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간호 시범사업 3개월…효과 있지만 한계 분명"

이창진
발행날짜: 2015-11-04 05:13:08
  • 현장=예손병원 "부실한 매뉴얼 개선·대국민 홍보 절실"

부천에 위치한 예손병원 포괄간호 병동의 겉모습은 간호인력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 외에 일반 병동과 다르지 않다.

보호자와 간병인 없는 병동을 취지로 지난 8월부터 시작한 예손병원(대표원장 김진호, 임수택) 포괄간호서비스 현장은 어떨까.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10월말 현재 인하대병원과 건양대병원, 하나이비인후과병원 등 전국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93곳이 포괄간호서비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복지부는 포괄간호서비스에 참여하는 100개 병동에 연간 5000만원 인센티브 등 총 50억원의 내년도 예산안을 책정해 놓은 상태이다.

부천 춘의동에 신축한 예손병원은 총 193병상 중 제 4병동 46병상을 포괄병동으로 운영 중이다.

환자 8명 당 간호사 1명이라는 복지부 규정에 맞춰 제4 병동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도우미 등 18명의 간호인력이 3교대로 근무하고 있다.

매일 아침 주치의 회진이 끝나면, 간호사들의 업무는 야간타임 교대자의 인수인계로 시작된다.

수부 및 관절 전문병원 답게 입원환자 대다수는 손과 발 수술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로 포괄병동 역할이 부각되는 상황이다.

포괄병동은 감염 예방 차원에서 보호자 1명과 면회 시간을 오전(10시~12시)과 오후(6시~8시)로 나눠 권고하고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환자 가족 등 보호자들과 친척 및 지인 등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방문객들을 차단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4병동 간호사들의 고민은 환자들에게 어느 선까지 도움을 줘야 하는가이다.

손과 발이 불편한 환자들은 밥을 먹여주고, 몸을 닦아주고 이동하는 사실상 모든 서비스를 원한다.

포괄간호 병동 비용(4인실 기준 본인부담 2만 2630원)을 부담한 만큼 모든 일상생활을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다.

간호사들이 딜레마에 빠지는 이유이다.

수부와 관절, 척추, 족부 수술 환자는 재활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환자들이 원하는 서비스는 일상생활 복귀를 늦추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4병동 이채라 수간호사는 "환자들이 아프니까 모든 서비스를 원한다. 재활을 위해 스스로 해야 한다는 취지를 설명해도 돈도 더 냈는데 너희들이(간호사) 하기 싫으니까 안하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하고 있다"며 현장의 어려움을 전했다.

병상 당 부착된 콜 벨도 환자 민원 중 하나이다.

벨을 누르면, 간호사가 무조건 달려와야 한다는 게 환자들의 일반적 인식이다.

문제는 포괄병동 18명의 간호 인력이 동 시간에 근무하는 것은 아니다.

낮과 저녁 그리고 야간(야간전담 간호사 1명 포함) 등 3교대로 간호사 4~5명이 근무하다보니 통증을 호소하는 많은 환자들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

가장 난감한 부분은 남성 환자들의 입원복 탈의, 착의 요청이다.

젊은 여자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입장에서 아버지 같은 환자들에게 간호서비스를 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있지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난처한 상황도 수시로 발생한다.

4병동 이채라 수간호사는 예손병원 개원부터 함께한 10년차로 후배 간호사들에게 맏언니로 통하고 있다.
간호사들이 답답한 부분은 복지부의 포괄병동 매뉴얼이다.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전달된 매뉴얼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 간호인력 업무 영역을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이다.

하지만 의료현장은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도우미 모두 업무 매뉴얼과 상관없는 돌발 상황이 빈번하게 발생한다.

예손병원의 경우, 간호인력 업무 외에 현장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중심으로 자체 매뉴얼을 매주 업데이트 하고 있다.

이채라 수간호사는 "포괄병동 시작한 지 3개월 됐다. 환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매뉴얼대로 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때도 있다"면서 "일반병동에 비해 간호인력은 많지만 환자들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간호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대적인 고임금인 대학병원 포괄병동 간호사들의 이직설이 회자되는 가운데 중소병원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학병원 급여의 70%인 중소병원 간호사 급여 현실에서 포괄병동은 간호인력 확충으로 야간 수당 몫도 줄었다.

개성이 강한 젊은 간호사들이 좀 더 편한 병원을 원해 이직을 고민하는 사례도 적지 않는 게 현실이다.

이채라 수간호사는 "포괄간호 수가를 신설하고 인센티브를 준다 해도 간호사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은 거의 없다. 오히려 다른 병동 간호사들은 사람이 많아 편해졌다고 부러워한다"면서 "후배 간호사들에게는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어디가도 장단점이 있다며 간호사 입문 취지를 잊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4병동 18명 간호사 중 기자가 3일 취재 방문시 병동에 있던 간호사들의 환히 웃는 모습. 사진 왼쪽부터 강송이 간호조무사, 이채라 수간호사, 정미옥 간호사, 오지영 간호사, 허선아 간호사, 구인숙 도우미.
이채라 수간호사는 이어 "병동 스테이션에 앉아있기 보다 한 번 더 환자에게 다가가 몸과 마음을 어루만져야 한다는 포괄간호 취지를 항상 숙지시키며 병동 책임자로서 솔선수범 하고 있다"면서 "경영진 역시 포괄병동이 초기단계다보니 어려움을 경청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나 간호인력 문제는 해결하기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예손병원 간호사들이 복지부에 바라는 것은 하나이다.

포괄간호서비스에 대한 올바른 대국민 홍보를 활성화해 달라는 것이다.

이채라 수간호사는 "복지부가 포괄간호를 무조건 다해주는 서비스로 홍보해선 안 된다"면서 "한쪽에서 주기만 하고, 한쪽은 무조건 받기만 한다는 국민 생각은 의료진과 환자의 신뢰감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꼬집었다.

포괄병동 시행 3개월, 예손병원(예쁜 손, YES ON 의미) 4병동의 도전은 이제 시작이다.

이채라 수간호사는 끝으로 "아무 것도 모르고 시작했다. 3개월이 지나니 어떻게 하면 되겠다는 윤곽이 잡힌다"고 말하고 "고맙다, 감사하다며 퇴원하는 환자들의 웃음 속에 4병동 간호사들은 보람을 찾고 있다. 포괄병동 자리매김을 목표로 예손병원 간호사들의 노력을 기대해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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