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조사, 경찰 및 검찰 수사에는 왕도가 없다. 초기에 대응해야 한다."

서울시의사회 전성훈 법제이사(법무법인 한별)는 6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열린 외과의사회에서 '각종 기관으로부터 당하는 조사 또는 수사에 잘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의료기관이 행정기관으로부터 받는 조사는 건강보험공단의 방문확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방문심사, 보건복지부의 현지조사가 있다. 이밖에도 경찰과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건보공단 방문확인 대처법
건보공단 방문확인은 건보공단 지역본부 또는 지사 직원 2~4명이 요양기관을 방문해 요양급여비에 대한 사실관계를 현지에서 확인하는 과정이다.

건보공단은 지난해 기준 약국을 포함한 전체 요양기관 중 약 1.14% 수준인 968곳에 대해 방문확인을 했다.

전성훈 법제이사는 "방문확인 이전에 건보공단이 서면으로 자료제출을 요청할 수 있다"며 "자료제출 요청 내용을 확인하고 그 사유와 근거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드시 요청하는 자료만을 제출해야 한다는 말도 덧붙였다. 예를 들어 본인부담수납대장도 해당 환자 건만 발췌해서 제출하면 된다.

이 때, 자료제출만으로 부당청구 의혹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방문확인을 거부할 수도 있다.

그는 "건보공단의 조사의뢰 세부기준 및 절차에는 건보공단이 최대 6개월 진료분 범위에서 자료제출 요청이 가능하다"며 "6개월분 이상의 자료제출을 요청하면 상급기관의 지침에 위반을 지적, 거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건보공단 지침에 따르면 요양기관 방문 확인자는 건보공단의 직원임이 전제다. 경찰, 보험사 직원 등이 방문확인에 동반하면 반드시 목적을 문의하고 공단의 방문확인과 무관하면 추후 방문 및 퇴거를 요구해도 된다.

전 이사는 사실확인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방문확인 중 허위부당청구가 발견되면 공단은 요양기관의 대표자, 관계자에게 사실확인서를 청구한다"며 "내용을 세밀히 확인하고 동의할 수 없는 내용은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단 지침상 방문확인자는 요양기관 대표자와 협의해 방문확인 과정을 녹음, 녹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복지부 현지조사 대처법
현지조사는 요양기관의 요양급여 및 비용 청구가 적법한지 여부를 현지에 출장해 확인하는 행정조사다. 2013년 기준 전체 병의원 중 현지조사 비율은 약 0.97%에 불과하다.

종별로 나눠보면 상급종합병원 포함 종합병원 현지조사 비율은 약 4.93%, 병원 약 1.37%, 의원 약 0.88% 수준이다.

전 이사는 "현지조사는 사전 통지가 없어서 현장 대처가 어렵다"며 "자료 관리 등 현지조사에 평상시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각종 기록 및 서류의 작성․보존의무 위반 의료행위 시행주체 위반, 리베이트 관련 사안 등이 자주 문제 된다"며 "타법 위반사항을 상시 점검해 평상시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경찰 수사 대처법
모든 수사는 과거의 사실관계와 그것을 증명하는 증거에 기초한다. 전 이사에 따르면 수사 이전에 사실관계를 불리하지 않게 만들고 증거를 관리,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그는 "물어보는 것만 답하고 자신을 정당화하거나 설명할 필요가 없다"며 "의사가 한 말 중 불리한 30%만 법적 의미가 있으며 불리한 흐름일 때 템포를 조절할 수 있기 때문에 조사시 변호인을 활용하는 게 좋다"고 제안했다.

작성된 조서를 꼼꼼히 읽어야 한다는 조언도 곁들였다.

이밖에도 전성훈 이사는 민사소송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형사소송에 잘 대비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형사소송에서 과실이 인정되면 민사소송에 큰 영향을 준다"며 "과실이 인정되지 않더라도 형사소송에서의 증거확보 등으로 민사소송에 많은 영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또 "피해자인 환자와 전화통화는 모두 녹음된다고 생각하고 책임 인정 여부 등 발언에 신중해야 한다"며 "병의원에 설치된 CCTV 영상도 의사에게는 유리하게도 불리하게도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