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원생의 중동 병원 탐방기③

마새별
발행날짜: 2016-03-18 11:46:05
  • 의대생뉴스=경희대 의학전문대학원 3학년 마새별

겨울이라 하기엔 꽤나 따스했던 12월의 어느 날, 요르단의 현지 가정에 초대를 받아 방문을 했다.

함께 사진을 찍고 요르단 현지 음식을 나눠 먹으며, 말이 통하지 않아도 손짓, 발짓, 그리고 눈빛으로 대화해가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요르단 전통 음식이라며 엄청나게 큰 접시에 밥, 치킨, 양고기, 샐러드를 한 가득 해서 내어 주셨는데 갑자기 함께 갔던 엄마가 배를 움켜 쥐더니 너무 아프다고 주저 앉으셨다.

귀한 손님을 대접한다며 특식을 제공해 준 요르단 가족 분들도, 그런 귀한 대접이 고마워서 몸 둘 바 모르던 우리 가족들도 어찌해야 할지 당황해서 발만 동동 구를 뿐이었다.

걸음마 단계이지만 그나마 의학 공부를 하고 있는 내가 나설 수 밖에 없었는데, 당장 병원에 갈 상황도 안되고, 그 정도로 위중한 상황인 것 같지는 않아서 일단 쇼파에 엄마를 눕히고 무릎을 굽히게 한 후 복부 촉진을 해 보았다.

복부 진찰 관련 수업을 들을 때, 교수님께서 환자가 압통을 느끼는 부위와 양상을 보면서 특정 질환을 가려내고 중증도를 가늠할 수 있다고 하셨기에 그거라도 해보자는 심산이었다.

복통이 느껴지는 부위가 오른쪽이 아니고 왼쪽 하복부였기에 일단 충수돌기염은 배제할 수 있었고, 가장 빈번한 경우인 소화기 계통 문제이거나 난소와 같은 기관의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르단 분이 배 아플 때 먹으면 좋다는 차를 끓여다 주셨는데, 그 차를 먹고 몇 분 정도 쉬고 나니 복통이 가라앉고 괜찮은 것 같다고 하셨다.

아니, 그렇게 아프다더니 갑자기 또 괜찮다? 이상하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다행인 일이니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요리를 즐겁게 먹으며 무사히 방문을 마칠 수 있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오고 나서도 엄마는 평소와 다른 느낌의 복통이었고, 아직도 약간은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 하셨다. 일단 지금은 괜찮으니 지켜보기로 하고 우리 가족은 잠을 청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새벽 3시 즈음에 배가 너무 너무 아프다며 엄마가 나를 깨우셨다. 자느라 정신 없는 와중에 눈을 떠 보니 엄마가 너무나도 고통스럽게 배를 움켜쥐고 계셨다.

해외 여행자 보험을 들지 않고 와서 이 새벽에 응급실을 가면 과연 비용이 얼마나 청구될까, 이 시간에 택시를 잡을 수 있을까, 중동 의사들과 의사소통이 될까 등등 두려운 마음이 잠깐 들었지만, 이젠 더 이상 미룰 수 없을 만큼 고통이 심해 보이셔서 대충 옷가지를 걸쳐 입고 병원으로 향했다.

우리가 간 병원은 인근에 있는 아랍 메디컬 센터였다. 아버지가 한 번 이용해보신 경험이 있다고 하셔서 그리로 갔는데, 응급실에 사람이 그리 많지 않아서 바로 의사의 진찰을 받을 수 있었다.

다행히 영어가 통했고, 일단 주요 증상을 설명하니 진통제를 달아 주었다. 덕분에 엄마의 복통은 수 십분 이내에 완화되었고, 어느 정도 안정이 되자 초음파로 영상 검사를 하기로 했다.

병력 청취 중에 한국에서 두 달 전 검진을 통해 난소 종양을 발견하였다고 이야기했더니, 복통의 원인이 될 수 있는 난소 종양 파열을 염두에 둔 것 같았다. 난소 종양이 파열되거나 염전인 경우 복통이 엄청나고 수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고 있어서 걱정되는 마음으로 초음파 결과를 기다렸다.

다음 편에서 뒷 이야기가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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