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지던트 1년차 일깨운 한마디 "오더리처럼 일하지 말라"

이창진
발행날짜: 2016-05-21 05:00:55
  • 의사 박성우 '성형외과 노트' 발간…"환자 때문에 웃고 보람 느껴"

"레지던트 1년차 때 받았던 꾸지람 중 하나가 오더리처럼 일하지 말라는 것이었다. 고연차가 되니 선배나 교수님들이 왜 그런 꾸지람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글쟁이로 알려진 박성우 씨(32, 울산의대 2005년 졸업)가 최근 성형외과 레지던트 4년 경험을 진솔하게 기록한 '성형외과 노트'(부제:우리가 몰랐던 성형외과의 또 다른 세계, 펴낸 곳:에이티 피컬)를 발간했다.

자충우돌 인턴 시절 일기 형식인 '인턴노트'에 이어 박성우 씨의 전공의 시절을 담은 두 번째 기록물이다.

박성우 씨는 스위스에서 국제학교를 다니고 울산의대를 나와 서울아산병원 인턴과 레지던트를 거쳐 성형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 한 후 현재 충주시 주덕보건지소 공중보건의사로 근무 중이다.

이야기 꾼 답게 '성형외과 노트' 역시 흥미롭게 구성했다.

성형외과 기본영역과 미용에서 외상까지, 성형외과 레지던트의 삶 등 총 3장으로 성형외과 역사와 다양한 수술 그리고 수련생활 중 숨겨진 이야기로 꾸며졌다.

이중 눈에 띄는 것은 성형외과 레지던트 시작단계인 1년차 생활을 표현한 '오더리의 딜레마'편이다.

박성우 씨는 책을 통해 "레지던트 1년차는 시키는 일만 해도 하루가 부족하다. 새벽부터 드레싱, 회진 준비, 아침 수술 환자 확인 이어서 수술 스크럽, 수술 환자 챙기기, 저녁 회진, 그날 수술 환자 설명, 다음 날 수술 환자 동의서 및 준비, 수술 기록지 작성, 경과 기록지 작성, 다음 날 처방 그리고 중간 중간 응급실 상처 봉합하기까지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른다"며 숨 가쁜 초년차 일상을 설명했다.

박성우 씨는 "종합병원은 고도로 체계화되어 있어 루틴이라 불리는 정해진 과정의 일이 많다. 무엇하나 빠트렸을까 봐 계속 되새김질 하고 선배나 교수님으로부터 꾸지람을 들으면서 몇 달을 보낸다"고 덧붙였다.

이어 "습관이 되면 전 과정을 기계적으로 수행하게 된다. 굳이 누가 지적하지 않아도 몸이 먼저 반응해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순간 환자를 대할 때 기계적으로 수행하는 나를 발견한다. 수술에 필요한 사항이나 일이 정리되면 환자는 일단 정리된 일과 같아서 환자가 호소하는 불편함이나 관찰해야 하는 세부사항을 보지 못하고 다음 '환자=업무'로 넘어가는 것이다"라고 전했다.

박성우 씨는 "시간이 흐를수록 일처리를 장하는 전공의가 되지만 속은 텅 비어 버린다"면서 "1년차 대 받았던 꾸지람 중 하나가 "오더리(의사 지시대로 움직이는 사람 또는 불법 의료행위를 하는 비의료인)처럼 일하지 마라"는 것이었다. 스스로 마음의 여유가 없으니 환자들에게 마음의 차폐막을 씌우고 더 이상 적극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는 "너가 오더리냐? 전공의고 주치의면 환자가 무엇이 불편한지 한 번 더 살펴보고 환자 얼굴도 보고 그래야지, 시키는 일만 하고 처방 넣고 경과 기록지만 잘 쓰면 의사냐, 디테일이 중요하다, 저 환자는 왜 같은 수술 받고 더 통증이 심한지, 드레싱이 꽉 조이지 않는지 하나하나 유심히 볼 수 있어야 한다"며 선배 전공의와 교수들에게 꾸지람을 듣던 당시 상황을 표현했다.

박성우 씨는 "오더리의 딜레마에서 빠져나오는 데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희한하게도 텅 비어버린 시간을 극복하는 데 환자들이 도움 됐다. 나는 특별히 잘해준 것이 없고 기계적으로 수술했을 뿐인데, 그럼에도 고맙다는 말과 편지를 받으면 죄책감마저 들었다"고 말했다.

인턴 시절 인터넷 카페를 통한 글쟁이로 알려진 박성우 씨는 인턴노트에 이어 레지던트 생활을 담은 성형외과 노트를 발간했다.
그는 "환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고심하고 잠도 못 이루지만 반대로 환자 때문에 웃고 보람을 느낀다. 허울뿐이라 생각했던 명의들의 '내가 치료하는 환자들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라는 말을 더 이상 냉소하지 않게 됐다"고 우여곡절을 겪은 1년차 극복 과정을 밝혔다.

박성우 씨는 프롤로그를 통해 "여전히 성형외과 의사로서 인식과 대중의 인식에는 간극이 있고 편견도 존재한다, 이 책은 그러한 간극을 좁히고 편견을 없애고자 시작했다"며 책 발간 취지를 설명했다.

그는 끝으로 책장 말미에 '특별히 감사한 분들'을 통해 "성형외과 전문의로 성장하는 데 애정 어린 가르침을 주신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교실 이택종, 고경석, 홍준표, 엄진섭, 최종우, 김은기, 오태석, 서현석 교수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면서 "4년의 수련 동안 전우애를 불태우며 나아갔던 동기 박주석, 임지홍, 최동훈 그리고 함께 했던 의국 선후배 모두에게 고맙다"고 4년간 동고동락한 선후배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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