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윤리 의사 만드는 환경은 뒷전인 정부

박양명
발행날짜: 2016-03-17 05:05:40
"의사 이미지는 이미 나빠질 대로 나빠졌다. 더 이상 손해 볼 것도 없다."

서울 양천구 다나의원 사태부터 이어지고 있는 일련의 C형간염 집단감염 사태를 지켜본 한 개원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비관적인 푸념을 늘어놨다. 근육주사를 맞지 않겠다며 주사를 거부하는 환자까지 생겼다고 한다.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정부는 의료인 면허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국회는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을 엄격하게 처벌하는 법안을 만들려고 한다.

처벌을 중심으로 한 대책들만 줄줄이 쏟아지자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은 '비윤리'적인 일이 분명하다며 자정 목소리를 한껏 높이던 의사들도 돌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회용 주사기를 재활용하는 의료기관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재활용한다는 것 자체가 잘못된 일"이라며 의사들은 입을 모은다. 극소수의 일인데 전체의 잘못으로 매도 당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도 힘든데 여기에 정부의 정책마저 옥죄기식이라 지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C형간염 집단 감염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을 수가 문제와는 연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일회용 재사용은 윤리적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지 수가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일례로 최근 복지부는 내시경 소독수가로 전문가 단체가 제시한 내시경 소독수가 1만8000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산출한 6400원도 받아들이지 않고 2000원만 제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어 근본적 현실 때문에 소수가 저지를지도 모를 비윤리의 상황은 정부의 계산에 들어있지 않아 보인다.

비윤리 의사를 제제하는 데 누구도 반대할 사람은 없다. C형간염 집단 감염 문제가 비윤리적 문제인 것도 맞다. 이같이 일이 천에 하나, 만에 하나 벌어져서도 안 된다.

비윤리적 문제는 의료계가 가진 자정의 힘으로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정부가 진정으로 국민을 걱정한다면 천에 하나, 만에 하나라도 이같이 문제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을 이뤄야 한다.

정부는 비윤리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재사용이 일어날 수도 있는 의료 환경의 근본적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려면 다시는 잃지 않도록 제대로 고쳐야 한다. 외양간은 다 허물어져 가는데 소가 빠져나간 구멍에만 집착하면 똑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정부가 그렇다. 내시경 소독수가 2000원을 추진하는 정부를 볼 때 '국민을 위한' 감염관리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정부가 '급여화'를 추진할 때 빠지지 않는 것이 '비용 대비 효과'다.

경제학적으로 '비용 대비 효과'는 투입대비 산출이 가장 높은 것을 추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러나 의료는 다르다. 적절한 비용의 투입을 통해 최고의 효과를 추구해야 한다. 국민의 건강과 생명이 달려있기 때문이다. 값싼 저질의료로는 절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킬 수 없다.

의료행위에 '가장 낮은 투입'을 접목하려 하는 정부의 감염관리 정책을 보면 또 다른 다나의원, 한양정형외과가 나오지 않으리라고 장담하기 어려울 것 같다.

비윤리 의사 만들 수 있는 환경은 뒷전인 정부의 모습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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