다. 이 병원은 계약이 만료되는 계약직 직원들을 순차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이 가운데는 심지어 임상강사 등도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C대병원 관계자는 "상반기에 계약이 끝난 직원들의 재계약을 중단하고 있다"며 "노조 등의 반발이 있기는 하지만 모두가 지금 상황을 아는데 방법이 없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아울러 그는 "하반기 채용이 결정된 임상강사와 간호사들도 당분간은 고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지금으로서는 인건비 외에는 줄일 수 있는 것이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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