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00억 DPP4 당뇨약 시장, 총성 없는 물밑전쟁

원종혁
발행날짜: 2017-04-05 12:00:45
  • "계열내 선택성 차이, 안전성 달라" VS "확대해석 낭설, 근거도 없는데"

국내 높은 시장점유를 보이는 'DPP4 억제제 계열' 당뇨약들에 눈치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시판 중인 9개 품목 중 일부에 시판후보고 정보로 이상반응이 추가되자, 선긋기에 나선 경쟁사들의 발걸음이 분주해진 모양새다. "약제마다 DPP4 효소를 억제하는 선택성이 다른 만큼 안전성에도 차이를 보일 수 있다"는 일종의 발빼기 전략에 돌입한 것.

이를 두고 의학적 근거가 전혀 없는 '흠집내기'에 불과하다며 반박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시발점은 최근 진행된 라벨 업데이트에 따른다.

2016년 주요 DPP-4 억제제의 처방액(30억원 미만 처방액은 제외됨)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일본의약품의료기기종합기구(PMDA) 안전성 조치를 받아들여, DPP4 억제제 네시나(알로글립틴)와 트라젠타(리나글립틴) 2종의 단일제 및 복합제의 이상반응으로 자가면역질환 피부병인 '유사천포창'을 신설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A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국내 출시된 9종의 DPP4 억제제는 동일한 작용기전을 가지지만, PK/PD 프로파일 등에서 일부 차이를 나타낸다"면서 "DPP4 억제제가 해당 효소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DPP-8, DPP-9 등도 억제할 수 있는데, 이들 효소가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T세포 활성화 및 증식에 관여하기 때문에 DPP4에 대한 선택성이 낮은 경우 DPP-8이나 DPP-9과 잘못 결합함으로써 부작용을 나타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안전성 이슈로 DPP4 계열 전체 당뇨약에 부작용 우려가 따를 수는 있지만, 동일기전임에도 약물동태상 조금씩 차이를 보인다는 논리였다.

약제별 선택성이 다르다는 주장의 근거엔, DPP4 억제제들의 '효소 결합 구조분석'을 시뮬레이션한 실험실연구(In vitro) 한 편이 놓인다.

바이오케미컬 관련 국제학술지인 BBRC(Biochemical and Biophysical Research Communication) 2013년 3월15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된 논문에서는 DDP4 억제제의 선택성을 3가지 그룹으로 분류했다.

그룹1(Class 1)에는 ▲빌다글립틴 ▲삭사글립틴이 그룹2(Class2)에는 ▲리나글립틴 ▲알로글립틴, 그룹3(Class3)에는 ▲시타글립틴 ▲제미글립틴 ▲테네글립틴이 속했다.

결국 '그룹3'에 속한 약물이 그룹1, 2로 분류된 DPP4 억제제들에 비해 효소 억제능과 선택성이 높다는 의견이었다.

효소 억제능 및 선택성, 이상반응과 관련? "연관성 밝힌 임상 보고안돼"

하지만 근거로 삼은 BBRC 논문의 결과를, 결코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게 반론의 요지다.

C제약사 관계자는 "BBRC 논문은 실제 임상시험으로 입증된 것이 아닌, 구조분석을 통해 결합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로 세포 기반 임상시험과는 상이한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면서 "특히 시뮬레이션 결과는 어떠한 알고리듬으로 분석했지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이기 때문에 참고사항일 뿐, 확정적인 결과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더욱이 해당 논문은 DPP4 억제제의 선택성에 맞춰 어떠한 이상반응 문제도 거론하지 않았는데, 단순히 관찰 결과를 바탕으로 선택성과 유사천포창 이상반응을 관련짓는 데엔 무리가 있다는 얘기다.

이어 "선택성에 관계없이 DPP4 효소를 억제하는 것 자체가 유사천포창의 발생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내용은 이미 학계 학술 논문 등에서 제시된 바 있다"며 "다만 지금껏 DPP4 효소 억제와 유사천포창 발생 가능성에 인과관계를 밝힌 임상 연구는 보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유사천포창 이상반응은 새로 발견되거나 특정 성분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는 의견도 나왔다.

의무 아닌 권고 수준, 특정 성분만 해당? 'NO'

시장에 출시된 모든 DPP4 억제제가 허가단계부터 기전적인 이유로 유사천포창 관련 이상반응이 논의돼 왔다는 것.

특히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약품청(EMA)은 유사천포창 이상반응과 관련해 해당 계열 모든 당뇨약과 연관성이 있다는 결론을 내린 이유다.

베링거인겔하임 관계자는 "이번 라벨 업데이트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지만, 의학적으로 균형있는 제품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이미 2년전 제품 라벨에 해당 내용을 반영했다"면서 "트라젠타는 트라젠타듀오와 동일하게 라벨 업데이트가 되는 것으로 새로운 이상반응이 추가되는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당뇨병학회 관계자는 "DPP4 억제제가 일부 이상반응 이슈를 가지고는 있지만, 당뇨병약 가운데 가장 안전한 계열이란 믿음이 큰 상황"이라며 "이들 계열 약물을 효소 선택성에 따라 분류하는 경우는 있지만 분자구조가 유사한 약제를 구분하는 것일뿐 효과나 안전성에 영향을 준다는 의학적 근거는 확인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자누비아(시타글립틴), 트라젠타(리나글립틴), 네시나(알로글립틴), 테넬리아(테네리글립틴), 제미글로(제미글립틴), 가브스(빌다글립틴) 등 총 9종의 DPP4 억제제가 국내 시판 중인 가운데, 이들 계열 당뇨약은 작년 한해 처방조제약만 3700억원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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