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20일 메르스 환자 국내 첫 발생이후 우리는 엄청난 대가를 치루었으며 현재도 메르스 위기경보수준 '주의'단계이다. 6명의 환자가 치료중이고 그 중 2명은 상태가 불안정하며 공식적인 메르스 종식선언조차 못하고 있다.
낙타가 살지 않는 나라 가운데 세계1위를 기록한 메르스 발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많은 의료계 전문가와 관련 행정당국 및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의 노력이 있었다.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의료전달체계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의료쇼핑문화의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료쇼핑문화 개선을 위한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개도국보다 싼 세계 최저수준의 의료수가 인상으로 '저수가정책' 탈피이다. 보장성강화와 비급여의 급여화로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 정책의 단점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않는다.
언뜻 보면 보장성강화 정책이 확실한 국민의 의료비 지출을 감소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한 환자가 질병이 걸렸을 때 단 한 곳의 병의원만 갈 수 있다는 가정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현 의료전달체계에서는 저수가로 인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므로 이러한 정책들이 환자의 방문 당 진료비용은 줄이지만 오히려 전체 의료비용은 증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상식적으로 국가의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장점만 있다면 거짓 선동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 항상 미리 그 배경이 되는 용역연구로 철저히 장점만 보이도록 논리를 만든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거금의 연구용역비를 타 내기위해 국민은 물론 관련전문가의 의견조차 반영하지 않고 돈 주는 사람(모든 세금은 국민의 부담이므로 실제로는 돈을 전달하는 사람)의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를 내 놓는다. 다음에 또 거금이 걸린 연구용역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메르스 확산의 중요한 근본원인 중 하나는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 훼손으로 아파서 찾아가는 의사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또 다른 의사나 더 큰 병원을 찾는다.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는 치료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좋은 치료결과를 얻을 수 없기 마련이다.
얼마 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은 '환자중심형 평가모형 개발 연구'를 통해 환자경험 평가를 위한 평가도구 개발완료를 발표했다. 메르스 발병 이전인 작년에 이미 용역연구에 들어갔던 결과이다.
먼저, 우리나라 의료급여의 일종인 미국 메디케어에서 실시 중인 환자만족 설문조사(HCAHPS Survey)를 참고했다고 하여 찾아보았다.
총32개 문항으로 1-4번은 간호사가 얼마나 친절하고 공손하게 잘 듣고 설명했는가, 호출벨을 눌렀을 때 잘 왔는가, 5-7번은 의사가 얼마나 친절하고 공손하게 잘 듣고 설명했는가, 8-9번은 병실과 화장실 청소를 자주했는지, 밤에 시끄럽지 않았는가, 10-17번은 입원 중 화장실 갈 때 도움이 필요하거나, 진통제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도움을 받았는가, 이전에 먹던 약이 바뀐 경우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잘 들었는가, 18-20번은 퇴원 시 필요한 도움과 퇴원 주의사항, 21-22번은 병원에 대한 평가와 타인 추천여부, 23-25번은 치료에 환자 의견반영, 퇴원 후 투약설명 여부 및 건강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가, 26-32번은 응급실을 통한 입원여부와 본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태, 학력, 인종 및 사용언어이다.
개인특성을 제외한 25개 문항 중 11개 문항은 주관적이고, 14개 문항은 병실 청소 빈도, 화장실 이용 시 도움이나 진통제 요청, 투약이 변경된 경우처럼 특정한 상황에 대한 질문으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이 설문조사에 대한 2012년 3월 14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미국 암 병동 간호사의 글이다. "환자는 한편으로 소비자이지만 병의 치료를 위해 오랜 기간 훈련된 간호사와 의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므로 병원은 호텔이 아니다. 의료진의 특별한, 자주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는 도움이 필요하므로 휴가를 온 것이 아니다. 불행히도 때때로 환자들이 원하는 도움을 줄 수 없다. 병원치료는 통증을 수반하는 외과적 처치, 수술 후의 통증, 골절치료, 항암제투여로 인한 면역력 저하 등으로 대부분 아플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자만족 설문조사보다 통증을 줄이는 시술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게 현실적이다."
한편, 최근 심평원이 발표한 '환자중심형 평가도구' 최종안은 총29개 항목 모두 지극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다. 평가 조사 항목에 '불만 제기 및 불만 접수 방법 안내', '불공평한 대우 받은 경험', '수치감 느끼지 않도록 배려', 심지어 '정서적 지지'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평가 점수를 높이려는 노력과 시간만큼 환자의 치료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과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정말 모르고 만든 것인지 궁금하다. 제목부터 '환자중심형'으로 '의사, 간호사 종속형'인 평가제도의 실시로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기 바란다.
제도의 조기안착을 위해 의료질 향상지원금과 연계하고 초기에는 의료기관이 참여하기만 하면 정해진 환자경험 평가 비중의 만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제안한 연구진의 무모함과 용기가 정말 놀랍다. 환자치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평가 제도를 실시하면서 초기에는 참여만 하면 대충 만점을 부여하자는 연구진의 제안이 얼마나 '연구진 중심형'이고 '심평원 중심형'인지 심평원 관계자와 연구진만 모르는 것 같다.
Joshua Fenton(assistant professor at UC, Davis)의 미국 성인 환자 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환자만족도 점수가 높을수록 병원의 서비스를 많이 받지만 사망률은 증가하였다. 섣부른 평가제도의 무리한 추진은 반드시 부작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다.
낙타가 살지 않는 나라 가운데 세계1위를 기록한 메르스 발생 원인을 밝히기 위해 수많은 의료계 전문가와 관련 행정당국 및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등의 노력이 있었다.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의료전달체계와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의료쇼핑문화의 개선이 무엇보다 시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의료전달체계의 확립과 의료쇼핑문화 개선을 위한 가장 확실한 해결책은 개도국보다 싼 세계 최저수준의 의료수가 인상으로 '저수가정책' 탈피이다. 보장성강화와 비급여의 급여화로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정책이 국민의 지지를 받는다는 이유만으로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 정책의 단점을 찾으려는 노력조차 않는다.
언뜻 보면 보장성강화 정책이 확실한 국민의 의료비 지출을 감소시키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한 환자가 질병이 걸렸을 때 단 한 곳의 병의원만 갈 수 있다는 가정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현 의료전달체계에서는 저수가로 인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니므로 이러한 정책들이 환자의 방문 당 진료비용은 줄이지만 오히려 전체 의료비용은 증가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상식적으로 국가의 어떤 정책이나 제도가 장점만 있다면 거짓 선동이나 다름없다. 정부는 새로운 제도를 실시하기 위해 항상 미리 그 배경이 되는 용역연구로 철저히 장점만 보이도록 논리를 만든다. 세금으로 운영되는 거금의 연구용역비를 타 내기위해 국민은 물론 관련전문가의 의견조차 반영하지 않고 돈 주는 사람(모든 세금은 국민의 부담이므로 실제로는 돈을 전달하는 사람)의 입맛에 맞는 연구결과를 내 놓는다. 다음에 또 거금이 걸린 연구용역을 받으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메르스 확산의 중요한 근본원인 중 하나는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 훼손으로 아파서 찾아가는 의사에 대한 믿음이 없으면 또 다른 의사나 더 큰 병원을 찾는다. '의사와 환자간의 신뢰'가 없는 상황에서는 치료비용이 아무리 많이 들어도 좋은 치료결과를 얻을 수 없기 마련이다.
얼마 전 건강보험 심사평가원은 '환자중심형 평가모형 개발 연구'를 통해 환자경험 평가를 위한 평가도구 개발완료를 발표했다. 메르스 발병 이전인 작년에 이미 용역연구에 들어갔던 결과이다.
먼저, 우리나라 의료급여의 일종인 미국 메디케어에서 실시 중인 환자만족 설문조사(HCAHPS Survey)를 참고했다고 하여 찾아보았다.
총32개 문항으로 1-4번은 간호사가 얼마나 친절하고 공손하게 잘 듣고 설명했는가, 호출벨을 눌렀을 때 잘 왔는가, 5-7번은 의사가 얼마나 친절하고 공손하게 잘 듣고 설명했는가, 8-9번은 병실과 화장실 청소를 자주했는지, 밤에 시끄럽지 않았는가, 10-17번은 입원 중 화장실 갈 때 도움이 필요하거나, 진통제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도움을 받았는가, 이전에 먹던 약이 바뀐 경우 부작용에 관한 설명을 잘 들었는가, 18-20번은 퇴원 시 필요한 도움과 퇴원 주의사항, 21-22번은 병원에 대한 평가와 타인 추천여부, 23-25번은 치료에 환자 의견반영, 퇴원 후 투약설명 여부 및 건강이 좋아졌다고 생각하는가, 26-32번은 응급실을 통한 입원여부와 본인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태, 학력, 인종 및 사용언어이다.
개인특성을 제외한 25개 문항 중 11개 문항은 주관적이고, 14개 문항은 병실 청소 빈도, 화장실 이용 시 도움이나 진통제 요청, 투약이 변경된 경우처럼 특정한 상황에 대한 질문으로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보인다.
이 설문조사에 대한 2012년 3월 14일자 뉴욕타임스에 실린 미국 암 병동 간호사의 글이다. "환자는 한편으로 소비자이지만 병의 치료를 위해 오랜 기간 훈련된 간호사와 의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므로 병원은 호텔이 아니다. 의료진의 특별한, 자주 고통을 느낄 수밖에 없는 도움이 필요하므로 휴가를 온 것이 아니다. 불행히도 때때로 환자들이 원하는 도움을 줄 수 없다. 병원치료는 통증을 수반하는 외과적 처치, 수술 후의 통증, 골절치료, 항암제투여로 인한 면역력 저하 등으로 대부분 아플 수밖에 없다. 이러한 환자만족 설문조사보다 통증을 줄이는 시술 개발에 인센티브를 주는 게 현실적이다."
한편, 최근 심평원이 발표한 '환자중심형 평가도구' 최종안은 총29개 항목 모두 지극히 주관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이다. 평가 조사 항목에 '불만 제기 및 불만 접수 방법 안내', '불공평한 대우 받은 경험', '수치감 느끼지 않도록 배려', 심지어 '정서적 지지'까지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평가 점수를 높이려는 노력과 시간만큼 환자의 치료를 위한 실질적인 노력과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정말 모르고 만든 것인지 궁금하다. 제목부터 '환자중심형'으로 '의사, 간호사 종속형'인 평가제도의 실시로 '환자와 의사간의 신뢰'를 무너뜨리지 않기 바란다.
제도의 조기안착을 위해 의료질 향상지원금과 연계하고 초기에는 의료기관이 참여하기만 하면 정해진 환자경험 평가 비중의 만점을 부여하는 방식을 제안한 연구진의 무모함과 용기가 정말 놀랍다. 환자치료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평가 제도를 실시하면서 초기에는 참여만 하면 대충 만점을 부여하자는 연구진의 제안이 얼마나 '연구진 중심형'이고 '심평원 중심형'인지 심평원 관계자와 연구진만 모르는 것 같다.
Joshua Fenton(assistant professor at UC, Davis)의 미국 성인 환자 5만 명을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환자만족도 점수가 높을수록 병원의 서비스를 많이 받지만 사망률은 증가하였다. 섣부른 평가제도의 무리한 추진은 반드시 부작용을 초래하기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