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러기아빠 7년차 의대교수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

발행날짜: 2017-01-04 05:00:58
  • 삼성서울병원 송상용 교수, 플룻부터 테니스·역학까지 "인생은 즐거워"

삼성서울병원 경영혁신팀장에 이어 기획조정처 인사기획실 차장, 바이오뱅크 은행장, CRM추진실장까지…삼성서울병원 송상용 교수(병리과)가 맡았던 보직이다.

그렇다. 지난 2007년부터 최근까지 그는 삼성서울병원 주요 보직을 꿰차고 숨쉴 틈도 없이 지냈다. 바쁜 시간을 쪼개어 병원 내 동아리 활동을 했지만 생각만큼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랬던 그는 요즘 행복하다. 혹자는 보직도 끝났고 가족들은 해외로 보낸지 5년째, 기러기 아빠의 생활이 뭐 그리 즐겁겠느냐고 반문할 지 모르지만, 그는 지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그는 15살, 14살, 9살 딸 셋의 아빠다. 병리과 전문의인 부인은 미국에서 정착했다. 그 또한 정년퇴임하면 미국으로 가볼까 생각도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그를 필요로 하는 환자가 있고 그를 자극하는 다양한 취미도 있으니 말이다.

요즘 그를 사로잡은 것은 '플룻'.

"사실 플룻을 시작한 계기는 수면검사에서 수면무호흡 증상이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서부터에요. 수면무호흡인 경우 양압치료를 받는데 불편해서 못하겠더라고요. 차선으로 기도근육을 튼튼하게 만들어보자 싶어 관악기를 시작했죠."

플룻은 남성이 하는 경우가 희소해 연주회에서도 단연 눈에 띈다는 점에서도 매력으로 다가왔다.

사소한 계기에서 시작했지만 자신도 모르게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내면서 점점 빠져들었다. 플룻 입문 10개월이지만 지난해 연말 합주공연도 마친 어엿한 플루니스트다.

얼마 전 합주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길에 여성 연주자 일색인 합주공연에서 송 교수가 연주하는 것을 본 중년의 남성이 "나도 용기를 얻어 플룻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에피소드도 그에겐 소중한 즐거움이다.

처음에는 손가락도 잘 안돌아가고 소리도 제대로 안나는 날이 많았지만, 어느새 하루일과를 마치고 플룻을 연주하면 그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만큼 능숙해졌다.

"아직은 원하는 수준의 선율은 아니죠. 그래서 더 열심히 연습하고 준비하고 있어요. 매주 한시간씩 레슨받고 틈틈이 연습하고…진정한 취미인 셈이죠."

그의 취미생활은 이게 시작이다. 그는 또 다른 취미로 테니스를 배우고 있다.

자주 볼 수 없는 미국에 있는 딸 셋을 만났을 때 함께 할 수 있는 놀이가 없을까 생각에서 시작한 것이 어느새 취미생활이 됐다.

"미국의 아빠들은 자녀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는데 저는 어렵잖아요. 마침 옆집 아이 아빠가 테니스를 치는 모습을 보고 '그래, 저거다' 싶었죠."

쉰이 넘어 테니스를 배운다고 했을 때만 해도 주변에서 그를 말리는 이도 많았다. 다른 운동에 비해 다칠 위험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송 교수는 망설이지 않았다. 이제 딸과 함께 할 수 취미가 생겼다.

송 교수가 심취해 있는 또 하나의 취미는 역학. 의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하는 병리과 교수와 사주풀이라… 어딘지 모르게 낯설지만 그는 역학과 의학 그중에서도 유전자학과 비슷한 점이 많아 흥미롭단다.

역술을 하는 친구에게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니가 배워"라는 말에 "진짜 한번 해볼까?"한 것이 계기가 됐다. 스승에게 배운지 어느새 1년 6개월. 사주카페에 나가도 될 수준에 이르렀지만 아직은 임상경험(?)을 더 쌓을 생각이다.

"의사가 임상경험을 중요시하 듯 역술도 그래요. 역술을 하다보면 의학공부할 때와 마찬가지로 맞은 것도 있고, 틀리는 것도 있지요. 의학에서도 원칙과 공식이 있잖아요? 사주풀이에서도 공식이 있어요."

유전학에서 사람마다 염기서열을 갖고 태어나 식습관, 거주환경 등에 따라 발현이 될 수도 안될 수도 있듯 역학에서도 제각각의 사주를 지니고 있지만 후천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사주풀이를 하면서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행동을 이해할 때 도움이 됐어요. '나쁜 사람'이 아니라 '다른 사람'일 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거든요."

병원에서 보직을 놓고 기러기 생활에 공허함이 컸을 수도 있지만, 그는 오히려 왕성한 취미생활로 매일매일이 새롭다. 기러기 생활을 하는 것도 그의 사주란다. 맹신할 수 없지만 어쨌든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하다.

"나의 취미 생활이 주변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어떤 계기를 마련해주는 것 자체가 즐겁다. 이렇게 개인적인 취미생활을 소개하는 것도 더 많은 선후배, 동료들이 자신의 삶은 풍성하게 만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송상용 교수가 마지막 메시지를 남겼다. "2017년, 정유년 새해에는 자신을 위해 살아보세요. 행복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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