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원가, 모여야 잘 된다? 현실은 덤핑 경쟁에 몸살

박양명
발행날짜: 2017-04-12 05:00:59
  • 현장부산 서면 메디컬스트리트…300미터 대로에 의원 300여곳 밀집

|메디칼타임즈가 간다| 부산 서면 메디컬스트리트

의료관광 환자 유치를 위해 시 차원에서 조성한 부산 진구 서면 메디컬스트리트.

부산 지하철 1호선과 2호선이 만나는 서면역 7번 출구에서 L백화점이 있는 약 300m의 대로변 일대에는 300여개의 병의원이 밀집해 있다.

부산 지하철 서면역 일대
서면메디칼스트리트 의료관광안내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334곳의 의원(한의원, 치과 포함)과 6곳의 병원이 있다. 구체적으로 성형외과 55곳, 피부과 17곳, 안과 19곳, 치과 61곳, 한의원 56곳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놓고 보면 부산 진구에 있는 의원(한의원, 치과 포함) 719곳 중 절반에 가까운 46.4%가 메디컬스트리트에 있다.

최근 메디칼타임즈가 직접 찾은 서면 메디컬스트리트는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서울 및 수도권 지역과는 달리 큰 영향이 없다는 게 중론이다.

중국인 환자보다는 부산과 상대적으로 가까운 일본, 러시아 환자가 많기 때문.

메디컬스트리트 초입에 있는 의료관광센터 관계자는 "하루에 45~50명의 관광객이 문의를 하고 있고 의료관광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4~5명 정도"라며 "중국 단체관광객이 줄긴 했지만 중국 보다는 말레이시아, 러시아 환자가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그런 이유에선지 병의원 임대 현수막을 내건 건물도 가뭄에 콩 나듯했다.

서면 A부동산 관계자는 "메디컬스트리트라서 병의원이 많은 것도 있지만 서면이 부산의 중심지다 보니 집중돼 있는 부분도 크다"며 "부동산을 통해 임대 하기보다는 알음알음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건물을 통째 임대하고 있는 B건물주는 "치과가 있었던 자린데 잘 돼 확장, 이전했다"며 "경쟁이 치열하다고 하지만 한 군데 모여 있어야 잘 된다고 해서 변동이 잘 없다"고 귀띔했다.

"외국인 환자 유치 어려움에, 저가경쟁에 속앓이"

실제 병의원 밀집 지역 내부를 들여다보면 외국인 환자 유치에도 어려움을 겪는가 하면, 저가 경쟁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부산시가 나서서 외국인 환자 특화거리로 조성했지만 외국인 환자보다는 부산 시민과 인근 지역 환자 중심으로 시장이 돌아가고 있다.

서면 메디컬스트리트에는 메디컬빌딩이 줄지어 서 있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부산을 의료관광으로 찾은 환자는 1만3000명. 이는 우리나라를 찾은 전체 의료관광객의 4% 수준에 불과하다.

C성형외과 원장은 "부산 시차원에서 개최한 중국 박람회에도 2번 참여했는데 중국인 환자는 단 한 명도 오지 않았다"며 "외국인 환자 유치를 많이 하는 병의원들도 박람회에서 성과를 본 게 아니다. 1년에 중국인 환자 4~5명만 유치해도 상위 병원"이라고 털어놨다.

또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저가 경쟁은 이미 고착화된 상황. 보톡스는 1만원을 넘어 서비스로 제공하는 게 당연시 된 분위기라고 한다.

D내과 원장은 "메디컬스트리트가 조성되기 전부터 자리잡고 있었던 일명 터줏대감들이 많다"며 "서면에 개원하면 잘 된다는 의미의 서면 불패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경제가 워낙 어렵다 보니 신규진입 자체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B성형외과 원장 역시 "서면에서 가장 크다는 성형외과가 저가 경쟁을 촉발시켰다"며 "수술비가 워낙 저렴하다 보니 작은 규모의 의원은 죽을 맛"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눈과 코 수술을 100만원 안으로 가능한 곳도 있고, 안과 라식 수술은 50만원까지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부산시의사회 관계자는 "이미 4~5년전부터 개원과 봉직의 숫자 역전현상이 발생했다. 개원이 2000명이면 봉직의가 3000명"이라며 "그만큼 현실이 팍팍하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원부터 아예 고가 전략을 쓰는 곳도 있었다.

C의원 원장은 "2015년 개원했는데 덤핑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수술 후 관리와 결과를 앞세워 고가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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