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 10%가 보험금 절반 이상 수령…선량한 가입자만 피해"
#. 지난해 11월 '생애전환 건강검진'을 받았는데 B형간염 보균자 및 간암 의심 진단을 받은 김 모 씨. 그는 20년 전 B형간염 보균자였다. 김 씨는 올해 2월 조직 검사에서 간암 확진을 받았다.
김 씨는 2년 전인 2014년 12월, 전화로 A보험에 가입했다. 간암 의심 진단이 나오자 A보험사 콜센터에 전화해 20년 전 B형간염 보균자였는데 보장이 가능한 지 상당했고, 상담 후 김 씨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김 씨는 "보험 계약 전 알릴 사항에 B형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 없고 이미 다른 2개 보험사는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줬다"며 "단순히 20여년 전 사실만으로 보험금 지급 거절 및 계약을 해지 처리한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소비자원의 문을 두드렸다.
보험사 측은 "김 씨가 B형간염 보균자임을 미리 알렸다면 6개월 안에 간 기능 검사 자료 확인을 통해 치료 이력이 없고 비활동성이며 간 수치가 정상이면 간 부위를 부담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을 종합해 소비자원은 "B형간염 보균에 대해서는 청약서에서 묻지 않아 고지할 기회가 없고 20여년 전 B형간염 보균자로 진단을 받았지만 비활동성으로 고지의무 위반이라며 소비자 측 손을 들어줬다.
2003년,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본인부담 및 비급여 영역을 민간에서 보장해주겠다는 취지로 등장한 실손의료보험. 상품에 따라 치료비의 80~90%를 보험사로부터 돌려 받을 수 있다.
실손보험 가입률은 꾸준히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실손의료보험 계약건수는 3265만7000건이다. 바꿔 말하면 약 3200여만명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는 의미.
2010년 실손의료보험 가입률이 46.8%였다면 지난해 기준 실손보험 가입률은 62%로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대의 실손의료보험 가입률은 80%에 달했고 20~30대 가입률도 70%대에 있었다.
보험료만 일정하게 내면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실비로 거의 대부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조건인가. 그러나 불필요한 진료를 받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발생했다.
환자가 먼저 의사에게 "보험 되나요?"라는 질문을 공공연하게 한다. 환자 증가라는 이익 코드가 맞아떨어지면 환자와 의사가 합심해 보험사를 속이는 문제도 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과 역할 설정이 전혀 고려돼 있지 않다"며 "이에 따라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법정 본인부담금을 주요 급여 영역으로 사정하고 있다. 심지어 도덕적 해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외래진료까지 급여 영역으로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을 타가는 비율은 23.2%며 10명 중 8명은 보험금을 받지 않았다. 또 83% 정도가 100만원 이하의 보험금을 받는다.
대신 상위 10%의 보험금 청구자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 이상(53.3%~6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인상에 보장성 축소 "차라리 적금을 들지"
그럼에도 실손보험사는 손해율 등을 내세우며 책임을 소비자와 의료기관에 떠넘기기 시작했다.
우선 보험료를 일제히 인상했다. 과잉진료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가 타가는 보험금 때문에 대부분의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모든 보험사가 실손보험료를 올렸다. 현대해상 27.3%, 동부화재 24.8%, 삼성화재 22.6%, KB손해보험 20% 등 대부분의 대형 보험사가 20% 이상씩 보험료를 올렸다. 흥국화재는 실손보험료를 무려 44.8%나 올렸다.
보장성도 축소했다.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이 대표적이다. 올해 개정된 표준약관에서 제외됐고,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 제외를 약관에 포함시켰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도 횟수 등을 제한하는 등 규제 방법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김금례 팀장은 "비급여 항목 때문에 실손보험에 가입하는데 보장을 못 받으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적금을 하는 게 더 이롭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똑똑해질 수 있는 환경 만들어져야"
도덕적 해이를 막고 실손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소비자가 똑똑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
소비자원 김금례 팀장은 "실손보험 피해사례를 보면 대부분 설계사들이 보험 가입 전에는 모든 게 되는 것처럼 현혹되는 정보를 주고 막상 보험금 신청을 하면 지급을 안 하려고 한다는 내용이다"며 "실손보험 취지에 어긋나는 사례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금지하고 보험사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 과장광고를 자제해야 한다"며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의 진정한 의도를 잘 파악해 그 목적에 부합하는 보험상품 설계 및 판매가 이뤄지도록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신현웅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간 상호 영향분석 및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의 의료보험 이용에 대한 통계와 데이터를 확보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체계화된 자료로 불필요한 의료이용에 대해 급여를 제한하거나 네거티브 리스트를 확대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실손의료보험을 제한하는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민간의료보험 보험약관 및 상품 표준화를 촉진하고 보험료 인상비를 규제하며, 소비자가 매년 스스로 갱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적 강화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 씨는 2년 전인 2014년 12월, 전화로 A보험에 가입했다. 간암 의심 진단이 나오자 A보험사 콜센터에 전화해 20년 전 B형간염 보균자였는데 보장이 가능한 지 상당했고, 상담 후 김 씨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해야 했다.
김 씨는 "보험 계약 전 알릴 사항에 B형간염 보균자라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 없고 이미 다른 2개 보험사는 보험금을 전액 지급해줬다"며 "단순히 20여년 전 사실만으로 보험금 지급 거절 및 계약을 해지 처리한 것은 부당하다"며 한국소비자원의 문을 두드렸다.
보험사 측은 "김 씨가 B형간염 보균자임을 미리 알렸다면 6개월 안에 간 기능 검사 자료 확인을 통해 치료 이력이 없고 비활동성이며 간 수치가 정상이면 간 부위를 부담보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을 종합해 소비자원은 "B형간염 보균에 대해서는 청약서에서 묻지 않아 고지할 기회가 없고 20여년 전 B형간염 보균자로 진단을 받았지만 비활동성으로 고지의무 위반이라며 소비자 측 손을 들어줬다.
2003년, 건강보험이 보장하지 못하는 본인부담 및 비급여 영역을 민간에서 보장해주겠다는 취지로 등장한 실손의료보험. 상품에 따라 치료비의 80~90%를 보험사로부터 돌려 받을 수 있다.
실손보험 가입률은 꾸준히 증가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실손의료보험 계약건수는 3265만7000건이다. 바꿔 말하면 약 3200여만명이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했다는 의미.
2010년 실손의료보험 가입률이 46.8%였다면 지난해 기준 실손보험 가입률은 62%로 늘었다. 연령대별로 보면 10대의 실손의료보험 가입률은 80%에 달했고 20~30대 가입률도 70%대에 있었다.
보험료만 일정하게 내면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의료비를 실비로 거의 대부분 돌려받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매력적인 조건인가. 그러나 불필요한 진료를 받는 가입자가 늘어나는 도덕적 해이가 문제가 발생했다.
환자가 먼저 의사에게 "보험 되나요?"라는 질문을 공공연하게 한다. 환자 증가라는 이익 코드가 맞아떨어지면 환자와 의사가 합심해 보험사를 속이는 문제도 나왔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건강보험과 역할 설정이 전혀 고려돼 있지 않다"며 "이에 따라 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직접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법정 본인부담금을 주요 급여 영역으로 사정하고 있다. 심지어 도덕적 해이를 극대화할 수 있는 외래진료까지 급여 영역으로 포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도덕적 해이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유추해볼 수 있다.
보험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가입자 중 보험금을 타가는 비율은 23.2%며 10명 중 8명은 보험금을 받지 않았다. 또 83% 정도가 100만원 이하의 보험금을 받는다.
대신 상위 10%의 보험금 청구자가 전체 보험금의 절반 이상(53.3%~63.2%)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료 인상에 보장성 축소 "차라리 적금을 들지"
그럼에도 실손보험사는 손해율 등을 내세우며 책임을 소비자와 의료기관에 떠넘기기 시작했다.
우선 보험료를 일제히 인상했다. 과잉진료가 의심된다는 이유로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일부 소비자가 타가는 보험금 때문에 대부분의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으로 전가되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들어 우리나라 모든 보험사가 실손보험료를 올렸다. 현대해상 27.3%, 동부화재 24.8%, 삼성화재 22.6%, KB손해보험 20% 등 대부분의 대형 보험사가 20% 이상씩 보험료를 올렸다. 흥국화재는 실손보험료를 무려 44.8%나 올렸다.
보장성도 축소했다.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이 대표적이다. 올해 개정된 표준약관에서 제외됐고, 보험사들은 이를 근거로 하지정맥류 레이저 수술 제외를 약관에 포함시켰다.
도수치료, 백내장 수술 등도 횟수 등을 제한하는 등 규제 방법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한국소비자원 김금례 팀장은 "비급여 항목 때문에 실손보험에 가입하는데 보장을 못 받으니까 차라리 그 돈으로 적금을 하는 게 더 이롭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말했다.
"소비자가 똑똑해질 수 있는 환경 만들어져야"
도덕적 해이를 막고 실손보험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려면 소비자가 똑똑해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주장.
소비자원 김금례 팀장은 "실손보험 피해사례를 보면 대부분 설계사들이 보험 가입 전에는 모든 게 되는 것처럼 현혹되는 정보를 주고 막상 보험금 신청을 하면 지급을 안 하려고 한다는 내용이다"며 "실손보험 취지에 어긋나는 사례다"고 지적했다.
김 팀장은 "건강보험에서 보장하는 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보험금 지급을 금지하고 보험사는 소비자를 현혹하는 광고, 과장광고를 자제해야 한다"며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소비자의 진정한 의도를 잘 파악해 그 목적에 부합하는 보험상품 설계 및 판매가 이뤄지도록 감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신현웅 연구기획조정실장은 최근 발표한 '건강보험과 민간보험 간 상호 영향분석 및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소비자의 의료보험 이용에 대한 통계와 데이터를 확보하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체계화된 자료로 불필요한 의료이용에 대해 급여를 제한하거나 네거티브 리스트를 확대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실손의료보험을 제한하는 별도의 법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정책국장은 "민간의료보험 보험약관 및 상품 표준화를 촉진하고 보험료 인상비를 규제하며, 소비자가 매년 스스로 갱신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적 강화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