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역대 미국 FDA 국장과 한국 식약처장

김명성
발행날짜: 2016-11-21 05:00:44
  • 김명성 대한의사협회 보험자문위원(성남 김안과의원 원장)

1907년부터 현재까지 110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총 22명의 국장이 재직하였으며 대개 4-8년의 재직기간으로 대통령 임기와 같이 하는 경우가 많았다. 1998년 식약청으로 출발한 우리나라 식약처는 18년 동안 무려 14명의 처(청)장이 대개 1년 남짓 재직하였다.

역대 미국 FDA 국장의 경력을 살펴보면 22명 중 14명이 의사로 2/3를 차지하며, 약사는 한명으로 1979년 10월부터 1년 3개월간 FDA 국장을 역임한 기록밖에 없다. 나머지 7명은 화학전공 3명, 법학자 1명, 수의사 1명, 신경생리학자 1명, 의예과를 졸업한 직업공무원 1명이다.

18년의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식약처의 경우 총 14명의 처(청)장 중 6명이 약사였으며, 나머지 8명은 화학, 생물학, 수의학, 식품공학 전공과 심지어 사회학과, 무역학과, 러시아어과, 경제학과출신도 있었지만 의사는 단 한명도 없었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현재 미국 FDA 주요직원 19명 중 의사가 9명으로 절반을 차지하며, MBA출신 2명, 법학자 2명, 나머지 6명은 경제학, 간호학, 독일어전공(홍보담당), 생화학, 과학자, 약사이다.

현재 미국 FDA내 의약품의 효능과 안전성을 심사하여, 약의 승인을 내주는 CDER, 의료기기를 평가하는 CDRH, 생물학제제를 평가하는 CBER, 식품 및 동물용 의약품을 관할하는 CVM의 모든 책임자가 의사이다.

식품과 의약품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가장 잘 아는 전문가인 의사가 많이 근무하는 미국 FDA에 비하여 우리나라 식약처는 올해 8월까지 본부 600명의 직원 중 의사가 단 한명도 없었으며, 9월에 화이자부사장을 역임한 의사가 의약품안전국장에 임명되어 한명의 의사가 근무하게 되었다. 아마 전 세계적으로도 식품의약품 관련 부처의 본부에 의사가 한 명도 없거나 딱 한 명만 근무하는 나라도 찾기가 힘들 것 같다.

의사가 환자 진료 시 동일한 진단명을 사용해도 똑같은 상황의 환자는 단 한 케이스도 없으므로 치료방법과 의약품 및 의료기기의 사용도 모두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필자의 경우 안과의사로서 20여 년간 10,000례의 백내장 수술을 시행하였지만, 모든 개개인의 눈 상태가 다르며 같은 환자의 눈도 오른쪽와 왼쪽의 백내장 정도나 모양이 상이하다. 홍채인식을 보안시스템에 사용하는 이유도 모든 사람의 눈 모양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감기환자라도 젊은 사람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어르신의 처방은 같을 수가 없듯이 환자의 치료를 위한 처방이나 처치는 환자의 나이, 성별, 건강상태 등에 따라 의사가 세심하게 선택할 수밖에 없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변하는 현대의학에서 환자가 최선의 진료를 받기위한 의약품이나 의료기기의 사용이 외국의 문헌, 자료나 허가사항에 따른 규정으로 오히려 환자 치료에 장애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최근 식약처는 내년에 선발하는 허가심사 전문심사관으로 능력 있는 임상의사가 전문지식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의사의 대거 채용계획을 논의 중이라고 하니 국민건강을 위한 식약처의 이러한 노력에 찬사를 보낸다.

그러나 이런 중요한 일을 하는 의사들을 모두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비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유능한 임상 의사 채용을 위해 최소한 정규직으로 안정된 직장에서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여건은 마련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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