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에 수술에 외래까지…전공의인지 교수인지 모르겠다"

발행날짜: 2016-03-28 12:00:59
  • 지방대학 비뇨기과 교수들 한숨 "이래로 얼마나 버틸지…"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은 외래 진료. 화요일과 목요일은 수술. 수요일 밤에는 당직. 주말에는 온콜(On-call)대기. 지방의 한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의 스케줄이다.

일주일에 하루도 쉴 수 없는 스케줄로 지방 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들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교수인지 전공의인지 혼동이 온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특히 그들은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는 얼마 버티지 못한다며 비뇨기과의 존폐와 환자 안전에 대해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A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27일 "주 3회 외래 진료를 하고 주2회 수술을 하면서도 일주일에 한번씩 당직을 서고 있다"며 "당직을 서는 날이면 2~3시간 잠시 눈을 붙이고 수술방에 들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털어놨다.

이 병원에는 교수 4명과 전임의 1명이 근무중이지만 현재 수련중인 전공의는 단 한명 뿐이다.

그나마 지난해까지는 2명의 전공의가 수련을 받았지만 4년차가 병원을 나가면서 현재는 5명이 병동을 맡고 있다.

이로 인해 현재 A대학병원은 전공의가 일주일에 두번 당직을 서고 교수들과 전임의가 번갈아가며 당직을 서고 있다. 결국 길어도 10일에 한번은 교수들도 당직을 서야 한다는 의미다.

이 교수는 "교수가 당직을 서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의국의 체계 자체가 다 허물어졌다는 것이 문제"이라며 "교수가 해야할 일과 전임의, 전공의가 해야할 일이 있는데 모두 혼재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비뇨기과 기피 문제에 주당 80시간 근무제가 겹치면서 전공의가 해야할 일까지 교수들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러한 말도 안되는 상황이 언제까지 버텨질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B대학병원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특히 B대병원은 3년째 전공의를 받지 못하면서 이제는 비뇨기과의 존폐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몰렸다.

B대학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4년차 전공의가 있기는 하지만 주80시간을 맞추려면 수술방에 있기도 벅차다"며 "최대한 배려는 해주며 버텨왔는데 이제는 비뇨기과의 존폐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까지 왔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제일 위에 계시는 노교수님을 제외하고 4명의 교수들이 순번을 전해 온콜 당직을 서고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 원내 당직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그런 그를 괴롭히는 것은 이러한 근무 스케줄이 아닌 비뇨기과의 몰락이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가졌던 희망조차 무너져 버렸다는 하소연인 것.

이 교수는 "우리가 노력하면 나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서로 위로하며 버텼는데 어느 인턴이 3년째 공백이 생긴 비뇨기과에 지원을 하겠느냐"며 "그러한 희망도 버린지 오래"라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중장기 대책은 고사하고 당장의 문제라도 해결할 수 있는 단기 대책이라도 내놔야 할 것"이라며 "교수들도 로봇이 아닌데 이대로 몇년이나 버티겠냐"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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