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용감한 의사들②한의사 의료기기와 얽힌 의료일원화
|메디칼타임즈 특별취재팀| 지난해 하반기 의료계를 뒤흔들었던 의료일원화. 그리고 이 단어와 꼭 붙어 있던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허용 문제는 의료계를 똘똘 뭉치게 하고 있다.
메디칼타임즈가 신년을 맞아 준비한 용감한 의사들. 의료 최일선에서 묵묵히 진료를 하다 한자리에 모인 용감한 의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자리 창출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며 개원가의 어려움을 가속화 시킬거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의료일원화"
헐크(산부인과 전문의, 본인을 잡과 개원의로 소개함): 어느 날 갑자기 추무진 회장이 그 (의료일원화)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공지도 없이 갑자기… 한 국가의 교육과정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니까 욕심은 충분히 낼만하지.
스파이더맨(정신건강의학과의원 개원의): 의료일원화 문제는 한두 번 나온 게 아니야. (의협이) 어설프게 손을 대서 역풍을 맞은 거지 뭐.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한다는데 거기에 의협이 숟가락 올린 거 아니겠나.
옵티머스프라임(대학병원 내과계 전임의): 그러니까요. 특정 직역의 로비로 정부가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소문으로 돌더라고요. 의료일원화의 본질이 국민 건강 향상인지, 밥그릇 싸움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스파이더맨:: 사실 의학과 한의학은 통합이 될 수 없는 학문이잖아. 조금이라도 교류해본 사람들은 알 거야. 같은 질병을 놓고도 접근 방법이 너무나 달라. 다른 두 개 학문을 통합하는 것은 면허 통합보다 더 힘들 거야. 의협이 내놓은 의학 교육 통합은 면허를 통합하자는 정부 안보다도 더 어렵지.
아이언맨(종합병원 40대 가정의학과 봉직의): 공보의 때 한의사 공보의 친구한테 의료일원화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는데, 한의계도 딱 정해진 입장이 없다더라고.
옛날 중국에서부터 서적으로 정리된 걸 공부하는 파가 있는가 하면, 허준부터 이제마까지 사상의학파가 있고, 경희대 한의대를 필두로 해서 과학화된 한의학을 믿는 파가 있다더라고. 한의계 내부도 말이 많은데 통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결국 한의사들도 파워게임에서 이기는 쪽이 표준화된다는 소린데 의료일원화나 교육통합이 가능할지 모르겠어.
울트라맨(종합병원 30대 가정의학과 봉직의): 맞아요. 의료일원화 핵심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신뢰할 수 있는 의료를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죠. 의료일원화는 당연히 분야가 더 넓은 의학이 기준이 돼야 하고, 그 중심은 과학화죠. 의학도 한의학도 과학적 증명을 이뤄내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 폐기해야죠.
옵티머스프라임: 현재 한의사로 활동하는 분들은 서양의학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의료기기 사용 허용 등을 하면서까지 통합을 해서는 특히 안 되죠. 대신 현재 한의학을 배우는 친구들부터 의학을 같이 배우고 의사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는 건 어떨까요.
"의사가 말하는 간과 한의사가 말하는 간은 다르다"
헐크: 어떻게 보면 의료일원화는 의사라면 이견이 별로 없을 거야. 그런데 당장에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한의학을 표준화하는 게 가장 기본이지. 그러지 않고서는 통합 자체가 힘들어. 내 경우 산부인과 의사라서 초음파를 하지만 간 같은 다른 장기를 보라고 하면 절대 못 봐. 의사들도 타과 관련 초음파는 무서워서 못 보지, 못 봐.
아이언맨: 의사는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내가 전공한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데, 한의사는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강력하게 원하는 거 아닐까.
의사들이 말하는 간이 한의사가 말하는 간이랑 다르듯이 초음파를 댔을 때 한의사의 의도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똑같은 단어를 이야기하는 데 서로 다르게 커뮤니케이션 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어요. 사회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이 혼란을 무릅쓰고 굳이 왜 하려는지 이해가 안 돼요.
헐크: 그러게. 표준화가 안 돼 있으니까 같은 간을 보면서도 보는 게 다르지.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한의사도 있을걸.
울트라맨: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발기부전제만 봐도, 비아그라가 나오면서 몸보신으로 먹었던 한약의 수요가 많이 줄었잖아요. 환자들도 명확한 기전을 갖고 임상 연구를 통해 인정받은 약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 아닙니까. 비아그라는 부작용마저도 확실히 기술돼 있습니다. 한의학이 갖고 있는 과학적 불분명성, 경험에만 의존하는 치료, 약물의 불분명한 효과들에 대해 이제는 과학적인 증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육과정만 다른게 아니라 실습과정이나 경험적으로 전수되는 부분들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의료기기 사용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사용토록 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의학 교육이 책만 달달 외워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경제적 효과? 반짝 호황일 뿐, 나라 망하는 길 될지도"
아이언맨: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허용 문제는 일자리 창출과 연결돼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정부의 단순한 논리에서 출발한 거 아냐? 한방에 대해서는 정부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워낙 관대하니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면 돈의 규모는 굉장히 커질 것 같아. 국민 입장에서는 의심하지 않고 돈을 더 많이 쓰고, 정부도 건강보험 재정에서 들어가는 돈이 아니니까 손해볼 것도 없고.
헐크: 그러게, 일자리 창출 면에서 호황이 되겠네. 하지만 길어봤자 5년이야. 한의원에서 초음파 보는 전문 기사나 물리치료사가 늘 거니까. 의원에 오는 환자 숫자는 줄면서 한의원 규모는 커지겠네.
산부인과가 급격히 안 좋아지게 된 데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어. 산부인과 의원 사이즈가 대형화되면서 의원이 없어졌어. 한 번 개원하는데 10명의 의사가 모여서 60억짜리 건물을 하나 짓고, 이를 유지하려면 분만 건수가 최소 200명 이상은 돼야 해. 유지하려다가 파산하고 그러는거야.
규모가 커지다 보면 정치인들 임기 동안에는 반짝 호황을 누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나라 경제도 망하는 길이야. 이런 정도 수준의 준비 상황이면 지속 가능은 딴 나라 이야기지.
아이언맨: 의사와 한의사 면허가 혹시라도 통합하면 기존 잘 되는 의원 원장 입장에서는 좋을 것 같아요. 의대 나온 의사의 페이는 떨어지고 한의사 페이는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거예요. 의사들끼리 착취하는 구조가 심화되는 데다 의원 간 합병도 많아질 것 같네요.
헐크: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네. 결사항쟁해야겠다.(웃음)
용감한 의사들에 참여한 의사는 산부인과 40대 중반 개원의(헐크), 정신건강의학과 40대 중반 개원의(스파이더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40대 봉직의(아이언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30대 봉직의(울트라맨), 대학병원 전임의(옵티머스 프라임) 등 5명이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가면과 익명으로 진행했다.
메디칼타임즈가 신년을 맞아 준비한 용감한 의사들. 의료 최일선에서 묵묵히 진료를 하다 한자리에 모인 용감한 의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일자리 창출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며 개원가의 어려움을 가속화 시킬거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있었다.
"어느 날 갑자기 등장한 의료일원화"
헐크(산부인과 전문의, 본인을 잡과 개원의로 소개함): 어느 날 갑자기 추무진 회장이 그 (의료일원화) 이야기를 하지 않았나. 공지도 없이 갑자기… 한 국가의 교육과정을 완전히 바꾸는 것이니까 욕심은 충분히 낼만하지.
스파이더맨(정신건강의학과의원 개원의): 의료일원화 문제는 한두 번 나온 게 아니야. (의협이) 어설프게 손을 대서 역풍을 맞은 거지 뭐. 일자리 창출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한다는데 거기에 의협이 숟가락 올린 거 아니겠나.
옵티머스프라임(대학병원 내과계 전임의): 그러니까요. 특정 직역의 로비로 정부가 움직인다는 이야기도 소문으로 돌더라고요. 의료일원화의 본질이 국민 건강 향상인지, 밥그릇 싸움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스파이더맨:: 사실 의학과 한의학은 통합이 될 수 없는 학문이잖아. 조금이라도 교류해본 사람들은 알 거야. 같은 질병을 놓고도 접근 방법이 너무나 달라. 다른 두 개 학문을 통합하는 것은 면허 통합보다 더 힘들 거야. 의협이 내놓은 의학 교육 통합은 면허를 통합하자는 정부 안보다도 더 어렵지.
아이언맨(종합병원 40대 가정의학과 봉직의): 공보의 때 한의사 공보의 친구한테 의료일원화에 대해서 물어본 적이 있는데, 한의계도 딱 정해진 입장이 없다더라고.
옛날 중국에서부터 서적으로 정리된 걸 공부하는 파가 있는가 하면, 허준부터 이제마까지 사상의학파가 있고, 경희대 한의대를 필두로 해서 과학화된 한의학을 믿는 파가 있다더라고. 한의계 내부도 말이 많은데 통합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지. 결국 한의사들도 파워게임에서 이기는 쪽이 표준화된다는 소린데 의료일원화나 교육통합이 가능할지 모르겠어.
울트라맨(종합병원 30대 가정의학과 봉직의): 맞아요. 의료일원화 핵심은 과학적으로 증명된 신뢰할 수 있는 의료를 만들기 위한 방향으로 가는 것이 중요하죠. 의료일원화는 당연히 분야가 더 넓은 의학이 기준이 돼야 하고, 그 중심은 과학화죠. 의학도 한의학도 과학적 증명을 이뤄내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국민 건강을 위해 폐기해야죠.
옵티머스프라임: 현재 한의사로 활동하는 분들은 서양의학을 전혀 모르기 때문에 의료기기 사용 허용 등을 하면서까지 통합을 해서는 특히 안 되죠. 대신 현재 한의학을 배우는 친구들부터 의학을 같이 배우고 의사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는 건 어떨까요.
"의사가 말하는 간과 한의사가 말하는 간은 다르다"
헐크: 어떻게 보면 의료일원화는 의사라면 이견이 별로 없을 거야. 그런데 당장에 한의사가 의료기기를 사용하도록 허락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어.
한의학을 표준화하는 게 가장 기본이지. 그러지 않고서는 통합 자체가 힘들어. 내 경우 산부인과 의사라서 초음파를 하지만 간 같은 다른 장기를 보라고 하면 절대 못 봐. 의사들도 타과 관련 초음파는 무서워서 못 보지, 못 봐.
아이언맨: 의사는 놓치면 안 된다는 강박관념이 있어서 내가 전공한 분야가 아니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데, 한의사는 충분히 내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강력하게 원하는 거 아닐까.
의사들이 말하는 간이 한의사가 말하는 간이랑 다르듯이 초음파를 댔을 때 한의사의 의도가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똑같은 단어를 이야기하는 데 서로 다르게 커뮤니케이션 될 수 있는 여지가 분명히 있어요. 사회적으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데 이 혼란을 무릅쓰고 굳이 왜 하려는지 이해가 안 돼요.
헐크: 그러게. 표준화가 안 돼 있으니까 같은 간을 보면서도 보는 게 다르지.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른다는 식으로 이야기하는 한의사도 있을걸.
울트라맨: 제 말이 그 말입니다. 발기부전제만 봐도, 비아그라가 나오면서 몸보신으로 먹었던 한약의 수요가 많이 줄었잖아요. 환자들도 명확한 기전을 갖고 임상 연구를 통해 인정받은 약물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 아닙니까. 비아그라는 부작용마저도 확실히 기술돼 있습니다. 한의학이 갖고 있는 과학적 불분명성, 경험에만 의존하는 치료, 약물의 불분명한 효과들에 대해 이제는 과학적인 증명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교육과정만 다른게 아니라 실습과정이나 경험적으로 전수되는 부분들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의료기기 사용을 가능케 하는 것은 일반인에게 사용토록 하는 것이나 다름없어요. 의학 교육이 책만 달달 외워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경제적 효과? 반짝 호황일 뿐, 나라 망하는 길 될지도"
아이언맨: 한의사 현대 의료기기 허용 문제는 일자리 창출과 연결돼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정부의 단순한 논리에서 출발한 거 아냐? 한방에 대해서는 정부도 그렇고, 국민도 그렇고 워낙 관대하니까 현대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면 돈의 규모는 굉장히 커질 것 같아. 국민 입장에서는 의심하지 않고 돈을 더 많이 쓰고, 정부도 건강보험 재정에서 들어가는 돈이 아니니까 손해볼 것도 없고.
헐크: 그러게, 일자리 창출 면에서 호황이 되겠네. 하지만 길어봤자 5년이야. 한의원에서 초음파 보는 전문 기사나 물리치료사가 늘 거니까. 의원에 오는 환자 숫자는 줄면서 한의원 규모는 커지겠네.
산부인과가 급격히 안 좋아지게 된 데서 앞으로의 상황을 예측할 수 있어. 산부인과 의원 사이즈가 대형화되면서 의원이 없어졌어. 한 번 개원하는데 10명의 의사가 모여서 60억짜리 건물을 하나 짓고, 이를 유지하려면 분만 건수가 최소 200명 이상은 돼야 해. 유지하려다가 파산하고 그러는거야.
규모가 커지다 보면 정치인들 임기 동안에는 반짝 호황을 누릴 수 있지만 실제로는 나라 경제도 망하는 길이야. 이런 정도 수준의 준비 상황이면 지속 가능은 딴 나라 이야기지.
아이언맨: 의사와 한의사 면허가 혹시라도 통합하면 기존 잘 되는 의원 원장 입장에서는 좋을 것 같아요. 의대 나온 의사의 페이는 떨어지고 한의사 페이는 올라가는 효과가 있을 거예요. 의사들끼리 착취하는 구조가 심화되는 데다 의원 간 합병도 많아질 것 같네요.
헐크: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네. 결사항쟁해야겠다.(웃음)
용감한 의사들에 참여한 의사는 산부인과 40대 중반 개원의(헐크), 정신건강의학과 40대 중반 개원의(스파이더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40대 봉직의(아이언맨),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30대 봉직의(울트라맨), 대학병원 전임의(옵티머스 프라임) 등 5명이다. 허심탄회한 대화를 위해 가면과 익명으로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