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훈정 의장 "전면 급여화는 정부 자충수…적정수가 못 믿겠다"
"정부가 목표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는 현재 건강보험 재정 상태에서는 불가능할 것이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저지와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비상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좌훈정 공동의장(정통의원)은 24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자리에서 단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30조 6000억원을 투자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좌 의장은 일명 '문재인 케어'가 2000년 의약분업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특히 '전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정부의 자충수라고 했다.
2000년, 의료계가 파업을 불사하며 거리로 나가 의약분업을 결사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재정'때문이었다.
좌 의장은 "당시 일부 지역 보험조합은 돈이 없어서 진료비를 청구해도 몇 개월 뒤에 받거나 1년 뒤에 받을 정도였다"며 "그 정도로 재정이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는데도 정부는 의약분업을 한다면서 비용이 늘어나는 게 없다면서 수가를 올리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의약분업의 결과는 의료계의 우려 대로였다. 재정이 파탄 났다. 의약분업 시행 2년 만에 정부는 수가를 인하하고, 건강보험료를 올렸다. 의료계에 고통을 분담하자며 협조를 요청했다.
"결국 수가는 2000년 전으로 돌아가고 의사들은 조제권만 잃었다. 정부는 재정파탄이 올 것이라는 의료계 주장을 무시했고, 재정이 파탄 나자 진료비 삭감, 현지조사 등으로 의료계를 옥죄었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 상태는 2009년까지 이어졌다."
좌 의장은 정부가 내놓은 '30조원'이라는 재정 조달 방안에 가장 큰 의심을 품고 있다.
"보장성 강화로 인한 의료이용 증가, 의료비 증가를 정부는 간과하고 있다. 2007년 6세 미만 어린이 입원료를 전액 면제했다가 소요재정이 급증하자 본인부담률을 10%로 늘렸다. 보장률 강화 자체가 1차원적 곡선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율, 그에 따른 재정 추가 투입을 충분히 추계했는지 알 수 없다."
제대로 된 재정추계가 없는 상황에서 재정 파탄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재정 파탄에 따른 고통은 의료계에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케어의 방향은 불과 5월에 이뤄진 수가협상에서 정부 측이 내세운 논리와도 배치된다. 수가협상 당시 건강보험공단은 건보재정이 마냥 흑자가 아니라며 수가 인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현재는 건보재정이 흑자라도 인구 고령화 때문에 적자가 예상되니 재정을 적립해야 한다며 수가를 올려주지 않았다. 불과 5월 수가협상 때도 그 주장은 이어졌다. 건보공단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보건사회연구원은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문재인케어 발표 후 정부 기관의 입장은 완전 바뀌었다."
"비급여 급여화 무조건 반대 아니다…합리적, 점진적이어야"
정부는 '적정수가'를 앞세워 의료계를 연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믿지 못하고 있다. 2000년, 그 한 번의 경험 때문이다.
좌 의장은 영화 '시카고'의 마지막 장면에 현 상황을 비유했다. 불륜 현장을 목격한 아내(루시 리우)에게 남편은 "당신 눈을 믿냐, 내 말을 믿냐"라고 말했다. 재정 파탄을 이미 경험했는데 적정수가를 앞세우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적정수가를 보장해줄 생각이 있었으면 건보재정이 흑자일 때 했었어야 한다. 의약분업 이후 대통령이 5명 바뀌었는데 특정 대통령이나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의료제도에 대한 사고방식이 잘못돼 있다. 그동안에도 수가를 현실화할 기회가 있었다. 적정수가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이 없다."
좌 의장은 의료계가 비급여의 급여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전제를 달았다. 필수적인 비급여에 대한 합리적, 점진적 급여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필수적인 비급여의 급여화도 점진적인 게 아니라 선심성으로 급하게 추진하다 보면 재정이 파탄날 것이다. 5년 동안 30조를 들여서 한다는 것 자체가 급진적이다. 인구 고령화가 국가 과제인 상황에서 5년은 짧다. 고령화 그래프가 정점을 찍을 때까지의 재정을 계산해서 투입해야 한다."
교육이 100년지대계인만큼 보건의료분야도 30~40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 천천히, 합리적으로 가야 한다는 소리다.
"건보재정 흑자를 다 쓰고 건보료를 3%씩 올려서도 안될 때 정부는 보장성 원위치, 건강보험료나 국고지원 늘리기, 수가인하와 삭감 등의 3가지 방법을 쓸 수 있다. 이 중 가장 만만한 게 의료계에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동안 신물 나도록 겪어왔다."
좌 의장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해서는 먼저 이뤄져야 할 요건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하나는 현실 가능한 재정추계와 재정 조달 방법, 다른 하나는 원가 이하 수가 현실화다.
"현재 수가는 원가의 60%, 많게는 90% 수준이라고 한다. 1만원짜리 물건을 1만원에 팔 수는 없지않 나. 100%를 넘어 120~130%는 보장이 돼야 한다. 모든 정책은 약속과 신뢰다. 실현 불가능한 약속을 믿으라고 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나."
좌 의장은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할 의지가 있었다면 '전면'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충수라고 평가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사보험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사적 영역을 공적으로 편입시키려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 비급여도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인데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레이존이 많다. 그 분류작업만도 10년이 걸릴 것이다."
좌훈정 의장은 다시 거리로 나가려고 한다. 26일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케어 전면 재검토를 외칠 예정이다.
"특정 정부의 문제라기보다는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시각이 잘못됐다. 의료계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 저지와 의료제도 정상화를 위한 비상연석회의(이하 연석회의) 좌훈정 공동의장(정통의원)은 24일 메디칼타임즈와 만난 자리에서 단언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9일 30조 6000억원을 투자해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를 골자로 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좌 의장은 일명 '문재인 케어'가 2000년 의약분업의 악몽을 떠올리게 한다며 고개를 저었다. 특히 '전면'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정부의 자충수라고 했다.
2000년, 의료계가 파업을 불사하며 거리로 나가 의약분업을 결사반대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재정'때문이었다.
좌 의장은 "당시 일부 지역 보험조합은 돈이 없어서 진료비를 청구해도 몇 개월 뒤에 받거나 1년 뒤에 받을 정도였다"며 "그 정도로 재정이 아슬아슬한 상황이었는데도 정부는 의약분업을 한다면서 비용이 늘어나는 게 없다면서 수가를 올리기까지 했다"고 회상했다.
의약분업의 결과는 의료계의 우려 대로였다. 재정이 파탄 났다. 의약분업 시행 2년 만에 정부는 수가를 인하하고, 건강보험료를 올렸다. 의료계에 고통을 분담하자며 협조를 요청했다.
"결국 수가는 2000년 전으로 돌아가고 의사들은 조제권만 잃었다. 정부는 재정파탄이 올 것이라는 의료계 주장을 무시했고, 재정이 파탄 나자 진료비 삭감, 현지조사 등으로 의료계를 옥죄었다. 건강보험 재정 적자 상태는 2009년까지 이어졌다."
좌 의장은 정부가 내놓은 '30조원'이라는 재정 조달 방안에 가장 큰 의심을 품고 있다.
"보장성 강화로 인한 의료이용 증가, 의료비 증가를 정부는 간과하고 있다. 2007년 6세 미만 어린이 입원료를 전액 면제했다가 소요재정이 급증하자 본인부담률을 10%로 늘렸다. 보장률 강화 자체가 1차원적 곡선으로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정부는 보장성 강화에 따른 의료이용 증가율, 그에 따른 재정 추가 투입을 충분히 추계했는지 알 수 없다."
제대로 된 재정추계가 없는 상황에서 재정 파탄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재정 파탄에 따른 고통은 의료계에 고스란히 돌아올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케어의 방향은 불과 5월에 이뤄진 수가협상에서 정부 측이 내세운 논리와도 배치된다. 수가협상 당시 건강보험공단은 건보재정이 마냥 흑자가 아니라며 수가 인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현재는 건보재정이 흑자라도 인구 고령화 때문에 적자가 예상되니 재정을 적립해야 한다며 수가를 올려주지 않았다. 불과 5월 수가협상 때도 그 주장은 이어졌다. 건보공단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보건사회연구원은 이구동성으로 주장했다. 문재인케어 발표 후 정부 기관의 입장은 완전 바뀌었다."
"비급여 급여화 무조건 반대 아니다…합리적, 점진적이어야"
정부는 '적정수가'를 앞세워 의료계를 연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계는 믿지 못하고 있다. 2000년, 그 한 번의 경험 때문이다.
좌 의장은 영화 '시카고'의 마지막 장면에 현 상황을 비유했다. 불륜 현장을 목격한 아내(루시 리우)에게 남편은 "당신 눈을 믿냐, 내 말을 믿냐"라고 말했다. 재정 파탄을 이미 경험했는데 적정수가를 앞세우는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적정수가를 보장해줄 생각이 있었으면 건보재정이 흑자일 때 했었어야 한다. 의약분업 이후 대통령이 5명 바뀌었는데 특정 대통령이나 정당의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의료제도에 대한 사고방식이 잘못돼 있다. 그동안에도 수가를 현실화할 기회가 있었다. 적정수가에 대한 정부의 진정성이 없다."
좌 의장은 의료계가 비급여의 급여화를 무조건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전제를 달았다. 필수적인 비급여에 대한 합리적, 점진적 급여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필수적인 비급여의 급여화도 점진적인 게 아니라 선심성으로 급하게 추진하다 보면 재정이 파탄날 것이다. 5년 동안 30조를 들여서 한다는 것 자체가 급진적이다. 인구 고령화가 국가 과제인 상황에서 5년은 짧다. 고령화 그래프가 정점을 찍을 때까지의 재정을 계산해서 투입해야 한다."
교육이 100년지대계인만큼 보건의료분야도 30~40년 내다보고 계획을 세워 천천히, 합리적으로 가야 한다는 소리다.
"건보재정 흑자를 다 쓰고 건보료를 3%씩 올려서도 안될 때 정부는 보장성 원위치, 건강보험료나 국고지원 늘리기, 수가인하와 삭감 등의 3가지 방법을 쓸 수 있다. 이 중 가장 만만한 게 의료계에 일방적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동안 신물 나도록 겪어왔다."
좌 의장은 비급여의 급여화를 위해서는 먼저 이뤄져야 할 요건이 두 가지 있다고 했다. 하나는 현실 가능한 재정추계와 재정 조달 방법, 다른 하나는 원가 이하 수가 현실화다.
"현재 수가는 원가의 60%, 많게는 90% 수준이라고 한다. 1만원짜리 물건을 1만원에 팔 수는 없지않 나. 100%를 넘어 120~130%는 보장이 돼야 한다. 모든 정책은 약속과 신뢰다. 실현 불가능한 약속을 믿으라고 하면 누가 믿을 수 있겠나."
좌 의장은 정부가 의료계를 설득할 의지가 있었다면 '전면'이라는 단어를 쓰면 안 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충수라고 평가했다.
"비급여의 전면 급여화는 사보험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소리다. 사적 영역을 공적으로 편입시키려면 엄청난 재원이 필요하다. 비급여도 필요에 의해서 하는 것인데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아직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 그레이존이 많다. 그 분류작업만도 10년이 걸릴 것이다."
좌훈정 의장은 다시 거리로 나가려고 한다. 26일 광화문 광장에서 문재인케어 전면 재검토를 외칠 예정이다.
"특정 정부의 문제라기보다는 보건의료제도에 대한 시각이 잘못됐다. 의료계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문제점을 분명히 지적할 수 있어야 한다."