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의료기기, 대륙의 실수 넘어선 '대륙의 역습'

정희석
발행날짜: 2015-10-29 12:08:48
  • 낮은 기술격차 높은 가격경쟁력…정부 주도 자국 장비 사용 장려

2010년 중국인 레이쥔(Lei Jun)이 설립한 ‘샤오미’(Xiaomi).

중저가 스마트폰 업체로 시작한 샤오미는 TV, 전동 스쿠터, 보조배터리, 체중계, 미밴드, 정수기, 공기청정기, 선풍기, 노트북 등 컴퓨터 주변기기 및 가전·생활용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흔히 샤오미 제품들을 역설적 의미로 '대륙의 실수'라고 부른다.

탁월한 성능과 깔끔한 디자인에도 불구하고 저렴한 가격으로 최고의 가성비를 갖췄기 때문이다.

기존 제품과 동등한 품질이지만 가격경쟁력이 뛰어나다보니 한국에도 샤오미 ‘팬덤’이 생겼을 정도다.

중국 로컬업체가 PET-CT 쇼케이스를 펼치고 있다.
지난 21일 폐막한 중국국제의료기기전시회(CMEF 2015)에서는 ‘의료기기판’ 대륙의 실수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었다.

과거 다국적기업들에게 기술력을 전수받는 조건으로 시장을 개방한 중국은 어느덧 규모의 경제에 기인한 의료기기 대국에서 CT·MRI·PET-CT 등 고부가가치 자국 장비를 보유한 ‘의료기기 강국’으로 변모해 있었다.

실제로 CMEF 2015 현장에서 중국 로컬업체가 출품한 CT·MRI·PET-CT를 만나는 건 한국의 대학병원에서 GPS(GE·PHILIPS·SIEMENS) 장비를 보는 것처럼 흔한 일이었다.

물론 중국 대형병원들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GPS 장비를 선호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국적기업과 중국 로컬업체 간 기술격차가 크게 줄고 가격경쟁력을 갖춘 자국 의료기기 사용 비중이 커지면서 그 불균형은 점차 해소되고 있다.

중국 업체 'Neusoft'가 출품한 PET-CT 장비
뿐만 아니라 중국 시진핑 정부가 반부패 척결을 내세워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어 의료기관의 국산 의료기기 도입율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CMEF 현장에서 만난 중국 로컬업체 대표는 “이제는 중국 로컬업체와 다국적기업 간 기술격차가 크지 않다”며 “초음파진단기·DR·Mammo 같은 장비는 오히려 중국 업체들끼리 경쟁을 해야 할 만큼 국산장비 시장점유율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자에게 중국 업체 ‘UNITED IMAGING’社 부스 방문을 권했다.

중국 의료기기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로컬업체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 말이다.

중국 ANKE사가 선보인 첨단 의료기기.
UNITED IMAGING社 부스에서는 CT·MRI·PET-CT·PET-MR 등 첨단 고부가가치 의료기기를 쉽게 볼 수 있었다.

2011년 3월 민간자본과 정부 투자를 기반으로 설립한 이 회사는 창립멤버 대부분이 GPS를 비롯한 일본 다국적기업 도시바(TOSHIBA)·히타치(HITACHI)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또 회사 설립 초기부터 대형병원 중심의 진단영상기기 개발을 목표로 오랜 기간 연구개발에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한다.

UNITED IMAGING社는 지난해 1월부터 올해 5월까지 병원에 장비 100대를 판매했다.

이중 50%는 DR, 나머지 50%가 CT·MRI·PET-CT가 차지했다.

UNITED IMAGING사 부스에서는 CT 'uMI510'을 비롯해 다양한 MRI, PET-CT 장비를 볼 수 있었다.
중국 CT·MRI시장의 70%를 GPS가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회사 매출 절반이 DR인 점은 어쩔 수 없는 현실.

하지만 UNITED IMAGING社의 기술성장 속도와 국산 의료기기 장려 분위기를 감안할 때 CT·MRI 매출 비중이 더 커질 전망이다.

특히 풍부한 내수시장 매출기반 아래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토대까지 구축했다.

각각 MR·CT 장비인 ‘uMR 560·uMI 510’은 유럽 CE 인증을 획득했고, 중국 로컬업체 최초로 회사 전 제품이 국제적인 디자인 인증인 iF 디자인 어워드와 Reddot award를 받은 것.

뿐만 아니라 PET-CT는 중국 업체 최초로 일본 후생노동성(JFDA) 인증까지 획득해 유효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중국은 정부가 나서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적극 장려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시진핑 국가주석이 UNITED IMAGING사를 방문한 모습
아직도 중국 의료기기가 가격경쟁력만을 앞세운 낮은 기술력이 접목된 저부가가치 제품이라는 철지난 인식과 그 수준이 한국보다 뒤쳐져 있다고 여긴다면 큰 착각이자 불필요한 자만이 아닐 수 없다.

오랜 기간 기술력을 축적해 온 로컬업체와 풍부한 내수시장은 물론 정부가 나서 국산 의료기기 사용을 장려하는 ‘삼박자’를 고루 갖춘 중국은 ‘Made In China’를 넘어 ‘Created in China’ 시대를 열었다.

중국 의료기기는 이미 대륙의 실수를 넘어선 ‘대륙의 역습’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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