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정보 통제, 차마 말할 수 없던 19일의 기억들

메디칼타임즈
발행날짜: 2015-07-04 05:59:00
  • 창간기념 좌담회③공포감 휩싸인 진료현장 "이제는 말할 수 있다"

|메디칼타임즈 취재팀|2015년 5월 20일. 대한민국에서 처음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메르스) 환자가 발생한 이 후 정부는 6월 7일까지 철저한 비공개 방침을 유지했다. 이 때문에 SNS나 인터넷 상에는 각종 메르스 괴담이 떠돌았고 괴담은 정부를 향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비공개 방침을 유지한 19일. 메르스 환자를 진료해야 하는 일선 의료 현장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메디칼타임즈는 지난 30일 창간 12주년을 기념한 좌담회를 개최하고, 정부가 메르스 정보를 통제한 19일 동안 차마 말 할 수 없었던 일선 의료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좌담회는 대한의사협회 최재욱 의료정책연구소장(고대의대 예방의학과)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김영준 수원시의사회장, 박진식 세종병원 이사장, 이종은 평택시의사회장, 이주호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략기획단장, 황원민 건양의대 신장내과 교수(가나다 순)가 참석했다.

"자택격리자가 나를 마주보며 기침을 해댔다"

이종은 평택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한 초기에는 질병관리본부의 매뉴얼 자체가 없었다. 자택격리자 진료를 위해 지역 거점의원이 필요했지만 단 한 곳도 지원하지 않아 결국 내가 거점의원을 자진했다.

보건소에 모든 자택격리자를 자진해서 보내달라는 통화를 하고 약 10분 뒤. 생각지도 못한 일이 일어났다. 내 앞에 39도의 고열과 함께 기침을 해대는 환자가 나를 마주보고 있던 것이다. 일단 환자에게 마스크를 쓰도록 했지만 난 방호복도 입을 새도 없었다.

나를 마주보고 기침을 하는데 공포심은 당연하다.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일단 약을 처방하고 확진검사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 것 외에는 집에서 기다리라는 말밖에 할 수 밖에 없었다. 답답했다.

"공기전파 가능성 희박? 팩트는 다르다"

최재욱 현재 정부가 말하는 팩트는 조금 다르다. 밀접접촉으로만 전염된다고 밝혔지만,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유럽 등 다른 선진국은 공기전파를 고려하고 있다. 매뉴얼을 통해 정확하게 기재하고 있다.

공기전파에 대해 CDC 등은 병원 내 환자에 대한 공기전파 예방책을 적시하고 있다. 이런 부분이 우리나라 메르스 대응 지침 2판에는 반영이 안됐다. 정부는 2M와 한 시간 이내에 있던 사람만 관리하게 했는데 이러한 기준도 우리나라가 만든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커진 것이다.

관련된 내용이 왜 빠졌는지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는 '부랴부랴' 5월 25일 대응 지침 3-1판이 다시 제작해 배포했다. 평택성모병원 입장에서도 정확하게 병원 내 전염 관련해서는 관련 매뉴얼대로 정부가 지시한대로 했다.

"죽은 사람까지 혈장검사 지시한 역학조사관"

이종은 메르스 사태 초기에는 정부 지시에 말대꾸를 하면 안 되는 분위기로 '고양이 앞에 생쥐 꼴'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태로 느낀 것은 관료주의가 대단하다는 것이다.

한 예로 역학조사관이 죽은 사람 혈장검사를 해오라는 지시를 보건소에 한 적이 있다. 일단 메르스 사태 초기 평택에서 사람이 죽으면 메르스로 사망했는지 확인하기 위한 조사가 필요했다.

당시 40살 된 암 환자였는데 능동감시자로 분류되다 사망한 경우로, 메르스로 사망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토요일 밤 12시에 영안실에 가서 검사해오라고 시켰다. 보건소 측도 의사가 없어 답답하니 날 부른 것이다.

당시 새벽에 불러 여러 번 간 적도 있는데 중요한 것은 역학조사관의 말은 거역할 수 없었다. "할 수 없어요"라는 말을 차마 할 수 없었다.

"3번이나 전쟁이 났는데, 도대체 뭘 하고 있었나요"

황원민 대전교육청의 요청으로 메르스 발생 의료기관 근처에 있는 초등학교에 가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한 적이 있다. 메르스에 대한 공포감을 해소시켜 주기 위함이었다.

메르스 사태 이 후 병원에서 환자만 보다 처음으로 시민들을 만나게 됐는데, 이들의 공포는 생각했던 것보다 '1000배' 이상이었다.

기억에 남는 질문이 있었다. 어떤 학부모가 "70년 동안 전쟁 한 번 없는데 국방부는 매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신무기를 구입한다. 하지만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메르스 사태까지 감염과 관련된 전쟁이 3번이나 났다. 이 전쟁에는 대비를 하고 있는 거냐"고 나에게 물어왔다.

질문을 받고 생각했다. "이게 국민들의 생각이구나…"

|정리=이지현・박양명・문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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